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항으로 다시 회항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었다. 30분에서 길게잡아 1시간 후면 울릉도에 다다르는데 목전에 두고 다시 온길을 돌아가야한다니 황당했다. 창 밖을 보니 이미 썬플라워호는 빙그르 둥근 뱃길을 하얗게 만들며 돌고 있다. 강원도 연안의 산 풍경 원경이 오른쪽에서 보이던 것이 위치가 바뀐 왼쪽에서 보인다. 분명한 회항이다.
여기 저기서 웅성거린다. 혹자는 파고의 높이보다는 요즈음 일본과 한국과의 마찰로 인해 독도에 대해서 예민한 시기이므로 우리 한국 시인 협회의 행사를 안전상 중지시키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도 했다. 그렇게 판단한 것은 함께 승선한 이곳 주민들의 입에서 이 정도의 파도에 회항한 적이 없다는 말에서다.
그렇다면 내일 다시 울릉도와 독도에 진입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그러나 혹자는 아니라고, 파도가 저 정도면 울릉도 접안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며 불안해하는 우리 일행을 안심시킨다. 돌아가는 뱃길이 지루했다. 정확히 오후 3시에 포항연안여객터미널에 다시 돌아왔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바다만 구경하고, 아니 배멀미만 다스리고 돌아온 것이다. 파도는 왜 더불어 살려하지 않을까 왜 우리의 배를 받아들이지 않고 회항시킨 것일까. 1시간만 가면 울릉도인데... 망망대해 태평양을 5시간 동안 파도와 함께 흔들리고 돌아온 귀항. 파도는 거대한 페리어호가 지나간 자리를 금새 메꾸고 있다. 잔잔한 곳에서는 저 멀리 하얗게 뱃길이 남는데...
갈매기는 역시 용감했다. 파도를 결코 무서워하지 않고 하늘과 바다를 난다. 하얀 거품을 따라 내려왔다 오르고... 생명이 있는 것 중 너 하나만 바다를 이기고 있다.
지진이 난 듯 벽을 타고 화장실에 간다. 모두들 누워 있다. 멍석을 들어 온몸을 흔드는 느낌이다. 우리는 배 후미 바닥에 누워 그래도 멀미를 덜 했다. 나는 배의 창가에서 뱃전에 튀어오르는 하얀 물방울을 보며 생의 환희를 느꼈다. 그렇게 멀미를 이겼다.
포항에 돌아왔을 때는 비도 그치고 날씨가 맑아지고 있었다.
울릉도행 썬플라워호가 높은 파고로 접안이 불가능하여 다시 포항으로 회황하는 배 후미의 하얀 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