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의 한약복용
1950년대 말에 독일에서 개발된 습관성이 없는 수면제인 탈리노마이드가 수면효과보다는 구역질과 구토나 멀미를 줄이는 약으로 많이 사용되다가 산모들의 입덧을 없애는 약으로 처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약을 복용한 산모에게서 기형아 출산이 속출하고, 1960년대 초에 이 약으로 인해 태아의 팔이나 다리의 성장이 억제된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위의 사례에서와 같이 임신중에 알게 모르게 복용한 약으로 인해서 기형아가 출산되거나 유산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 많은 분들이 한약을 포함해 임신중에는 어떤 약이라도 복용하면 안되는 것으로 알고 있기도 합니다.
한때는 임신중의 한약복용이 기형아 출산의 원인이 된다는 보고도 있었지만, 이는 기형아를 출산한 산모에게 문진을 통해 수집한 자료로 한약과 임신의 상관성을 밝힌 과학적 증거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한약이 태아에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서에도 부자나 대황같은 강한 성질을 가진 약재를 임신 금기약으로 정하여 임신중에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런 약재는 한의원에서 사용하는 수백가지 한약중에 극히 일부분으로 이러한 약재가 들어가는 처방도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정상적으로 교육받은 한의사가 임신중임을 알고도 그러한 약재를 처방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임신중에 많이 처방되는 약재는 20~30가지로, 식품으로 먹는 생강이나 마늘보다도 순한 약성을 갖고 있어 임신중에 먹더라도 거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임신중의 한약복용이 태아나 산모에게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입덧은 양방으로는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으나, 한방으로는 우수한 치료효과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참고로 일본같은 경우는 의대의 산부인과 교과서에 입덧에 쓰는 한약 처방이 수록되어 있을 정도입니다.
일본은 한의사 제도가 없이 양의사도 한약을 사용할 수 있는데 산부인과 의사의 70~80% 정도가 한약을 치료에 활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입덧에 복용하는 한약은 수천년간 임상시험을 거친 것이라 부작용에 대한 걱정없이 처방받을수 있는 것입니다.
임신중의 감기나 두통 식체 소화불량 설사 복통 피로 무기력 어지럼증 등 갖가지 증세에도 한약으로 치료할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하혈이나 복통등의 유산 징후가 있을때도 한약이 탁월한 효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또 임신 말기의 임신중독증에도 사용하거나 혹은 난산을 방지할 목적으로 처방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임신 중에는 흔히 무난하다고 생각하는 우황청심환은 우황이나 사향 등 임신 금기약이 들어가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또 열이나 화가 많은 임신부라면 인삼이나 녹용도 열을 조장할 수 있으므로 오래 복용해서는 안됩니다.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건강식품도 장기간의 복용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비타민이나 영양제도 과량 섭취하면 좋지 않습니다.
임신 초기에는 태아가 불안정하므로 계피나 후추 같은 방향성이 강한 향신료도 먹지 말아야 합니다.
임신 3~8주는 태아의 심장이나 폐 뇌 눈 사지 등이 형성되는 시기로서 음식이나 스트레스에 주의해야 하며, 커피나 술 담배에의 노출도 피해야 합니다.
이때의 충분한 영양섭취와 안정은 태아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에 어느 시기보다 중요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임신 기간을 선천의 기운을 받는 시기라고 하여 평생 건강의 토대라고 합니다.
임신중에는 함부로 약을 복용하여서도 안되지만 꼭 필요한 처방을 막연한 의구심만으로 복용하지 않아도 안됩니다.
전문 한의사에 의한 진찰과 처방이라면 임신중에 한약을 복용해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