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알람이 울린다.
05:30분... 날은 밝았다.
베란다에 나가보니 억수 같은 비가 온다.
점심때 먹을 밥을 위해 쌀을 씻고 냄비를 올린다.
샤워 한판 하고...이것 저것 짐도 챙기고..
눈은 토끼눈 처럼 충혈되어 벌겋다.
도시락을 쌌다. 냉장고를 열어 보니 반찬이 별로 없다..
김치랑, 멸치 볶음이랑, 깻잎이랑 대강 챙긴다.
후배들에게 전화를 해볼까?...
전날 나보다 늦게까지 술을 마신
봉중이랑 돌쇠랑 성남이랑 회장님이랑 걱정이 된다.
06시50분...집을 나섰다.
2사업장으로 가는 도중 그린지오에게 전화가 온다.
"형님~ 오늘 산행 하는가요?"
07시00분... 2사업장 정문에 오니 아무도 없다.
안내실에 가봐도 텅텅 비어 있다..
역시나 우려 했던 상황이 발생 한 것 같다.
총무인 미연이에게 전화를 했다.
흐미... 아직 자고 있었단다..
어쩌랴..." 그래 빨리 준비하고 나와라~"
잠시후 봉중이에게서 전화가 온다.
1사업장 정문에 모두 도착해 있다는...
선배란 뭐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정기 산행이 있을때는
산행의 참석 여부를 떠나서 운영진들은 최대한의
준비를 해 주어야 한다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마을 이장 은주에게 전화를 하니 이제 일어 났다 한다.
"선배님~ 20분만 꽃단장 할 시간을 주이소~"
07시40분... 미연이가 나온다..
얼굴이 팅팅부어서 금방이라도 터질것 같다.
이 녀석도 전날에 영란이랑 심하게 놀았는지 해롱해롱 하는 모습이 영역하다.
인동시장 방면으로 이동 하여 마을이장 은주를 태우고
왕벌 편의점에서 김밥을 몇줄 산 뒤 1사업장으로 향한다.
1사업장 정문에 도착 하니 김회장이랑 재철이랑
성남이랑, 봉중이랑, 돌쇠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김회장은 특근 때문에 산행에 참석을 못한다고 한다.
08시15분... 1사업장을 출발 한다.
비가 많이 오지만, 걱정 하지 않는다.
천둥번개만 없다면 왠만한 비가 와도 3시간 정도는 무리가 없기에...
다만, 항상 비 앞에 꺽기고 마는 우리 들의 의지가 문제인 것이다.
경부고속도를 달리니 비 때문인지 노면이 미끄러워 신경이 쓰인다.
안전 운전을 위해 김천 톨게이트로 빠져나와 국도를 선택 했다.
모두들 전날의 피로를 말해 주는듯 깊은 잠에 빠졌다.
그린지오만 뒤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로 무료함을 달래준다.
10시경... 천태산 주차장 도착..
맞기에는 부담 스러울 정도의 비가 내린다.
봉중이는 계속 산행을 하냐고 또 물어 본다.
"여기까지 와서 산행 안하면 뭐할래~"
"빨리 준비해서 집합~ 동작 봐라~"
여전히 봉중이는 꾸물 꾸물 거린다..
배낭을 대강 챙기고 우산을 쓴 채 산행을 시작 한다.
나랑, 주희(돌쇠)랑, 봉중이만 배낭을 매고 다른 사람들은 빈 몸으로...
비가 많이 와서 계곡에 물이 장난이 아니다.
3단 폭포 앞에 도착 하니 폭포 물이 장관 이다.
폭포 물이 바닥에 부딪히며 다시 솟아 오른 물줄기가
마치 거대한 분수처럼 하늘 위로 솟아 오른다.
15분여... 올라 한 고개를 올라 서니, 간이 매점이 있고
영국사의 명물인 1000년이 넘은 은행 나무가 보인다.
영국사는 신라 문무왕때 지어진 사찰로... 어쩌고 저쩌고...
뿌리에서 다시 새 줄기로 솟아 오른 은행나무가 무척 인상 적이다.
안내판을 읽어 보니 1300년이 넘었고, 나라에 무슨 일이 있을 때 마다
나무가 눈물을 흘렸다는 전설이 전해 온다고 한다.
A코스 입산 안내 판이 우측으로 보인다.
천태산 주릉 주위는 온통 가스가 끼여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천태산 정상... 1.5km.... 허허... 쯤이야...
등산로는 완만 하니 그리 힘들지 않았다.
빗줄기는 점점 가늘어져서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되었다.
천태산은 도립공원도, 군립 공원도 아닌 개인소유? 의 공원 이라 한다.
천태산 등산로를 개발한 배상우의 개인소유...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찌 산이 개인소유가 될까...
산 자체는 나라 것이나 관리를 개인이 한다는 뜻이리라 짐작해 본다.
등산로 변의 너무 상세한 안내판, 불필요한 쇠밧줄...
오히려 이런 것들이 산행에 방해를 준다.
개인이 열심히 개발한 공로는 칭찬 할만 하나
쓸데 없는 나무 계단과 콘크리트 등산로는
오히려 산을 파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슬랩도 아닌 것이, 직벽도 아닌 것이
그냥 손으로 잡고 오르기엔 약간 힘들 정도의
물바위 릿지 길을 두어 곳 지났다.
아무래도 안내 판이 잘못 된것 같다.
영국사에서 분명히 1.5km 였는데
1시간을 올라 가도 아직 700미터가 남았다니...
100미터 간격으로 안내 이정표가 붙어 있다.
겨울도 아닌데 100미터 전진 하는데 평균 10분 이상 소요 되는것 같다.
돌쇠랑, 봉중이는 여전히 장난도 치고 천태산~ 힘들다는 투정을 하는데
오늘의 히어로... 교주는 아무 말이 없다. 그냥 말없이 오른다.. 과묵침착...조용온순..
정상700미터 전 마지막 한 피치는 거의 직벽에 가까웠다.
물바위라 힘도 들것 같아, 나랑 은주는 우회 하고 다른 이들은
밧줄을 잡고 힘차게 정면 돌파를 한다.
역시나 봉중이는 또 고함을..." 악~ 악~ 악~^^
11시30분을 약간 지나 천태산 정상에 도착 하니
바람만 불고, 온통 가스만 가득 하다..
사방이 꽉 막혀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다.
20년 넘도록 산을 다녔지만 정상에 방명록을 비치해둔 산은
이산이 유일무이한 산이다... 클리어 파일에 제법..^^
웃음이 나온다... 참... 별의 별 사람이 다 있구만..
산을 무슨 자기집 뒷동산처럼 꾸며 놓다니.. -,.-
젠장할... 오늘 따라 카메라 가져온 사람들이 아무도 없다.
서미연.... 사진동호회 맞어?? ㅋㅋㅋ
할수 없이 봉중이 폰 카메라로 증거를 남기고 기념 촬영을 한다.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서 그런지, 날씨가 제법 춥다.
배도 고프고 해서 바로 하산을 시작 한다.
몇 분 후 A코스와 B,C,D 코스가 갈라 지는 안부에 도착 하니
단체로 산행 온 묻지마 부대가 점심을 먹고 있다.
다들 한마디씩 한다~ " 와... 꿀맛이겠네.."
나에게 도시락이 있어서 먹고 가겠느냐고 물으니깐
다들 내려 가서 따뜻한 국물과 함께 먹자고 한다.
비는 어느 정도 그쳤는데, 바람이 심하게 분다.
겨울에 소백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하지만 춥지는 않다... 바람이 너무나 시원 하다..
계곡의 물소리를 들으며 초록의 숲길과 개울을 몇 개 건너가며
1시간 여 내려 오니 영국사 대웅전이 보인다.
감로수를 한 바가지씩 마시고 사찰을 구경 하고 있는데
화정이에게 전화가 온다... 토익 시험 이제 마쳤다면서..
비가 많이 오는데, 산행을 하느라 수고 했다며...
오후 1시20분경.... 주창에 도착 후 배낭을 차에 두고
바로 옆에 있는 식당을 찾아 솔잎 동동주 한독과
손두부, 라면, 잔치국수, 내가 가지고온 찬밥으로 점심을 대신 한다.
다들 오늘 산행이 너무 좋았다면서 만족해 한다..
대간 산행 하다가 이렇게 짧은 코스를 하니깐
산행이 아니라 산책 하는것 같다면서..^^
오후 2시30분쯤 천태산을 출발해 구미로 향한다.
구미로 오는길... 또다시 비가 억수 같이 내린다..
다들 피곤 한지, 금방 골아 떨어 진다.
황간에서 백두대간 궤방령을 넘어 김천을 지나
오후 4시쯤 구미에 도착을 했다.
산행 참석자와 진우대장, 영주, 재철이랑 내외랑
비산동 어선 횟집에서 저녁 식사를 마친후 오늘의 모든
산행과 일정을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