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 교민지 생활수필 32
남편이 운전면허 시험에 합격 하던 날
이강촌
남편은 다섯번 떨어지고 여섯번째 도전한 운전 시험에 오늘 합격했다. 계면쩍은 미소를 지으면서 차에서 내리는 남편에게 다가가 나는 미리 준비하고 있던 꽃다발을 안겨주었다. 그 꽃다발은 다시 호랑이 같이 무섭기만 하던 감독관(남편의 지칭) Keree 씨에게 전해졌고 Keree 씨는 남편이 내미는 꽃다발을 전달 받자 ‘Pass, Thank you, very much’ 라고 유쾌하게 인사하고 크게 손을 흔들면서 멀어져 갔다.
오늘도 남편은 오전 10시에 운전면허 시험을 보기 위하여 감독관을 곁에 앉히고 뒷좌석에 통역사를 싣고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자동차에 키를 꽂았다. 다 늦은 나이에 만리타국에 와서 시험대에 오른 남편, 그것도 다섯번이나 떨어지고 6번째의 시험인지라 사실 이번에는 걱정이 좀 되긴 했었다. 만약에 오늘도 감독관이 ‘No good’ 하고 내린다면 그 민망해 하는 남편의 모습을 어찌 본단 말인가. 아들 아이들을 대학입학시험 장에 들여보내놓았을 때의 심정과 조금은 닮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거리를 서성거리다가 마침 꽃집이 보이기에 들어갔던 것이다. 사실 시험에 패스를 한다면 그깐 꽃다발이 있건 없건 문제 될 것이 없겠지만, 나는 지금 패스를 하지 못하고 어리벙벙한 모습으로 차에서 내릴 남편을 생각하면서 어떤 위로의 말 대신에 내밀 참으로 준비했던 꽃다발이 다행하게도 합격을 축하하는 꽃다발이 되었던 것이다.
지난번까지만 해도 ‘No pass’ 하고 내리는 남편에게 ‘대수롭잖은 일’ 로 가볍게 여기길 부탁했지만 오늘 아침에는 내가 볼까 봐 돌아서서 우황 청심환을 까서 먹고 있는 남편을 보았는지라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 보다 더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지난해 3월,이 나라에 와서 국제면허증으로 운전을 시작했던 남편과 나는 왼쪽 운전대가 오른쪽으로 바뀐 어색함이 없어지자 지난해 6월부터 운전면허 시험 볼 준비를 했던 것이다. 그런데 첫번째 시험에서 내가 통과를 해버리자 그것이 남편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 같았다. 한국에서 30여년 간 운전을 해온 나와 평생 운전을 하지 않고 살아 온 자기와 어떻게 같으냐고 내가 상황 설명을 하면서 위로하려고 했지만, 남자체면 운운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신경 거슬리는 일인 모양이었다.
남편은 한국에서 면허증을 가지고 있기는 했지만 운전은 거의 하지 않고 살았다. 직장에서는 아랫사람들이 있으니 운전대 잡을 기회가 없었고 집에서는 내가 손과 발이 되어 움직여 주니 술 한 잔씩 하기를 즐기는 그는 운전대를 잡지 않아도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살았었다. 그러나 이 나라에 와서 살게 되고 보니 잠시라도 운전을 하지 않고는 답답하기 짝이 없는 노릇이 아니던가.
첫번째는 우선 순위를 지키지 않아 떨어지고, 두 번째는 백미러를 보지않아서 떨어지고, 세 번째는 감독관이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고 떨어뜨리고, 네 번째는 너무 서행해서 떨어지고, 다섯번째는 신호위반해서 떨어지고... 남편은 떨어질 때마다 실수했다고 안타까워 하면서 다음 번에는 확실하게 합격할 비방을 찾느라 고심하는 듯해 보였지만 아무리 고심한들 규칙을 준수하고 그것을 숙달 시키는 일 외에 비방이 따로 있겠는가.
사실 나는 남편이 면허 시험에 몇 번 떨어지는 것을 보면서 안타깝게 생각하기는 했지만 그러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아무리 교습을 받았다고는 하나 자동차 핸들 돌리는 모습이나 어떤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이나 운전에 서투른 것이 내 눈에도 보이는데 단박에 패스를 한다면 오히려 이 나라의 자격시험 평가를 의심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Keree씨가 꽃다발을 크게 흔들면서 사라지자 남편 왈, “지난번에 신호위반 했다고 떨어뜨리기에 이번에는 신호 앞에서 완전히 기어갔지. 우 하 하 하!? ’
호쾌한 남편의 웃음소리가 Orewa 의 거리를 활기차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첫댓글 5전6기의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건강하고 예쁜 마누라 강촌님의 꽃다발을 받으신 장부님에게,
재미 있게 읽었습니다. 무더위에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강촌님!!
강촌님의 귀가는 아직 멀었는지...
고맙습니다. 강촌이 없는 동안 강촌 생각해 주셨네,ㅎㅎ 강촌 귀가했음을 신고합니다. 충성!
운전면허 이야기하셨네 뉴질렌드에 ㅇ게실때였구나 ㅎㅎㅎ
수현님, 이뻐요.
고맙습니다. 강촌 돌아 왔어요. 반겨주실꺼죠. ㅎ
강촌님! 뒤늦게 카페에 들어왔습니다. 어디를 다녀오셨습니까? 그리고 부군의 안부를 묻고 싶네요. 조금 마음이 쓰였습니다.
강촌님 강촌님. 손님 오셨어요.
오오~! 정말 손님 오신 걸 몰랐네, 헬레나님, 염려덕분에 남편 좋아지고 있어요, 기억하시고 안부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명샘, 챙겨주시고 대신 손님맞이 해 주셔서 감사해요. ㅎㅎ
제가 너무 늦었지요?
이제야 찾아왔습니다.
재밌는 글, 잘 읽고 갑니다.
강촌님,손님 찿아 오셨네요.
이렇게 손님맞이가 늦어서야 ~ 원~
좋은 글 쓰고 계신 소진님 감사해요.
풍성한 가을 만드세요.
몸은 늦었지만, 글은 단숨에.. 꽃을 생활화하고 계신 걸 알고 있지요. 가게에서도, 저렇듯 축하를 해드릴 때도...남편 먼저 면허를 딴 것이 혹여 자존심을 상하게 해드리나 않았나, 그 마음 쓰시는 모습이 얼마나 재미있는지.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손님맞이를 늦게 해서 지송합네다 ㅎㅎ
바쁘신중에도 그냥 지나치지 않으셨군요.
건겅한 가을 보내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