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쓰고 있는 ‘수우미양가’, 일제 잔재 청산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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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본 풍신수길의 부하들 목 베기 경쟁에서 유래한 '수우미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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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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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학년도부터 고교 내신제도가 현행 상대평가에서 절대평가 방식으로 바뀐다. 성적은 현행 9등급제에서 성취도에 따른 6단계로 표시하며, 석차를 표시하지 않고 원점수와 과목평균을 제공한다. 또 중학교와 특성화고는 내년부터 새 방식이 적용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런 내용의 '중등학교 학사관리 선진화 방안'을 마련해 2012~2013학년도 시범 운영을 거쳐 2014학년도에 전면 시행할 계획이라고 13일 밝혔다.”라고 보도한 연합뉴스 기사를 보면서 만시지탄을 느낀다.
특히 과거에 초중등학교의 평가 방식이 “수우미양가”이던 시절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해방 후 66년 만에 완전히 학교 통지표에서 이러한 평가 방식을 빼버린다는 사실에 나처럼 통쾌한 마음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위키백과사전에 보면 “수우미양가(秀優美良可)는 대한민국의 초등, 중등, 고등학교에서 학생별 학업성취도를 평가하는 한 방법으로, 과목별 성적을 다섯 개의 등급으로 평가를 내리는 방식이다. 대한민국 건국 초기에 일제강점기의 학적부를 생활기록부로 바꾸면서 함께 사용되었는데 현재는 수우미양가를 쓰지 않는다.”고 나와 있으나 13일자로 발표한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대로라면 2014년도에나 가서 전면 실시할 계획이니까 위키백과사전 표기는 잘못된 것이다. 필자가 확인한 바로는 현재 중학교에서의 평가는 여전히 ‘수우미양가’이다.
지금 한국대학에서는 성적을 A학점(90~100점) B학점(80~89점) C학점(70~79) 식으로 매기고 있는데 알파벳 “A"가 주는 이미지는 “1등”이라는 뜻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A급전범”이라는 말에서 느끼듯이 ”B"와는 확연히 서열 구분이 되는 말이다. 그러나 수우미양가(秀優美良可)에서는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없다. 그렇다면, 대관절 이 말은 어디서 유래한 것일까?
필자가 어렸을 때는 초중고등학교 전 과정에서 “수우미양가”로 점수를 매겼는데 공부를 잘 못하던 내 짝꿍은 받아든 성적표에 “수(秀)”는 없고 빼곡하게 “미(美), 양(良)”으로 도배되었다고 울상을 짓던 기억이 잊히지 않는다. 한자 상으로 보면 아름다울 미도 결코 나쁜 것이 아닌데 성적표 상에서 미(美)는 썩 좋은 이미지가 아니다. 이처럼 한자로 된 ‘수우미양가’의 평가 기준은 오랫동안 국민 사이에 의심 없이 익숙하게 사용되어 온 말이지만 이 말이 일본의 전국(戰國)시대 무사들의 목 베기와 관련이 있는 말이라 한다면 섬뜩해질 것이다.
“‘수우미양가’는 일본의 전국시대(戰國時代)에 오다노부나가가 부하들이 잘라온 적의 머릿수로 등급을 매겨서 ‘수우미’로 판정했는데 풍신수길은 그 가운데서도 머리를 잘 베는 장수라 그의 이름을 ‘수길’ 곧 ‘秀:‘히데’, ‘吉:요시’ 로 불렀으며 ‘수우양가’는 이들의 목 베기에서 유래한 것”임을 졸저 《사쿠라훈민정음》를 통해 밝힌 적이 있다.
그렇다. “수우미양가”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의 성적처리 기준을 본떠 만든 평가기준이다. 2009년 11월 20일 필자는 일본 문부과학성에 “수우미양가”와 관련된 질의를 한 적이 있는데 당시 문부과학성 교육과정 담당 타이라치에 씨는 “쇼와(昭和) 20년(1940)까지는 국민학교(당시 일본의 교육제도)에서 썼으나 그 이후로는 사용하지 않았고 중학교도 쇼와 25년(1945)까지 썼으나 이후 폐지되어 현재는 쓰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사용하고 있는 사립고등학교나 기관도 있다.”라는 답을 받았다.
당시 일본의 평가기준은 “수우미양가”가 아니라 “수우양가”였는데 한국에서 “미”를 중간에 넣어 쓰게 된 것이다. 이러한 평가 기준을 만든 일본인들은 66년 전에 이미 폐기해버린 평가기준을 아직껏 쓰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이 부끄럽던 차에 뒤늦게나마 2014년부터 새로운 평가기준을 만들어 쓴다니 여간 기쁜 소식이 아니다.
1986년 황국신민을 만들기 위한 ‘국민학교’ 이름을 ‘초등학교’로 바꿀 때 아예 수우미양가 평가 기준도 바꾸었으면 좋았을 일이었다. 백년대계라고 하는 교육이야말로 자원이 부족한 한국정부가 공들여야 할 부분이고 평가기준 역시 한국 상황에 맞는 기준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늦었지만 아직도 중학교에서 쓰고 있는 ‘수우미양가’를 털어 버리려는 교육과학기술부의 의지에 큰 박수를 보낸다. 2014년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장 새해부터 우리의 티 없는 아이들 성적표에서 일본 장수들의 목 베기에서 유래한 수우미양가를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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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옥 소장은 일본 속의 한국문화를 찾아 왜곡된 역사를 밝히는 작업을 통해 한국과 일본이 서로 제대로 된 모습을 보고 이를 토대로 미래의 발전적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밑거름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외대 박사수료,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국어연수원 교수, 일본 와세다대학 객원연구원을 지냈고 국립국어원 국어순화위원과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민족자존심 고취에 앞장서고 있다.
저서로는 *우리말 속의 일본말 찌꺼기를 밝힌『사쿠라 훈민정음』인물과사상 *친일문학인 풍자시집 『사쿠라 불나방』도서출판 얼레빗 *항일여성독립운동가 20명을 그린 시집『서간도에 들꽃 피다』도서출판 얼레빗 *발로 뛴 일본 속의 한민족 역사 문화유적지를 파헤친 『신 일본 속의 한국문화 답사기』 바보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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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1/12/13 [16:01] 최종편집: ⓒ 대자보 |
첫댓글 의도가 있는말을 아무생각없이 쓰는것은 일종의 주문효과도 되는것이었으니.. 이제라도 반성했다는것이..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해야겠습니다..
하지만.ㅜㅜ..
정작 나 자신도.. 한국어(본래 소리의 뜻)를 완전히 알지 못한다는.. 사실에 가끔 우울해 집니다..
같이 연구해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