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참지 못 하는 자와 잘 참는 자의 게임

[무명자]

스탠포드 대학에서, Walter Mischel이란 양반이 행했던 매우 유명한 실험이죠

_4세 가량의 영아들을 불러다놓고, 마쉬멜로를 줘요.

그리고나서, 아저씨 잠깐 나갔다 올 건데, 아저씨 올 때까지 마쉬멜로 안 먹은 애들한텐 마쉬멜로 하나 더 줄께 드립을 치죠.

그리고나서, 나가는데, 애들 행동 양태가 다양할 거 아녜요.

아저씨 등 돌리자마자 처먹는 아이, 고민하다가 에라모르겠다 하며 먹는 아이,

두 눈 꼭 감고 참는 아이, 일부러 다른 짓거리하며 마쉬멜로 쳐다도 보지 않는 아이 

결국, 65프로 가량의 아이들이 마쉬멜로를 먹지 않고 참았는데,

이게 종단 연구(피험자들의 히스토리를 쭉 추적하는 연구방법)였거든요.

15년 후에, 요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해 봤더니, 글쎄,

마쉬멜로 처먹었던 아이들의 SAT점수가 참았던 애들의 점수보다 대략 130점 정도가 낮았던 겁니다. 헐_

이 실험 이후, 인간의 자기조절 능력에 대한 재조명이 일어나게 되는데,

얼마나 충동 억제를 잘하느냐에 따라, 개인의 성취도나 인간 관계의 질 등이 결정되며,

특히, 만족지연 능력이 개인의 목표 성취 여부를 예측하는 데 주요한 변인이 될 수 있음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 만족지연(delayed gratification) : 원하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기다릴 줄 아는 능력 _wikipedia

다이어트를 실패하는 사람들에겐 아래와 같은 상황이 거의 연속적으로 등장하게 되죠.

밤 12신데, 아 썅 졸라 배고파, 라면 먹고 싶어,

아 근데 참아야 돼, 여기서 먹음 내일 일어나 있을 때 돼지가 돼 있을 거야,

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

우와와앜 내가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렇게 괴로워야 돼!!!!!

이것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먹자먹자먹자 난 졸라게 먹고싶단 말야!!!!

먹을 땐 행복해요. 하지만, 먹고나서부터가 문젭니다.

정신적으론 자괴감에 빠지게 되고, 육체적으론 몸이 불어 있게 되죠.

게임이나 인터넷도 마찬가집니다.

난 분명 내일까지 제출해야 할 과제가 있는데,

지금 이 순간, 쾌락 동기를 참지 못 해, 컴퓨터 앞에 자리잡고, 게임이나 인터넷에 열을 올리게 되요.

참기만 하는 인생은 필요없어, 난 즐기고 싶다 ! ! ! ! ! !

문젠, 쾌락은 짧고, 그 후폭풍은 길단 점입니다.

과제를 내지 못 해 그지가 된 내 학점은 문서 상에 기록되어 평생 날 따라오게 되겠죠.

이 세상은 자원 유한 맵에서 벌어지는 제로섬 게임의 장입니다.

누구나 다 참지 못 한다면 문제될 게 없어요. 허나,

내가 참지 않는 순간, 누군가가 참는다면,

그래서 그 놈이 마쉬멜로 두 개를 가져간다면,

그게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반복적으로 누적된다면,

난 매번 게 눈 감추듯이 내 걸 먹기 바쁘고, 그 누군가는 마쉬멜로를 두개네개여덟개열여섯개 이렇게 축적해 나가다면,

게임 오바입니다. 난 절대 참지 못 하는 자식들을 이길 수 없어요.

내가 오로치마루 급의 大 천재가 아닌 이상에야,

내일모레가 시험인데, 오늘 맥주를 처마시고,

난 됐어, 낼모레가 시험인데 난 공부할래라고 얘기하는 P군을 이겨낼 순 없단 얘기에요.

마쉬멜로를 지금 먹음으로써 느끼는 만족,

스타를 지금 함으로써 느끼는 만족,

맥주를 지금 먹음으로써 느끼는 만족,

이것들을 지연시켜,

마쉬멜로를 하나 더 얻고,

과제를 제 때 내고,

시험을 더 잘 보게 되는

이런 게 자기 통제요, 최신판 <마음의 지도>에서 얘기하는 소위 잘 나가게 되는 길이라네요.

만족지연을 위해선, 굳이 무턱대고 미련스럽게 참기보단,

distraction(주의분산기제)를 적절히 사용하는 편도 좋을 겁니다.

마쉬멜로 안 먹으려고 눈 꼭 감고 참는 것 보단,

옆에 있는 꼬마들한테 제안하는 거죠.

야 이 꼬마색희들아, 니네 횽이랑 제로 안 할텨???????

여튼 제로를 하다 보면, 시간은 지나가겠고, 아저씨가 돌아오면, 마쉬멜론 두 배로 늘어나 있을 거 아녜요.

밤 12시에 라면이 졸라게 먹고 싶음,

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忍

이런 거 말고,

차라리 스타를 하거나,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농구를 하거나 기타 등등. 등등등

물론 참는 능력을 배양해, 매번 인내하는 것이 베스트겠지만, 그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차선책으로 딴 생각, 딴 짓거리를 함으로써, 지금 활성화 돼 있는 욕망 수준을 방해하자는 거죠.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 유혹과 유혹을 쌈 붙이는 거에요. 식욕을 붙잡으러 게임욕을 투입하는 셈.

물론, 현실이 매양 실험실 상황 같진 않죠.

만족을 지연시킴에 따라 내가 얻을 수 있는 미래적 보상이 100%에 가깝다면,

ex) 내가 올 때까지 안 먹고 있으면, 마쉬멜로 2개 줄께, 스타 안 하고 공부하면, A+ 확실히 받아

아마도, 자기 통제 못 해서 실패했다는 사람 찾기란 매우 드문 일이 될 겁니다.

허나, 예전 글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참조 : 무명자' 싸워서 졌는데도 열받지 않고 그냥 넘어가???]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은 미래의 사건에 대하여 "불확실성"이라는 것이 존재하며, 

불확실한 미래의 이득보단 당장의 확실한 이득 쪽이 상대적으로 더욱 매력적으로 지각될 터이므로,

목표보단 유혹의 방향으로 아무래도 무게중심의 추가 기우는 것이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혹에 지는 게 디폴트야 어쩔 수 없어라며 GG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내가 못 참고 마쉬멜롤 홀랑 까먹고 있는 순간에도, 그 누군간 잘 참아내고 있잖아요.

누군 잘 참고, 누군 못 참는다면, 그 분기점을 가르는 어떠한 성향적 특성이 존재하고 있으리라 추론해 볼 수 있겠죠.

이를테면,

자신감이 높다거나, 낙관주의라거나,

자기에 대한 확신이 강하다거나, 뭐든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는 주의("locus of control"이 내부에 있음)라거나

cf) locus of control :

세상 일들을 통제하는 주 소재가 "나"에게 있다고 믿는 지, 내가 아닌 "외부 환경"에 있다고 믿는 지에 따라 나뉘어지는 성향적 특질 _wikipedia

즉, 마쉬멜로 2개에 대한 기대를 강하게 갖는 사람일 수록,

당장의 만족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높을 수 있을 거란 얘깁니다.

소위 말하여지는, 믿고 행동하면 얻으리라는 이치인 셈이지요.

더 큰 만족을 위해, 사소한 만족은 참아낼 줄 아는 능력

미국 꼬마애들 삼분지 이가 마쉬멜로 안 먹고 참아냈다는데,

서른살도 더 먹은 이 내가 못 해 낼 쏘냐!!!

난 어른이다!!!!!!!!!!!!!!!! 마쉬멜로가 두 개든 열 개든 얼마든지 먹지 않고 참아 주마!!!!!!!!!!!!!!!!!!!!!!!!!!!!!!!!!!!!!!!!

※ 무명자 블로그 http://blog.naver.com/ahsune

[-Paradise-]

왠지 내용을 본 것같은 기분? ㅋㅋ 데자뷰 현상인가요? ㅋㅋㅋ

[무명자]

자기 조절과 실패에 대한 글을 예전에도 몇 번 쓴 것 같네용 ㅋㅋㅋㅋㅋ

[환상덩크 빈스카터]

잘 봤습니다...제가 의지가 굉장히 약한데 금연은 성공했거든요
이유가 3일 안피운게 아까워서 일주일 참았고, 보름넘기고....3년 다되어가네요

문제는 다이어트는 정말 힘든거 같아요. 안먹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운동을 꾸준히 하는게 힘드네요...ㅠㅠ
스케줄이 꼬여버리면 한번 제끼고, 이틀 빼먹고...

[Ray20Allen]

잘읽었습니다~

[I kill the busdriver]

참는것과 참지 않는 것과의 균형이 힘들지 않나요.
참는것도 한계가 있으니까요.

[no problem]

욕망의 대상을 눈앞에 두고 인내하는 것과 주의분산기제를 이용하는 것 중 어떤 것이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건지 항상 궁금합니다. 후자의 경우는 비슷한 욕망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황에 대한 내성으로 극복하는 것이 아닌 또다른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저는 장기적으로 보면 전자가 더 좋은 방법일 것 같은데, 그건 또 너무 이상적인 생각일지도 모르겠네요.

[무명자]

당연히 전자가 좋겠지만, 전자를 달성하기 너무 힘드니, 차선책으로 후자를 적용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더 쉽게 마쉬멜로를 안 먹을 수 있으니까요.~

[leerude]

그냥 마쉬멜로 하나만으로 만족하는 사람도 있지 않을까요.

두개까지 난 필요없는데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사람이 두개,세개...축척해나가는걸 신경 안쓰는사람도 있고...

뭐 그냥 문득 든 생각입니다.

[무명자]

저도 굳이 분류하자면 하나로 만족하는 스타일인데, 제 생각엔 하나로 만족하지 못 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아요. 경쟁주의 사회니깐요.~

[leerude]

넹..저도 하나만으로 만족하는 사람이라...

[Born To Be Great]

여자친구와의 통화라니....명문에 어울리지않는 나쁜 비유네요...

[무명자]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고요 ㅋㅋㅋㅋ

[성격장애]

마쉬멜로우는 아이유

[WhiteSea]

이 댓글은 위에 leerude님 밑에 달렸어야..

[인터넷리]

달콤해서 너무 좋아...

[scuderia]

잘 읽고 갑니다^^

[Sees]

이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다른것에 있죠. 아이들의 예에선 참을경우 2개의 마시멜로가 돌아오는게 확실하지만 현실의 경우엔 이 피드백이 굉장히 늦게 온다는겁니다. 지금 인터넷을 안하면 내일 당장 좋은대학에 갈 수 있다가 아닌 5년뒤에 좋은 대학에 갈 확률이 높아진다이니 유혹을 이겨내기 더 힘들어지는거죠.

[Sees]

담배를 피지 않으면 건강해져!가 아닌 담배를 피지 않으면 나중에 좀 더 오래살 가능성이 높아.. 이니까 이 유혹을 이기지 못하는거죠..

[무명자]

맞습니다. 그래서, 참고 공부하면 나에게 좋은 성적이 리턴함을 아는 소위 말하는 공부 열심히 and 잘 하는 애들(성공경험이 높은)이 더 자기 통제를 잘 하게 되죠. 또한, 피드백이 부족하거나 늦더라도, 낙관적인 사람, 자기 자신에 대한 확신이 강한 사람이라면, 만족 지연에 성공할 확률이 높을 겁니다.~ 왜냐면, 마시멜로 2개라는 리턴에 대해 강한 기대를 갖기 때문이죠.

[Makelele]

달콤해서 너무 좋아

[산소같은남자]

잘 읽었습니다.추천눌러요^^

[Bryantforthewin]

요즘의 저에게 필요한 충고이긴 합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