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26일(수) / 여행 첫째 날
오전 강의를 마치고 집으로 후다닥 갔다.
그 동안 이런저런 일정으로 바빠서 미뤘던 두 아들과 2박 3일 일정으로 떠나는 여행 첫 날이기 때문이다.
울릉도와 독도 여행을 할까? 제주도를 갈까? 기차여행을 할까?
여러가지 메뉴로 저울질 했지만 최종적으로 내린 결론은 내가 피곤해도 자가용 가지고 대한민국을 한 바퀴 돌아보는 것이다.
나는 강의와 기타 사유로 여전히 대한민국을 출퇴근 하고 있지만 두 아들한테는 우리나라를 구석구석 보여 줄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 대비 조금 과한 일정을 잡았다.
두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과 3학년 이던 여름방학 때 이순신장군 테마여행을 떠난 적이 있었다.
아산 현충사, 부안의 '불멸의 이순신장군' 촬영지, 진도 울들목(=명량해협)과 기념관, 여수의 진남관(이순신 장군이 머물던 좌수영), 통영의 한산섬과 충열사를 방문했는데 당시 짧은 시간대비 장거리 여행이라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 좋은 추억이었고 그 때처럼 뭔가 의미있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두 아들이 고3, 고2로 진학을 하기 때문에 사실 일반적인 학부모 시각에서 보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으로 비쳐질 수도 있지만 곧 성인이 되면 이런 시간도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일 것 같아 무시하고 길을 나섰다.
첫 방문지는 공주시에 있는 공주국립박물관과 무열왕릉 그리고 웅진(=공주시)을 방어했던 공산성이다.
모두 박물관 인근에 위치해 있어서 관람하는 동선이 편했다. 요즘 박물관은 기획전과 관람객 체험을 위한 소도구들이 많아서 예전처럼 딱딱함도 덜했고 직원들도 친절했다. 무엇보다 무료입장이라 별것 아니지만 손님이라는 생각보다 주인의식을 갖게 만들어 기분 좋게 관람을 할 수가 있었다.
무열왕릉에는 모의로 만들어 놓은 묘지 안에 들어가서 좀 더 다양한 상상력을 갖게 만들어 좋았다. 공산성에 가서는 시간이 없어 산성 길따라 걷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활 터에서 활 쏘는 체험을 할 수 있었다.(2천원에 10발의 활을 준다.) 삼부자가 함께 활을 쏘았는데 작은 아들인 의기가 처음 쏘는 활인데도 과녘을 맞춰서 나와 국기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의기는 어떤 일을 해도 원리원칙을 강조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융통성이 없는 편이라 해 보지 않은 일을 할 때 알려준대로만 해서 완성도가 떨어진다. 그래서 뭘 시키면 늘 불안불안한 면이 있는데 그런 애가 활을 맞추는 것은 뜻밖이었다.)
그렇게 공주 일정을 끝내고 부여로 넘어갔다. 마치 백제 성왕이 공주에서 부여로 도읍을 옮기듯이.... 그치만 우리는 순식간에 넘어갔다. ^^
부여에는 백제문화단지가 잘 만들어져 있다. 최근에는 롯데 리조트가 생겨서 관광의 편의성도 생겼다.
하지만 볼 것은 부여읍내에 많이 있다. 부소산, 낙화암, 고란사 등 모두 모여있으니 꼭 여유있게 둘러보시길... 애석하지만 날이 저물어서 입구까지만 갔다가 숙소가 있는 익산으로 향했다.
1번 국도로 1시간 남짓 달렸다. 중간에 논산육군훈련소가 보인다. 나도 28년 전에 그 곳에서 무려 8주간 많은 땀을 흘렸다.
큰 아들 국기에게 곧 네가 가 봐야 할 곳이라고 알려줬더니 길가에 이발소 몇 개인지 헤아려 보고 있다. 크~~
익산에는 나를 반겨주는 아주 절친이 있다. 그 형이 살고있는 사택이 오늘의 베이스 캠프다.
이불이 많지 않아서 두 아들은 준비한 침낭 속으로 들어갔다. 사학과 출신답게 내일과 모레 일정까지 코칭을 해 준다. 그렇게 얘기 좀 하고 있는데 큰 아들이 먼저 코를 곤다. 덩치가 어느 새 나 보다 커져서 코 고는 소리도 우렁차다. 오늘 잠은 다 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