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의 인연은 만남을 통해 정 깊은 사연을 낳고, 하나의 만남은 더 큰 만남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작년 11월 19일에 정읍을 찾아와서 지역 내의 대표적인 고인돌을 둘러 보았던 고인돌사랑회 답사반이 지난 4월 14일(토요일) 오후에 다시 정읍을 찾아왔다.
고인돌사랑회의 이번 방문 목적은 지난 번 답사시에 보고 느꼈던 정읍고인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재확인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돌문화의 보고임에도 불구하고 정읍에는 문화재로 지정된 고인돌이 하나도 없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해소하고자 하는 열망때문이었다.
정읍 고인돌은 하나도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다
경기지역 고인돌을 연구한 공로로 2006년도 경기도문화상(인문사회과학부문)을 수상한 바 있는 우리나라 고인돌박사 4호인 우장문 자문위원과 고인돌사랑회 전국 정기답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는 김영창 부대표, 고인돌사랑회 창립멤머로서 고창고인돌에 정통한 유태길 동학농민혁명 문화관광해설사와 순창에서 고교교사로 재직중인 이남희회원 등 4인이 이번 답사행사에 참여하였다.
이번 답사의 정식 명칭은 고인돌사랑회 제34회 정기답사 정읍-부안편으로서 14일 오후엔 정읍을 답사하고, 15일에는 부안을 답사하게 되었다. 토요일인 14일은 유난히 행사가 많아서 어려움이 가중되었으나 날씨가 그나마 좋아서 1박 2일의 행사가 무사히 치루어져서 다행이었다.
덕천 상학리 3기의 고인돌, 문화재 지정이 마땅하다
덕천 상학리 고인돌의 구멍은 파쇄를 위한 시도로 보인다. 그곳에 있던 고인돌의 일부는 파괴되어 사라진 것으로 보이며, 남아 있는 3기의 고인돌은 위기를 넘기고 다행히 보존되었는데 그 가치는 문화재로 지정되어 마땅하다고 판단되었다.
또한 배영고교 옆 밭에 있는 고인돌은 굼(홈마크, 성혈)이 10여 개 파여져 있으나 반파되어 아쉬움이 컸고, 그 옆의 장대한 고인돌은 뒷편 두승산의 방향과 일치하고 형태상으로도 훌륭한 고인돌이라 할 것이다.
농소동 용계마을 고인돌, 삼보평 바라보는 입지가 탁월
농소동 용계마을 고인돌은 큰 덩치와 매끈함으로 나누어 볼 때에 각기 장점을 지니고 있다. 마치 머리를 내밀고 있는 듯한 매끈한 고인돌은 지정되어 마땅한 고인돌이며, 숲속 나무에 묻혀있는 장대한 고인돌은 주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용계마을 고인돌의 위치는 농소동사무소 인근 정읍교~ 제1공단으로 가는 녹두다리 일대의 평야가 바라보이는 곳이며, 특히 삼보평을 바라보는 입지가 탁월한 정읍을 대표하는 고인돌 위치로서 민묘와 어우러져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고부 만수동 고인돌, 관음사와 주민 모두 차밭 연계한 테마 공원 조성 원해
고부 만수동고인돌은 도로공사로 인해 이전 복원되어야 할 형편으로 구제발굴이 필요한 곳이다. 주민들은 이 고인돌군이 외부로 반출되는 것을 원치 않으며 관음사에서 부지를 제공할 경우에는 신설될 도로 윗쪽으로 복원할 것을 원하고 있었다.
사찰 측에서는 부지를 제공할 의향이 강하다고 하니, 차밭과 연결하는 테마공원으로 조성하는게 절실하다고 할 것이다.(차문화에도 관심이 많은 고인돌사랑회 답사반들의 경우에는 이번에 정읍차에 대한 인식도 갖게 됨)
정읍에서 고창가는 경로에 위치한 고인돌들, 일명 고인돌 루트
소성 중광리 고인돌은 입지조건이나 그 보존의 우수성, 군집된 수의 정읍 최다라는 특성, 황조향과 모조부곡 옛터 주변에 산재한 무명의 돌방무덤들과 1936년 정읍군지를 펴낸 장봉선선생의 탄생지로서 그 생가보존에 따른 중광리의 가치와 어울려 판단해야 한다고 제안하는 바이다.
입암 봉양리고인돌은 정읍에서 가장 훌륭한 고인돌 중의 하나이다. 고창과 정읍을 잇는 장소로서 지석이 뚜렸한데다 그 장대함이 돋보인다. 바로 인근의 성내면 용교고인돌의 우아함에 견주어 볼 때에 이 지역에는 강한 세력이 존재했다고 보여진다. 부안 변산의 서해안에서 호남정맥의 갈래인 갈재방향의 내륙으로 밀려 들어오는 위치이자, 고부천의 원류에서 가까운 율치와 봉양제의 사이에 위치하는 고인돌군이다.
정읍고인돌, 고창고인돌에 기죽을 일은 숫자뿐...
잠시 시간을 내어 방문한 고창고인돌공원에 들러보니 정읍고인돌이 기죽을 일은 숫자에 있을 뿐, 그 존재가치는 고창고인돌에 밀리지 않아 보였다. 유태길회원에게서 고창고인돌의 세계문화유산등록과정에 대한 증언을 들으며, 산속에 버려져 있는 바위에 불과했던 대부분의 고창고인돌이 빛을 얻게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부인고인돌 답사길, 마제석검 구경은 덤중의 덤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부안고인돌을 답사에서 부안고인돌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다. 김천희 구암리지석묘해설사의 노력으로 부안의 고인돌에는 일부나마 빛을 더했는데, 마제석검을 직접 만져보게 되어 기쁨이 컸다.
그리고, 부안의 고인돌에는 몇몇 장소에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정읍과 비교되었다. 부안의 고인돌은 크기가 장대한 편이고 거북등 모양의 盤岩이 많았다.
부안고인돌의 특징은 크고 거북모양의 반암이 많다는 점이다
구암리고인돌군이 1965년도에 사적 제103호로 지정될 정도로 부안고인돌은 장점을 인정받았으나 아직도 방치된 고인돌이 많고 미확인 고인돌도 많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어느 지역이나 비슷한데 그래도 부안은 고인돌공원에 대한 의욕이 있으나, 정읍지역은 그런 면에서 아쉬움이 크다.
인공위성사진으로 본 고인돌분포지도에는 지정된 고인돌이 있는 지역만이 표기되는지라 정읍은 역시 빠져있어 국립전주박물관 고고실 전북유적지도에 다른 시군에는 다 표시되어 있는 고인돌표시가 정읍만 유일하게 빠져 있는 것과 너무나 비슷하여 얼굴이 뜨거웠다.
입암 봉양 고인돌과 고창 성내 용교 고인돌...정읍과 고창 잇는 중요 고인돌
본인이 이번 답사에 있어 가장 신경을 쓴 것은 입암 봉양 고인돌과 고창군 성내면 용교고인돌을 안내하는 일이었다. 그 까닭은 이 두곳의 고인돌이 고창과 정읍을 잇는 중요한 고인돌로 판단되기 때문이었다. 더 나아가 가까운 고창군 신림면 가평리 입전마을 뒷편의 장대한 검바위(4m급의 대형)를 확인하고 싶었으나 아쉬움속에 다음을 기약하였다.
한가지 고백하자면 이번 답사에서 굳이 시기동고인돌을 제외한 것은, 그동안에 주변을 정비해 놓으려다가 끝내 아무런 일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지껏 청소를 한번도 하지 못한 점을 부끄럽게 여기면서, 마음을 속여야 했던 김영창부대표님께 송구한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문화재 지정이 어렵다면 표지판 세우고 분포지도 작성 쯤은 가능한데...
돌문화에 게재된 본인의 글을 읽으며 기쁜 한편으로 잘못 쓴 글에 대한 반성을 하게 되었다. 정읍의 지역사연구가인 김재영님의 글을 일찍 접하지 못하여 흑암마을의 고인돌에 대해 미확인 운운하는 표현을 쓴 점, 입암면 하부마을고인돌을 평암마을고인돌로 표기하고 평암을 들평자로 해설한 점을 시정하는 바이다. 관련되어 있는 분들의 양해를 바라며 신중한 글 쓰기를 다짐해 본다.
정읍고인돌 중에는 보존가치가 뛰어난 문화재급 고인돌이 여럿 있다. 지정에 따른 어려움, 가령 민묘와 함께 사유지 안에 자리한 고인돌을 지정하는 것이나 그 사후 관리의 어려움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적어도 중요한 곳만이라도 표지판을 세우고 고인돌분포지도를 작성하는 일은 시급히 꼭 이루어져야한다.
정읍에서 펴내는 여느 문화관광지도 혹은 유적지도에 고인돌은 단 1개소도 표기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제반 사항에 대해 시의회 차원의 배려를 부탁드리는 바이며, 14일 저녁의 음악회에서 만난 장학수시의원님의 격려 말씀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