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양상문 당시 LG 투수코치가 선정되었을 때, 팬들의 의견은 양분 되었습니다. 새로운 감독에 대한 목마름보다는 전임 김용철 감독대행에 대한 애정이 더 깊었기 때문에 양상문 신임감독에 대한 기대치가 그리 높지 않았던 분들과 새로운 분위기에서 거인을 재건하자는 분들로 나뉘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한 팬들간의 논란을 뒤로한 채, 양상문 신임감독이 부임한 이후, 롯데구단은 이전과 달라진 행보를 보이기 시작합니다. 원년부터 롯데팬 이라고 자신하시던 분들도, 실업시절부터 롯데를 응원하시던 분들도, 그리고 이제 막 롯데 자이언츠를 사랑하게 되신 분들도 모두 깜짝 놀랄만한 움직임을 보이게 됩니다.
과거 짠물경영, 인색한 구단이라는 오명(汚名)을 영원히 벗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롯데구단은 과감히 60억을 호가하는 금액을 투자하여 올 FA(Free Agent) 시장에서 소위 " 빅3 " 라 불렸던 정수근 선수를 영입하는데 성공합니다. 그리고 선발 투수진을 보강하기 위해 이상목 선수를 영입하는 성과를 거둡니다. 이 당시에 팬들의 열망은 솔직히 정수근 선수와 이상목 선수보다는 " 마해영 선수 " 에 기울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다른 의견을 가지신 분들도 계셨지만 마해영 선수를 영입함으로 소총부대의 이미지도 탈피하고 투자에 대한 마인드를 간접적으로 확인하고자 하셨던 분들이 아주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양상문 신임감독의 내년시즌 구상에는 아쉽게도 마해영 선수가 빠져 있었고 그 결과 마해영 선수는 기아로, 그리고 정수근, 이상목 선수가 새로운 거인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내년 시즌 자이언츠의 타선을 살펴보면 짜임새는 더욱 높아질 수 있지만 슬러거(Slugger)에 대한 갈증이 여전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대호 선수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고 하나 아직까지는 이대호 선수가 팬들에게 각인시켜준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저 " 유망주 " 라는 딱지를 아직껏 달고 있을 뿐입니다. 그리고 마리오 엔카네이시온 선수가 빠질 것이 확실시되는 클린업에는 손인호와 이대호가 자리잡기는 아직도 여전히 무언가 부족해 보입니다.
그러나 몇 일전, KBO 이사회에서 아주 고마운 결정을 내려 주었습니다. 바로 그간 메이저리그 몬트리올 엑스포스와의 이중계약 문제로 한국에서 뛰지 못하는 제한선수(Restricted player)로 공시되었던 펠릭스 호세의 징계를 풀어준 것입니다. 그간 롯데구단의 노력도 있었고, 호세 선수 자체적으로 탄원서를 KBO에 넣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징계해제의 직접적인 이유는 그간 침체된 구도(球都) 부산시민들의 상심과 절망을 소위 " 한국야구위원회(KBO) " 라는 곳에서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승엽 선수의 해외진출로 더욱 한국프로야구의 열기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와 부산(釜山)이라는 황금연고시장의 흥행실패를 더 이상 지켜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이에 펠릭스 호세의 영입소식은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입니다. 롯데구단이 적극적으로 영입에 임하고, 호세 선수의 국내무대 복귀의사가 강하다면 호세 선수가 한국으로 오는 것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없습니다. 원소속구단이 5년 간 우선협상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호세 선수는 계약조건만 맞는다면 다시금 부산갈매기의 일원이 되는 것에 하자(瑕疵)가 없다는 것이지요.
호세 선수의 징계해제에 대한 각 팬들의 반응은 천양지차(天壤之差)였습니다. 우선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시는 분들에겐 그야말로 가뭄 끝에 단비와도 같은 희소식이었습니다. 3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던 자이언츠이기에 거인을 응원한다는 자체가 대단히 힘이 들었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음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런 끝에 FA 선수를 2명이나 영입하고 그 여운이 가시기 전에 펠릭스 호세의 징계해제 및 롯데구단과의 계약접촉이라는 기사를 접한 것은 그야말로 엄청난 일이었던 것이지요. 하지만 타구단의 팬들은 의견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호세의 국내무대복귀로 인해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고 좋아하는 구단을 초월한 순수한 야구팬들도 계시지만, 호세 선수의 이미지를 폄하하며 그의 실력을 의도적으로 비하하는 팬들이 많은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이에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시는 모든 분들이 다들 알고 계시는 몇 가지 사실들.. 그렇기에 타구단 팬들이 비하시키는 호세 선수에 대한 몇 가지 단상들을 제 나름대로의 " 주관적인 " 논거(論據)로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 타구단 팬들의 주장 (1) - 호세는 이제 늙었다 ●
도미니카 공화국의 Santo Domingo에서 1965년 5월 8일에 출생한 펠릭스 호세는 올 시즌 멕시칸리그와 메이저리그, 그리고 도미니칸 윈터리그를 두루 경험했습니다. 이른바 " 도미니칸 야구재벌 " 로 분류되는 펠릭스 호세(Felix Jose ; 풀네임은 Domingo Felix Andujar Jose)는 거상(巨商)의 아들로 태어났기에 사실 야구가 아니라도 돈에 대한 부족함은 느끼지 못하는 부유한 집안의 출신입니다. 하지만 펠릭스 호세의 나이를 근거로 이제 호세 선수가 아무런 활약을 보이지 못할 것이라 주장하는 타구단 팬들은 솔직히 어폐(語弊)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의 기록을 간단히 살펴봅니다.
1) 멕시칸리그 - Mexico Diablos Rojos
2002년 9월, MLB 애리조나 디백스(Arizona D-backs)의 40인 확장 로스터에 들어 총 13경기에 나왔던 펠릭스 호세는 19타수 5안타, 0.263의 초라한 성적으로 2003년 애리조나와의 재계약에 실패합니다. 그 뒤 호세 선수는 한국무대의 복귀의사를 피력하며 그 가능성을 타진했으나 KBO의 강력한 반대로 그 꿈이 무산된 후, 멕시칸리그에서 뛰게 됩니다. 2003년 시즌 초창기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서 초청선수로 활약을 했으나 재계약에 실패한 호세가 멕시칸리그를 선택한 이유는 다름 아닌 이적이 비교적 자유로운 곳이었기 때문입니다. 월봉제를 시행하는 탓에 구단이 선수를 붙잡아 둘 당위성이 적고, 호세 역시 시즌 중반이라도 한국 무대로 복귀하려는 의지가 조금은 있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2001년 시즌, 공갈포였던 아지 칸세코의 퇴출 이후 뉴욕 양키스와 재계약에 실패한 호세가 국내로 돌아온 전력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자이언츠에서 좋은 활약을 보였고 내년 재계약이 확정된 로레르트 페레즈(Robert Perez)와 나란히 3,4번을 쳤던 호세가 입단한 멕시칸리그의 구단은 Mexico Diablos Rojos입니다. 굳이 영어로 뜻을 번역하자면 Mexico Red Devils 가 됩니다. 붉은 악마라는 뜻이지요. 이 역시 우연치곤 썩 기분 나쁘지 않는 우연이라 생각되었습니다.
뒤늦게 합류했음에도 맹활약을 보여 소속 구단이 멕시칸리그 북부리그(Zona Notre)에서 리그 2위를 하는 견인차 역할을 했던 호세 선수는 Mexico Diablos Rojos에서 89경기에 나와 334타수 126안타를 기록, 0.377의 고타율을 자랑합니다. 19개의 홈런과 83개의 타점을 양산했던 호세 선수는 54개의 삼진에 비해 66개의 사사구를 골라내어 녹슬지 않은 선구안을 자랑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10개의 도루를 기록했으며(3번의 도루사도 있습니다) 89경기 중 35경기에서 외야수로 출장, 단 한 개의 실책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단순비교는 어렵습니다만, 한국야구와 비슷한 수준인 멕시칸리그에서 이런 활약을 보인 호세 선수를 누가 폄하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듭니다. 분명 펠릭스 호세는 타 선수에 비해 레벨이 다른 선수라는 것입니다. 타구단 팬들이 주장하는 고령의 나이는 그저 기우에 불과한 것이지요.
2) 메이저리그 -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그리고 도미니카 윈터리그
메이저리그 스카우팅 리포터에 보면 호세 선수의 평가가 있습니다. 뛰어난 선구안과 성실한 플레이, 그리고 도미니카 출신 선수들이 거의 그러하듯 대학을 나오지 않고 바로 프로무대에 뛰어든 탓에 기인한 착실한 기본기를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호세 선수의 타격에 대한 코멘트는 " Power " 와 " Patient " , 단 두 가지뿐입니다. 저 역시 이 두 단어면 호세의 타격에 대한 설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
2003년 40인 확장 로스터에 들어간 호세 선수는 18경기에 나와 18타수 6안타, 그리고 타수에 비해 적지 않은 6타점을 올리며 0.333의 타율을 기록했습니다. 18타수 동안 6개의 사사구를 골라낸 것도 무시 못할 성적입니다. 즉, 적은 타수에 비해 아주 효율적인 성적을 기록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재계약에는 실패했습니다. 애리조나가 지금 리빌딩중이고 비교적 젊은 선수들로 꾸려 나가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이었죠. 하지만 고향인 도미니카 윈터리그에서의 성적(3홈런)으로 다시 애리조나는 호세 선수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습니다. 지금 롯데구단의 유일한 걸림돌이 되는 계약이라면 계약이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계약인 것입니다.
타구단 팬들이 주장하는 고령(高齡)의 나이.. 분명 65년생인 호세에게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호세선수는 분명 그러한 점을 실력으로 상쇄(相殺) 시켰습니다. 부산 시민들이 호세를 기다리며 열광하는 이유는 바로 그러한 점을 높이 사기 때문입니다. 그저 거인부활의 오마쥬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실력있는 야구선수의 복귀를 기다리는 것이라는 겁니다.
● 타구단 팬들의 주장 (2) - 호세에 관한 여러 가지 악성 루머 ●
1984년부터 메이저리그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팜 시스템에 의해 조련되었던 펠릭스 호세는 메이저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4번이나 수상한 당시 오클랜드 감독이었던 토니 라루사(Tony LaRussa ; 現 세인트루이스 감독)의 전격적인 발탁으로 메이저에 입성했습니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5번째로 변호사 자격증을 획득한 라루사 감독은 호세 선수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호세 선수가 개인적으로 밝혔듯이 선수가 가져야 할 기본자세는 라루사 감독에게서, 그리고 승부에 임하는 호승적인 태도는 조 토레 現 뉴욕 양키스 감독에게 배웠던 호세 선수는 자기 몸관리에 아주 철저한 모습을 보입니다.
타구단 팬들은 호세 선수의 약물복용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경주용 말에게 투여하는 근육강화제를 호세 선수가 복용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결론적으로 솔직히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펠릭스 호세가 약물을 복용했다고 언론에 폭로한 선수에 대한 신상정보는 아무도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호세 선수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을 때였고, 스포츠 신문 등에서 이를 부채질 했을 공산이 아주 큽니다. 경주용 말에게 먹이는 흥분제를 호세 선수가 먹었다는 것, 도저히 상상조차 되지 않는 일입니다. 타구단 팬들은 배영수 폭행사건 및 관중에게 배트를 던진 사건을 약물복용의 근거로 들고 있지만, 사실상 그 사건은 약물과 전혀 상관없는 행동입니다. 그 당시에 1루 철망을 잡고 관중과 실랑이를 했던 박영태 현 2군 감독님의 행동은 그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분도 역시 약물을 복용했다고 주장할 것입니까?
그리고 배영수 폭행사건에 대한 호세의 나쁜 이미지로 특히 삼성구단 팬들에게 호세 선수는 그야말로 마귀와도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연속 고의사구를 던진 투수에게 화가 나서 달려가는 일, 물론 폭력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때문에 호세 선수는 징계를 받았고 각종 시상에서 탈락하는 그야말로 " 댓가 "를 충분히 치루었습니다. 하지만 국민타자니 아시아 홈런왕이니 하는 타이틀에 눈이 멀어 폭력을 행사한 이승엽 선수의 낮은 징계 수위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까? 그 당시 이승엽 선수는 정당한 폭력이었습니까? 호세 선수는 이미 배영수에게 몸에 맞는 볼로 출루한 상태, 즉 1차적인 피해자였습니다. 그러나 이승엽 선수와 서승화 선수의 사건에서 이승엽 선수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였습니까? 한마디로 호세 선수는 그릇된 윤리관을 가진 한국프로야구관계자들에 의해 매장 당한 선수입니다. 형평성(衡平性)에 어긋난 징계를 받은 선수라는 것입니다. 배영수 선수의 행동 역시 잘했다고 할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물론 폭력을 행사한 호세 선수를 옹호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누구나 스포츠를 하면서 이해할 수 있는 대목, 넘어갈 수 있는 대목을 외국인 선수라고 해서, 그리고 이승엽 선수와 각종 시상을 다투고 있는 선수라고 해서 불공평하게 처리를 한 KBO 관계자들이 그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 외 일반적인 사생활 문제에서 타구단 팬들은 이른바 텍사스 거리의 황제라고 빗대어 호세 선수를 매도합니다. 그러나 이 문제는 이른바 오프시즌 때 문제를 일으켰던 몇몇 선수들, 그리고 윤리의식에 문제가 있었던 몇몇 한국 선수들에 비해 호세 선수는 아무런 비난을 들을 이유가 없습니다. 최소한 호세 선수는 술을 먹고 행인을 때리진 않았습니다. 최소한 호세 선수는 혼빙간음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필요가 없을 것 같습니다.
이상으로 간략히 호세 선수에 대한 제 개인적인 " 주관적인 " 단상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주관적인 생각을 여과 없이 쓴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오해의 소지가 있음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오랜만에 롯데 자이언츠 홈페이지에 불고 있는 팬들의 관심을 보면서 호세 선수에 대한 제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팬들이 호세 선수를 기다리는 이유는 단 한가지입니다. 바로 그가 " 야구를 잘하기 때문 "입니다. 즉 야구를 제대로 할 줄 안다는 것에 그를 기다리는 이유가 있는 것입니다. 정말 거의 창단 이후 처음으로 제대로 된 투자의지를 보이고 있는 롯데구단을 바라보면서 많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여태 쌓였던 실망과 불만이 모두 희망으로 바뀐 것은 아닙니다만, 일말의 기대 정도는 가져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희망과 기대의 화룡점정(畵龍點睛)이 " 펠릭스 호세의 영입 " 이라는 것, 아마도 자이언츠 팬들께서는 모두 공감들을 하실 것입니다.
한가지 덧붙이자면 호세 효과를 본 선수들은 모두 자이언츠를 타의에 의해 떠났습니다. 조경환 선수가 그랬고 마해영 선수가 그랬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받쳐줄 타자가 있다는 것, 상대투수에게 위협이 되는 타자가 있다는 것, 타석에 들어서는 것만으로 팬들을 흥분시키는 타자가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호세 선수가 자이언츠로 돌아와야 하는 필요 충분한 이유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바로 제 짧은 단상이 바로 호세 선수의 복귀에 대한 강한 열망에서 출발했기 때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