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최준규 회장이 아침 일찍 나와 배웅을 해 주는 가운데 13명을 실은 ‘날으는 궁전’ 백마가 출발한다. 오늘 운전은 아주머니가 하시는데 처음에는 조금 불안했지만 차분하게 운전을 잘 하신다. 가다가 화매재까지 마친 김진식님을 내려주고 들머리인 포산마을 갈림길에 도착하니 7시 55분이다. 천지신명께 갑신년 낙동 시산제를 지내고 음복을 하는데 벌써 김진식님이 도착했다. 엄청 빨리 오신 것 같다.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인데 40분만에 도착했으니.... 8시 30분 산행을 시작하여 잠시 시멘트 포장도로를 따라 걷다 산길로 들어선다. 좌측으로 민가와 고랭지 밭이 보이고 당집을 우측에 두고 통과하니 경운기가 다닐 정도로 길이 좋다. 송전탑을 지나고 10여분 후 산불이 나서 앙상히 뼈대만 남은 고사목 지대를 통과한다. 김진식, 김하영님과 필자가 먼저 630봉에 올라서니 저 멀리 포도산이 보이고 잠시 후 폐헬기장이 나온다. 마루금에서 조금 벗어난 포도산은 시간 관계상 생략하니 조금은 아쉬움을 남긴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했던 눈이 종아리까지 쌓여있어 진행에 힘이 든다. 11시 18분 옛날 이 산 아래에 신동이 있었다고 하여 불려진 813m의 명동산에는 삼각점과, 영양군 관내를 조망할 수 있으며 동해안도 잘 보인다.
12시 35분 돌로 쌓아 비교적 원형이 잘 보존된 봉수대에 김하영님과 필자가 올라가보지만 조망은 별로이며, 곧이어 봉화산 헬기장에 도착한다. 13시 임도 삼거리에 도착하니 바람이 심하게 부는 가운데 민생고를 해결하고 출발한다. 능선은 경운기나 트럭이 다닐 수 있는 길이며, 14시 25분에 산불 감시초소가 있는 맹동산 상봉에 도착하니 삼각점이 있고 표지석엔 맹동산 756m라 적혀 있다. 그리고 산불 감시탑에 올라가니 멀리 동해바다가 희미하게 보이고 넓은 OK목장을 바라보며 회원들끼리 눈싸움을 한다. 임도를 따라 걷다 철조망을 넘어 목장길을 유유히 걸어가는데 아저씨가 고함을 지른다.놀라 빨리 진행을 하는데 다가오면서 저 아래 있는 웅덩이에 빠진 송아지를 구해달라고 한다. 하지만우리는 갈 길은 멀고 시간은 촉박하니 어쩔 수 없는 이내 마음을 어떡하랴. 송아지와 아저씨께 정말 미안하다.
목장이 끝나고 헬기장 부근에서 철조망 대문 오른쪽으로 진행한다. 당집을 통과하고 16시 38분 영양양구리와 영덕 창수리를 잇는 옛길로 호랑이와 도둑이 들끓는 이 고개를 울며 넘었다고 붙여진 울치재는 비포장이다. 후미는 조금 지친 상태에서 뒤따라오고 있다 한다. 일단 여기서 마부님께 연락을취해 보지만 연결이 되질 않는다. 680봉에서 우측으로 길이 이어지고 685봉을 지나 굵은 소나무들을 보면서 17시 40분 김진식님과 함께 창수령으로 내려선다. 곧이어 김하영님이 도착하고 무전연락을 하니 후미와는 50여분 정도 차이가 난다. 결국 주위는 어둠이 깔리고 김하영님과 함께 랜턴을 들고 마중을 가는데 후미가 내려오고 있다. 창수령에 도착하니 18시 30분으로 생각지도 못했던 눈이 많이 쌓여 있는데다 구간도 길어 10시간이나 걸렸다. 만약에 목장에서 송아지를 구하러 갔다면 더욱더 늦었을 것이다. 하지만 산행이 끝날 때까지 도와주지 못한 안타까움이 마음 한 구석에 남아 가슴을 아프게 한다. 아마 산꾼의 무정한 마음이라 원망하겠지 송아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