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장은 나무 밑에 유골 매장하는 방식
수목장은 장례 매장방식 중 하나로 나무 밑에 유골을 묻는 방식이다. 화장을 하던 불교계에서 일부 시행되던 매장방식인데 2004년 9월에 김장수 교수의 수목장이 화제가 되면서 몇 년만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매장방식이다.
임학자인 고려대 김장수 농대 교수는 '죽어서 나무로 돌아가겠다'는 고인의 뜻에 따라 양평의 고려대 농대 연습림의 참나무 아래에 구덩이를 판 뒤에 유골을 넣고 흙으로 덮어 수목장을 치렀다. 묘비도 없이 참나무에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라는 팻말을 하나 단 것이 전부다.
수목장은 나무 밑에 땅을 파고 유골 묻는 것으로 끝
수목장은 적당한 나무 밑에 땅을 파고 화장한 뼈가루(유골)를 담은 생분해 항아리를 묻고 흙으로 덮으면 끝이다. 항아리는 대개 몇 달에서 몇 년 정도 지나면 흙으로 분해되므로 뼈가루와 항아리는 자연의 일부로 돌아간다.
수목장은 묘지 땅이 필요 없는 친환경 매장방식
수목장은 친환경 매장방식으로 서구에서도 각광받기 시작한 방식이다. 기존의 매장방식인 산소나 화장한 유골을 납골하는 납골묘 등의 묘지방식은 너무 많은 면적을 차지해 국토의 상당부분을 잠식하고 석물 등의 장식물로 인해 빈부 위화감을 조성하는 문제가 있다. 보건복지부 발표에 의하면 전국에서 묘지가 차지하는 면적은 국토의 1%인 998km2에 이르며 매년 20여 만 기의 묘지가 새로 생기면서 600여ha씩 차지한다고 한다.
그래서 산소와 납골묘방식에 대한 대안으로 나온 것이 화장한 뼈가루를 항아리에 담아 모시는 납골당인데, 납골당 역시 산을 깎아 돌이나 콘크리트로 건물을 세우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산소나 화장 유골을 모시는 공동묘지보다는 공간을 덜 차지하지만 납골당 건립과 유지에 적지 않는 공간과 비용이 든다. 또한 납골당 역시 화려한 장식물 때문에 위화감을 조성하고 주변 환경을 해치는 문제가 있다.
반면 수목장은 기존 나무 밑에 묻기 때문에 매장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나 납골당 같은 시설물이 필요 없으며, 유골이 흙 속에 산골되어 묻히기 때문에 그야말로 100% 친환경 매장방식이다. 또한 나무 밑에 작은 구덩이를 파고 묻는 것이라 묘지비용이 들지 않는다. 사실상 비용이 0원에 가까운 방식이다. 값 비싼 장식물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허례허식이 없고, 땅 없고 돈이 없는 서민에게 유용한 매장방식이다. 이 때문에 국내 사찰들은 물론이고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투어 수목장을 마련하는 일에 나서고 있다.
사설수목장의 경우 호화수목장을 위한 산림훼손 문제 안고 있어
그러나 수목장은 아직 시행초기라 여러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먼저 제도가 정비되지 않아 법적인 문제가 걸린다. 또한 시행 초기인데도 벌써부터 변질된 수목장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원래 수목장은 기존 숲이나 공원의 아무 나무 밑에 뼈를 묻는 방식인데, 별도의 수목장을 마련하기 위해 나무를 벌목해 길을 내고, 화려한 시설을 만드는 수목장이 등장하면서 수목장의 본래 취지를 살리지 못 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에게나 수목장을 허용할 경우 나무 종류나 주변 조경에 따라서 수 백만 원에서 수 천만 원 짜리 수목장이 등장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수목장 나무 한 그루는 이미 몇 백만 원 정도를 호가하고 있다. 이미 사설 수목장의 경우 길을 내거나 비석을 세우거나 부속건물을 세우기 위해 산림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투기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수목장은 정부가 소유하는 국공유림에만 허용하고 관리도 정부에서 엄격하게 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정부에서 관리하는 것 또한 부담스러운 면이 있다.
유럽에서는 평범한 숲으로 인식해 정부에서 관리
유럽에서는 수목장의 창시자로 알려진 사람이 스위스 프리드 발트(Fried-Wald)사 대표인 우엘리 자우터씨도 한국의 수목장 열풍이 부동산투기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독일과 스위스의 수목장은 장묘시설이 아닌 평범한 숲으로 보인다. 자우터씨는 '숲은 곧 사람이 돌아갈 곳이며, 숲은 사람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가장 적지'라고 말한다. 때문에 수목장으로 사용하는 숲을 가보면 묘지 방문객들이 아닌 숲을 산책하는 일반 시민들을 만날 수 있다. 숲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들 국가에서는 자치단체나 정부의 산림 부서가 담당한다.
수목장은 묘지 공간이 필요 없기 때문에 국토를 훼손하지 않으며 묘비를 비롯한 별도의 건축물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며,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에 호화장묘문화를 개선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런 장점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합리적인 제도와 법규 마련에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