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K 미팅(충정로역)
2018.01.13.(토)
2호선과 5호선이 교차하는 충정로역은 서울의 중심지역이면서도 주말이면 매우 조용하며 한적한 장소로 변모한다. 주변 대부분 건물이 주말이면 휴식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곳은 서울의 광화문과 신촌이라는 대표적인 집결지를 연결하는 장소이며 주중과 주말의 삶의 형태를 비교하게 해주는 특별한 장소이기도 하다. 과거의 광화문이 주중에 보여주었던 엄청난 활기를 멈추고 주말에 한적한 분위기를 제공했을 때와 같이 텅 빈 서울의 중심에서 느꼈던 일종의 여유로움을 이제는 충정로역 주변에서 발견하게 된다.
5호선과 2호선 출구 사이에는 아직도 서울의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자그마한 식당과 술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이런 소규모 장소들 사이에서 제법 큰 카페가 중심을 잡아준다. 딴지일보의 김어준이 운영하는 <벙커1>이다. 넓직한 실내 정면에는 음악과 강연을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벽 주변에는 딴지일보를 상징해 주는 재치있는 문구가 넘쳐난다. 거칠면서도 푸근한 상반된 느낌이 결합된 이 곳은 간단한 술과 대화를 나누기에 괜찮은 장소이다.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유로운 느낌과 때론 언제든지 내부의 공간을 재구성함으로써 연대와 합치의 순간을 제공해준다.
<벙커1> 옆에 있는 간이 일식집에서는 꼬치요리를 비롯한 다양한 요리를 내놓는다. 꼬치의 대부분이 고기를 재료로 사용한 요리이다. 고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부담되는 재료구성이다. 채소와 해물을 중심으로 한 꼬치요리를 원하는 사람은 메뉴판을 좀 더 자세하게 보고 선택하여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시원한 생맥주와 마시는 맛은 좋다. 내부공간도 적당할 정도로 좁고 선술집의 낭만적 분위기를 충분하게 제공하여서 가까운 사람들과 진솔한 이야기를 나눌 장소로 적당해 보였다.
서울은 점점 거대화되고 기업화된 가게들로 넘쳐난다. 충정로역 먹자골목이 아직 이러한 흐름에 저항하고 있는 모습이 반갑기도 하였다. 광화문 뒷골목이 아직도 옛 모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이곳도 조금은 오래된 풍경과 새로운 모습의 조화가 공존하고 있었다. 주말에 고독을 핑계 삼아 한번쯤 다시 찾고 싶은 장소였다.
첫댓글 벙커 1 = 분위기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