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같은 여배우, 우에노 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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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경하고, 방황하고, 성장한다!"
"연기도 할 수 있게 되면 좋은텐데..." 어머니의 이 한마디 말 때문에 여배우가 되기로 마음 먹었다는 우에노 쥬리(上野樹里, 19). 작년 영화 <스윙걸즈(スウィングガ-ルズ)>에서 보여준 티없이 맑은 미소로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며 10대 여배우로서 실력과 인기를 거머쥔 기대주로 급부상했다.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 모델 오디션에 응모한 것이 15살 때 여름. 합격 소식을 알리기도 전에 어머니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이 여배우로서 진정한 자신감을 갖게 됐을 때 어머니의 무덤을 찾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는 맑지만 심지 굳은 소녀의 이야기.
"꿈꾸던 모델과 가수에서 배우로!"
"여배우가 될 생각은 전혀 없었어요. 대본을 읽고 외우고 감독한테 혼나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정말 싫어하는 일이거든요." <스윙걸즈>에서 테너섹스폰을 맹연습하고 NHK아침TV소설 <테루테루가족(てるてる家族, 2003)>을 찍는 내내 스튜디오에 쳐박혀 나올 줄 몰랐던 우에노의 입에서 처음 나온 말은 무척이나 의외였다.
우에노는 효고(兵庫) 카코가와(加古川)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때에는 장난꾸러기였다. 아이들을 괴롭히는 애를 이단옆차기로 날려 울리기도 했고 언덕길을 자전거로 씽씽 달려 내려오기도 했다. 특별활동부는 육상부. 그것도 단거리 선수였다. <스윙걸즈>에서 친구들을 한바탕 소동으로 이끄는 주인공을 연기했는데 "예전의 나와 유사했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의 어느 날, 장거리 달리기를 하던 중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꼈다. 원인은 심리적인 것이었는데 그 무렵부터 어머니가 아프기 시작했다. 육상은 그만뒀다.
"집에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자주 보곤 했는데 언니가 스피드(SPEED)를 좋아해서 음악 프로그램을 꼭 봤죠. 무엇을 보든 사람들은 즐거운 듯이 보였어요. 춤추고 노래하고 사람들의 응원을 받고. 학교에서는 느낄 수 없는 세계가 있었죠.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곧장 친구들과 의논을 하자 친구들은 그녀에게 패션지 모델모집광고에 응모하라고 가르쳐줬다. 언니 방에 쌓여있던 패션잡지를 뒤적여 주저없이 응모했다.
"예전부터 체육, 음악, 실과, 이과 실험 등 몸을 쓰는 것들을 좋아했어요. 머리만 쓰면서 그 어려운 공부를 해야 하는 지 이해가 되질 않았죠. 고등학교, 대학교를 나오고 취직을 하는 일 같은 건 결코 하지 못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 성격이 연예계에 관심을 갖게 했는 지도 모르겠어요." 모델 모집에서 대상을 타지는 못했지만 연예매니지먼트사의 눈에 들어 스카웃됐다. 소속사 사장이 부모를 찾아왔는데 부모님은 반대하지 않았다. 매달 1번씩 도쿄로 가서 광고 오디션을 봐야 하는 생활이 시작됐다. 첫번째 오디션은 'KFC'였다.
효고에서 도쿄까지 신칸센으로 3시간. 갈 때는 오디션을 생각하고 올 때는 반성하는 나날이었다. 7번 오디션을 봤는데 최종 심사의 벽이 높았다. 바로 그 때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다. 그리고 그 직후 [클리어라실(クレアラシル)]의 이미지 걸 합격 통지가 도착했다. 광고에서 미소짓고 잡지 화보를 장식하는 딸을 어머니는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이다. 돌아가신 후 어머니의 말을 떠올렸다. 중학교 때의 어느 날, 가족이 함께 TV를 보고 있는데 고향 출신의 여배우가 출연하자 어머니는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던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연기도 할 수 있게 되면 좋은텐데..." 그런 어머니의 말에 이끌려, 또 소속사의 추천으로 그녀는 꿈꾸던 모델과 가수를 접고 배우의 길로 접어들었다.
"코미디로 진가를 발휘한 젊은 여배우"
얼떨결에 시작된 여배우 생활. 처음으로 하게 된 드라마는 쉽지 않았다. "1화에서 3화까지 3권의 대본을 넘기면 정신없이 찍어대는 드라마는 도통 그 빠른 스피드에 적응이 되지 않았어요." 영화 데뷔작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ジョゼと虎と魚たち, 2003)>의 촬영현장은 또 완전히 달라 느리고 편안한 분위기가 인상적이었다. "우는 연기에서 감정이 고조될 때까지 스탭이 기다려주더군요. 저한테 맞는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청춘 영화 <칠석의 여름(チルソクの夏, 2004)>에서는 육상부원 역. 촬영 전 가졌던 2주 동안의 합숙에서 스탭들로부터 "그렇게 뛰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고 또 뛰었다. 여배우 이시다 아유미(いしだあゆみ)의 네 자매를 그린 군상극 <테루테루가족>은 그녀에게 아픈 경험을 남겼다. 카메라 6대가 동시에 출연자를 찍고 편집하는 이 드라마에서 세째딸을 연기했는데 자신의 연기가 거의 방송되지 않았던 것. 연기 자체는 즐거웠지만 결과가 그렇다보니 낙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부모로 출연했던 키시타니 고로(岸谷五朗)와 아사노 유우코(淺野ゆう子)의 격려가 큰 힘이 됐다. "너는 크게 될 싹이 있으니 걱정 말고 노력하라"는 것이었다. 그 말을 가슴에 품고 6개월의 촬영을 견뎌냈다.
곧이어 그녀는 <스윙걸즈>를 통해 코미디 연기의 자질을 선보였다. 가족들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는 장면. 누워서 책을 보고 있을 때 야구치 시노부(矢口史靖) 감독은 편안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코를 후비라"라는 주문을 했다. 주저하지 않고 했다. 또 다른 장면에서는 콧물을 흘리는 장면도 있었다. 덕분에 현장에서는 제작진과 소속사 매니저들과 실랑이가 벌어졌다. 여배우의 이미지를 생각해야 했던 매니저들은 이런 장면을 싫어했지만 오히려 우에노 본인이 개의치 않았다. 결국 완성된 영화를 본 후에는 매니저들도 좋아했다고 한다.
최신 영화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龜は意外と速く泳ぐ)>도 코미디. 스파이 모집 광고를 본 평범한 주부가 스파이 활동을 시작한다는 기상천외한 이야기. 지령은 "평범하게 살라는 것"이다. 일상의 소소한 일들을 삐딱한 눈으로 살피게 되는 주인공의 모습이 프랑스 영화 <아멜리아>의 여주인공을 보는 듯했다. "계산없이 느끼는 대로 연기한 작품이예요. 그런 웃음이 관객들을 더 즐겁게 하는 것 같아요. 내게 있어서 웃음에 대한 생각도 깊어졌습니다."
"해바라기같은 여배우!"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여배우라는 것이 주변의 평가. 촬영 현장에서 좀처럼 다른 출연자에 대해 긴장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도 그녀의 높은 평가의 한 면을 차지하고 있다. "나이와 상관없이 매력적인 분들이 많아요. 평범한 가정이라면 여고생 딸과 샐러리맨인 아버지는 같은 집에 살아도 다른 세계 속에 있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데 이 일은 같은 목적을 위해 세대를 초월해 모여 있기 때문에 대화를 나눌 수 있거든요."
한순간 주변을 환하게 밝히는 해맑은 미소. 분명하게 자신에 대해 말하는 강인함. 늘씬한 키... 한 여름의 뜨거운 태양빛을 받으며 쑥쑥 자라는 해바라기같은 소녀라는 인상을 받는다. 내년이면 스무살이 되는 그녀는 어떤 미래를 꿈꿀까. "생각하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실천하며 사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내가 경험해보지 못하고 익숙하지 못한 걸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바빠진 덕분에 고향에 갈 일이 줄어들었다는 그녀는 여배우로서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오면 어머니의 묘소를 찾아가 감사의 마음의 전하고 싶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