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우리 조상들은 씨앗을 심을 때 꼭 세 알을 심었다. 한 알은 하늘의 새가 먹고 한 알은 땅 속의 벌레가 먹고 남은 하나를 사람이 먹기 위해서라고 한다. 말하자면 자연의 뭇 생명들과 공생하는 삶을 살아온 것이다.
씨앗이야 사람의 것일지 모르지만 땅 속에 들어가면 벌레나 새를 인위적으로 막는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니 많이 심어 함께 공생하는 삶의 지혜를 선택한 것일 듯 싶다. 그런데 새나 벌레가 먹든 안 먹든, 씨앗이 처음 자랄 때는 여럿이 함께 있어야 서로 협동하여 잘 자란다. 나중에 꽤 자랐을 때는 서로 부대껴 솎아주어야 하는데, 솎아준 것도 버리지 않고 다 먹을거리로 이용한다.
어쨌든 밭에다 직접 파종할 때는 씨앗을 조금 많이 뿌려주는 게 좋다. 뿌리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점파(點播, 점뿌림), 선파(線播, 줄뿌림), 산파(散播, 흩어뿌림)가 그것이다. 점파는 하나하나 구멍을 파서 심는 방법이고, 선파는 호미로 홈을 줄 긋듯이 파서 죽 심는 방법이고 산파는 말 그대로 흩어 뿌리는 방법이다. 이런 파종 방법은 작물 종류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직파할 것인가 모종할 것인가에 따라 다르기도 하고, 양을 대량으로 할 것인가, 소량만 할 것인가에 따라 다를 수가 있다.
콩을 심을 때는 점파식으로 해서 세네알 씩 심는 게 좋지만 대량으로 할 경우는 산파를 하여 흙을 뿌려 덮거나 아주 대량이라면 로터리를 쳐 버리는 경우도 있다. 포트에다 모종을 키울 목적으로 심을 때는 당연히 점파를 하지만, 포트가 아닌 모판에다 심을 경우는 선파나 산파를 한다. 선파나 산파를 할 경우는 나중에 솎아줄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파종을 한 후 흙을 덮어주는 두께는 항상 씨앗 두께의 두세 배를 덮어준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흙의 습기 상태에 따라서는 융통성 있게 해 주는 게 요령이다. 가뭄이 심할 때는 되도록 조금 두껍게 심어주는 게 좋다.
얇으면 씨앗이 금방 말라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가능하면 씨앗을 뿌리기 전에 흙에다 물을 뿌려주면 좋다. 그러나 뿌리고 나서는 물을 뿌려서는 안된다. 오히려 더 물이 말라버릴 수 있다. 반대로 장마가 져서 흙에 습기가 많으면 얇게 심어주는 게 좋다. 깊게 심으면 수분이 너무 많아 씨앗이 곯거나 삭아버릴 수 있다. 그러니까 씨앗 두께의 두세 배를 원칙으로 하되 습기 여부에 따라 얇거나 두껍께 덮어주면 되는 것이다. 배추나 상추 같이 씨앗이 너무 작은 것은 비 피해가 우려되므로 모종을 키워 옮겨 심거나 직파를 하더라도 비가 오고나서 심는 것이 좋다.
요즘은 일기예보도 자주 빗나가 하늘의 변화를 쉽게 장담할 수야 없지마는, 어쨌든 씨앗이 작으면 비가 쏟아져 씨앗이 다 공기에 노출되거나 빗물에 튀겨 나가 버릴 수가 있기 때문에 날씨 변화를 잘 알아보고 비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한다. 씨앗이나 모종을 심을 때는 간격을 잘 띄우는 것도 매우 중요한 것인데, 작물이 다 자랐을 때를 염두에 두고서 그 포기만큼 띄워야 한다.
참외나 수박 같이 옆으로 넝쿨을 뻗는 것은 사방이 1㎡정도 되게 널찍하게 심고, 벼나 보리 같이 위로 죽 솟는 것은 한 뼘 간격이 좋고, 배추나 무 같이 잎사귀를 널찍하게 늘어뜨리는 것은 4-50cm 정도가 좋고, 고추나 가지 같이 가지를 옆으로 뻗는 것도 4-50cm 정도가 좋다. 반면 줄 간격은 이런 포기 간격에 약 1.5배 정도 띄운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한편 콩이나 옥수수 같이 곡식류 씨앗은 까치 같은 새들의 피해가 우려되는데, 말이야 새의 먹이를 위해 세 알을 심는다고 했지만, 요즘은 매나 수리 같은 천적들이 없어 까치 놈들이 극성을 부려 피해가 꽤 심각하다.
이 또한 생태계가 망가지는 바람에 생긴 문제인데, 옛날 조상 농부들의 아름다운 마음마저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어 씁쓸하기 그지없다. 씨앗을 심어 놓은 밭에 까치 놈들이 나타나면 한 알만 먹는 게 아니라 거의 전멸해 버리곤 한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제일 확실한 것은 비닐 하우스 같은 곳에다 모종을 키워 옮겨 심거나 모종을 사다 심는 게 제일 좋은데, 번거롭고 돈이 들기도 한데다 옥수수 같은 것은 직파해야 잘 크는 작물이어서 모종 방법이 가장 확실한 방법은 아니다.
이에 대한 방법으로는 밭 주변에 반짝이 띠를 달아놓아 반사되는 빛으로 새의 접근을 막거나, 씨앗 자체를 목초액에 담가 놓았다가 음지에 말려 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숯을 구울 때 나오는 연기를 액화하여 받은 액체인 목초액은 그 특유의 불 냄새 때문에 새들이 먹지를 못한다. 그런데 먹지는 않지만 괜히 부리로 쪼아 씨앗을 망치기도 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꼭 세네 알을 심는 게 좋다. 목초액은 숯가마 있는 곳에 가면 쉽게 구할 수 있지만 양을 적게 팔지 않아 텃밭 농사에서는 불필요하므로 조금 비싸더라도 종묘상에 가서 사는 게 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