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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한계곡 잣나무숲
- 노르웨이의 깊은 숲에 든 듯한 느낌을 아는가. 하얀 눈이 세상을 고요하게 가라앉히면 더 아름다워지는 직선의 잣나무 숲. 순백으로 고요하여 희희낙락 걸었다간 경망스러움에 숲이 가진 맛깔스러움을 하나도 맛보지 못할 것만 같은 숲 말이다. 물한계곡 잣나무 숲은 사계 중에서 눈 쌓인 설경이 제일 매력적이다. 푹신푹신한 육산의 너른 터에 자로 잰 듯 죽죽 시원하게 뻗은 잣나무는 기운을 조용히 가라앉히는 명상가 같은 힘이 있다. 꼭 겨울이 아니라도 숲은 어느 때고 노르웨이의 숲에 온 듯한 고요함을 내어준다. 다만 북유럽의 원시림처럼 나무가 커다랗지 않고 끝없이 펼쳐지지 않는 것이 숲의 한계다.
민주지산(1,241.7m)은 충청도·경상도·전라도가 만나는 곳에 있다. 위성봉으로 동쪽엔 석기봉과 삼도봉을, 북쪽엔 각호산을 거느리고 있다. 이 중에서 삼도봉이 충청북도 영동군과 경상북도 김천시, 전라북도 무주군의 경계가 만나는 지점이며 대간 줄기가 대덕산과 부항령을 지나 질매재와 황악산으로 이어진 백두대간상의 산이다.
산세는 전체적으로 유순하고 부드러운 전형적인 육산이다. 산의 덩어리가 크고 높아 뛰어난 계곡미를 지닌 골짜기를 여럿 거느리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물한계곡이다. 물한계곡은 물이 맑고 산이 깊어 사철 수량이 많고 소와 폭포가 있어 여름철엔 많은 피서객이 찾는다. 다만 산 입구부터 2.7km 가량 이어지는 등산로 곁에 상수원 보호를 위해 파란 철망을 쳐 놓아 흉물스럽다. 초입에서 오른쪽 비탈로 이어진 임도가 있는데 각호골로 이어진 길이다. 각호골은 찾는 이가 적어 보존이 잘돼 있으며 잣나무 숲이 정갈하게 조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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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물한계곡의 맑은 계류 2.삼도봉 정상. 백두대간의 첩첩산중이 장쾌하다 3.자로 잰 듯 시원하게 뻗은 잣나무.
- 산행은 영동 물한계곡이 들머리다. 가장 긴 코스는 각호골로 각호산에 올라 종주해 민주지산과 석기봉·삼도봉을 거쳐 물한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이며 등산인이 가장 많이 타는 코스는 쪽새골로 민주지산에 올라 석기봉과 삼도봉을 거쳐 물한계곡으로 내려오는 코스다. 그러나 15km에 8시간 정도 걸리는 코스이므로 아침 일찍부터 나서야 한다. 쪽새골은 가파른 편이므로 편하게 오르고자 한다면 완만한 물한계곡을 타고 능선의 삼막골재에 닿아 종주하는 방법도 있다.
숲을 음미하며 여유 있게 산행하자면 굳이 민주지산 정상을 고집하지 말고 삼도봉만 오르면 된다. 물한계곡을 지나 상류 골짜기인 미니미골로 해서 대간 능선인 삼막골재에서 삼도봉에 오른 다음 석기봉 방향으로 가다 은주암골로 다시 물한계곡에 내려오면 된다. 12km에 5시간 정도 걸린다. 둘레길 걷기처럼 편하게 숲만 즐기고자 한다면 미니미골폭포
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것도 방법이다. 주차장에서 미니미폭포까지 4km 거리이지만 경사가 완만하고 길이 널찍해서 산책 수준이다.
민주지산의 다른 매력은 조망이다. 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까지 정상부는 모두 트여 있어 첩첩산중의 산경을 감상하기 좋다. 각호산과 민주지산, 석기봉 꼭대기는 육산답지 않은 암릉이 있다. 민주지산 정상 부근의 능선에는 무인대피소가 있어 일출 산행지로도 좋다. 무인대피소에는 기반시설이 없으므로 야영장비를 준비해야 한다.
민주지산은 주능선에 바위가 솟은 곳이 곳곳에 있으나 전반적인 산세를 보면 부드러운 육산이다. 등산로가 깔끔하게 정리된 산은 아니지만 딱히 위험한 길도 없다. 일단 주능선에만 올라서면 각호산~민주지산~석기봉~삼도봉을 잇는 산행이 수월한 편이다. 다만 첩첩산중이라 충청도·전라도·경상도 세 곳 중 어디에서 접근해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러므로 당일산행을 할 경우 새벽 일찍 집에서 출발하거나 되도록 짧은 코스로 잡는 것이 좋다. 올해의 경우 능선상에 5월 초에도 잔설이 남아 있었으므로 산행장비 역시 허술해선 안 된다.
능선과 계곡으로 난 등산로가 선명해 전체적으로 길찾기에 어려움은 없다. 다만 초입에서 황룡사 입구가 산길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갈림길에서 오른쪽 오르막길로 가야 한다. 황룡사는 근래 지어진 절이라 볼거리는 없다.
교통
물한계곡은 원점회귀 산행이 가능해 승용차를 이용하는 것이 대중교통보다 편리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영동을 기점으로 삼아야 한다. 영동은 경부선이 지나므로 열차편이 많다. 서울역에서 영동 가는 열차는 20~30분 간격으로(05:55~22:55) 새마을호와 무궁화호가 운행한다. 영동역에서는 물한리행 시내버스를 탄다. 영동역에서 나와 왼쪽을 바라보면 버스정류소가 있다. 이곳에서 1일 5회 운행(06:20, 07:30, 12:10, 14:40, 17:50)한다. 1시간 정도 걸리며 요금은 3,900원이다. 물한리에서 영동으로 나오는 버스 역시 1일 5회(07:30, 09:30, 14:20, 17:00, 19:10) 운행한다. 동일버스(043-743-7500), 영동콜택시(743-3961, 011-463-3221).
숙박
물한계곡 입구에 식당과 민박이 있다. 삼도봉민박매점식당(745-7767)은 표고덮밥과 송이덮밥, 송어회와 민물매운탕을 한다. 그 밖에도 민주지산장(745-7977), 파라다얀민박식당(010-6637-6634), 풀하우스펜션(011-406-6962), 서울상회민박(745-2803)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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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계곡 상류까지 임도가 나 있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