‘술 한잔 하자’는 말 대신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고 콕콕 집어 말할 정도로 소주와 삼겹살은 서민들의 대표 술과 안주다. 그 때문에 술집 골목에서 한 집 건너 찾을 수 있을 정도로 흔한 게 삼겹살집이다. 그러나 풍요 속에 빈곤이라고 삼겹살과 소주 맛을 제대로 살리는 집을 찾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서울 종로구 원남동 4거리를 지나다 보면 이색적인 삼겹살집 하나를 찾을 수 있다. 척 보기에도 외관이 만만치 않다. 높은 담, 적어도 반세기는 넘겼을 법한 고색창연한 2층 건물, 그리고 엉뚱하게 건물 앞에 서 있는 국기게양대까지. 언뜻 보면 버려진 옛 관공서처럼 생겼으나 사실은 인근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삼겹살집이다. 건물도 특이하지만 ‘1945연탄구이’라는 가게이름 때문에 한번 더 쳐다보게 된다.
“가게이름이오? 건물이 1945년에 지어진 거라 그렇게 지었지요. 예전엔 수산물검역소였다는데 제가 2년 전에 사서 고깃집을 만들었어요. 독특한 분위기와 재미있는 가게이름 때문에 오시는 분들도 많죠.”
마음씨 좋은 옆집 아저씨 같은 주인 계동식씨(43)는 손님들이 수백 번도 더 물었을 질문에도 친절히 대답해줬다.
외형은 딱딱해 보이나 가게 안은 자유스러운 분위기가 넘친다. 하얀 페인트를 칠하고 그 위에 낙서와 포스터가 가득한 실내는 홍대앞 고깃집같이 세련됐다. 날씨가 더운 여름엔 실내에 있던 드럼통 술상을 가게 옆 공터에 내다 놓고서 야외에서 고기파티를 벌인다. 30여평쯤 되는 야외공간에선 마치 민박집 뒤 평상에서 고기 구워 먹는 기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공터 옆 벽면엔 담쟁이덩굴이 가득하고 천장엔 등나무가 우거져 있다. 은은한 오렌지빛 조명까지 어울려 도심 한복판이라는 것을 잊기 쉽다.
분위기 못지 않게 안주도 자랑거리다. 이 집 대표안주는 ‘연탄구이고추장삼겹살’. 달짝하고 매콤한 양념에 재운 삼겹살을 은은한 연탄불에 구워 한 점 입에 넣으면 소주 한 병이 금세 비워진다. 앙증맞은 양은냄비에 담아 내오는 시원한 홍합탕은 서비스다. 고추장삼겹살 1인분 7,000원 소주 3,000원. 오후 4시~ 오후 11시. 원남동 4거리 CIMA호텔 옆. (02)743-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