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시민의 날 기념 청소년문화 경연대회 백일장
중등부 산문부문
<최우수상>
나무
조민지 (근화여자중학교 1학년 2반)
경주 남산 중턱 쯤 올라가면 내 친구가 항상 날 기다리고 있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작년까지만 해도 한 달에 두어 번 정도는 만난듯하다.
가족들과 함께, 친한 친구와 함께 삐질삐질 땀을 흘리며 올라가다 보면 미끄러워 중심 잡기도 힘든 곳에서 친구는 가냘픈 손을 내민다. 어찌나 내가 의지했던지 허리가 다 휘어 미안한 마음도 든다. 물도 한 모금 마시지 않은 채, 따가운 햇살에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내가 올 때마다 반가이 맞아준다.
처음 내가 그 친구를 만난 건 언제였을까?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다. 어린이집을 다닐 때는 난 내가 생각하기에도 소극적인 것 같았다. 친구들이 블록으로 집을 만들 때면 항상 난 그 옆에서 시녀 역할을 도맡아 했었다.
"야, 너 블록 하나 더 가져와 봐."
이름도 불러주지 않았다. 더 우스운 것은 하란대로 다 하는 내 모습이었다. 그렇게 6살 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친한 친구는 없었던 것 같다. 아마 그 때 쯤 내가 그 친구의 손을 잡기 시작했을 것이다. 다른 이들과 달리 언제나 내게 싫은 내색 한 번 하지 않고 나와 함께 커왔다. 지금 중학생이 된지 약 두 달 정도 지났으니 8년 정도 함께 자란 것이다. 조금씩 조금씩 자라는 모습도 나랑 꼭 빼닮았다. 삭막하기만 한 그 모래 섞인 흙 속에서, 가파르기만 한 그 산에서 내게 오아시스가 되어 주었다. 바람이 불면 사근사근 나뭇잎들이 노래하고, 작디 작지만 조그마한 그늘을 내게 내어 주었다. 허리를 움켜잡아도, 팔목을 움켜잡아도 아프다는 불평 한 마디 없이 나를 거친 바위 위로 올려 주었다. 나와 만나지 못한 그 시간 동안 친구는 얼마나 자랐을까. 지금은 내가 친구들이 많이 생겨 그 친구를 더 이상 찾지 않게 되었지만 산중턱에서 또 누군가의 소중한 나무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우수상>
나무
최소정 (경주여자중학교 1학년 8반)
갈색대문을 살며시 열면 우두커니 우리집을 지키고 있는 든든한 두 그루의 사철나무가 있습니다. 하나는 작고 잎이 풍성하여 뽀글파마 아줌마라고 불리는 제 동생 나무와 크고 잎이 없어 대머리 아저씨라고 불리는 내 나무가 있습니다. 이 나무들은 제 동생과 나의 탄생을 기념하여 심은 나무입니다. 이렇게 의미있는 나무는 서운하지만 이제 할머니댁으로 갑니다. 처음에 할머니댁으로 내 나무가 간다는게 싫었습니다. 하지만 좁은 화분보다 큰 마당이 나무에게 좋을것 같아 찬성을 했습니다. 할머니댁은 새로 집을 지어 마당이 넓습니다. 그 마당은 처음에 비어 있었지만 지난 4월 삼촌께서 채송화 씨앗과 코스모스 씨앗을 사오셨습니다. 처음에 큰 돌이 여기저기에 놓여 있어 일일이 주웠고 바람까지 불어서 밭을 메꾸는 일이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힘을 합쳐 정성스레 씨앗을 심었습니다. 지난 주에는 빨간 장미와 측백나무를 심었습니다. 빨간 장미는 담을 따라 올라갈 수 있게 하고 측백나무는 넓게 넓게 구덩이를 파서 자리를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제 매주 매주 부모님을 졸라가며 할머니댁으로 갈 것입니다. 지금은 제 키보다 작은 나무지만 할머니댁 넓은 마당에서 하늘 위로 커가는 모습을 볼 것입니다.
<우수상>
나무
이성관 (화랑중학교 1학년 3반)
나무는 무엇일까? 나무는 보통 수백가지가 넘는다. 살아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리는 은행나무, 푸른 빛을 잃지 않고 살아있는 소나무 등 지구상에서는 많은 나무들이 살아 숨쉬고 있다. 또 이렇게 꾿꾿한 기상을 보이는 나무말고 잠시의 아름다움을 주고 떠나는 나무들도 있다. 벚꽃나무, 단풍나무가 그 예이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소나무가 가장 아름다운 것 같다. 소나무는 벚꽃, 단풍나무와 같이 아름다움을 선사하지는 못하지만 여름의 무더운 날씨에도, 겨울의 매서운 강풍과 추위 속에서도 일년 내내 푸른 빛을 띄고있다. 또 내 생각에는 소나무와 경주가 아주 밀접한 관계있다고도 생각한다. 경주는 천년을 이어온 나라이다. 어려움도 많이 겪었지만 어려움을 이겨내고 1000년 이라는 세월을 이어왔다. 소나무도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 푸른 빛을 뽐내지 않는가? 나무들은 우리들에게 꿈과 희망의 본보기가 되어주는 것 같다.
<우수상>
나무
배재광 (월성중학교 3학년 2반)
'소중함'이란 무엇일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그 정의를 확실히 내리기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또한 무언가 소중한 것을 찾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자신이 소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항상 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살아가면서 언제나 그 존재를 인식하고, 삶의 목표의 지향점으로 생각하면서 생활한다. 그러나 빠르게 급변하는 현대사회 속에서 가치 즉 소중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각인하며 생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몇 해전 일이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내신에 시달려야했었던 나는 다른 아이들만큼은 아니지만 고달픈 생활로 지쳐있었다. 그래서 나는 언제나 수수한 시골길을 연상시키게하는 골목길을 지나 집으로 가곤 했었는데, 워낙 사람들의 인적이 드문 곳이라 무언가 생각하며 걸을 때 좋은 곳이었기 때문에 그 때도 그 곳을 걷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달랐다. 구석길 모퉁이 쪽에서 의문의 소리가 내 귓전을 울렸다. 신경을 쓰지 않고 가야했지만 내 발걸음은 어느새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 곳에는 나이가 드신 할아버지께서 작은 나무를 심고 계셨다. 자세히 살펴보니 할아버지께서는 나무가 전혀 자랄 수 없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나무를 심고 계셨다. 자라지도 않는 나무를 심는다니 무언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 때 이후로 나는 그 할아버지의 일은 새까맣게 잊고 살아갔었다. 내가 중학교 3학년에 갓 입학했을 때, 나는 2년동안 발을 들여 놓지 않았던 그 골목길 앞에 섰다. 전혀 달라지지 않은 듯한 모습이었다.
골목길을 돌아 , 그 할아버지집을 보았을 때,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2년 전, 자랄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던 나무가 웅장한 거목으로 자라나 있었다. 할아버지께서는 그 때와 다름없이 자라난 나무에게 사랑을 베풀고 계셨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할아버지의 마음이 나에게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나는 언제나 내 것만 소중히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은 언제나 무시한 채 살았었다. 내 것만 소중히 여기면 된다는 고정관념에 내 자신을 망가뜨려 놓았다는 것을 모른 채, 나는 이 마음가짐을 각인시킨 채로 살았다는 것이다.
이제는 그 때의 생각을 깨버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