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붉은광장의 바실리성당,모스크바강이 굽이져 내려보이는 고혹한 콜로멘스카야공원,그리고 백러시아 아름다운 미녀들의 모스크바를 아쉬워하며 중앙아시아 타직스탄으로 출발하기 위해 국내선 공항으로 향하였다. 러시아의 일류신비행기는 성능은 우수하지만 내부인테리어와 서비스는 다시타고 싶지 않을정도라, 화장실에서 풍기는 냄새와 오래전 시골가는 시외버스에 닭을 새끼줄에 묶어 거꾸로 들고 들기름병을 함께 싵고,찹쌀한말을 봇짐에 맨 상황보다는 조금도 낳지 않은 장터를 오가는 장돌뱅이 수준의 객실뿐만이 아니다.삶은 닭다리 반쪽이 다식어 말라 비틀어지고 굵은소금과 말라서 딱딱해진 비글 빵에, 설탕덩어리라고 표현하는것이 맞는 모양만 초코렛,이런 기내식은 처음보는것이라! 화장실이라고 냄새나는것을 억지로 막고 들어가보니 파리가 웽웽 날라다니는것이 오래전 시골서 견디기 힘들게 화장실에 다녀오던 생각이 난다. 20kg이상의 짐에 대해서는 초과 화물료를 내라는 에어로프로트 직원과 실강이를 하고 난후라 짜증스러움이 더난다. 몇시간이면, 타직스탄의 수도 두산베에 도착할 것이고 산행을 하면 시원한공기에 탁트인 자연속에 파묻힐텐데... 참고, 코막고....
두산베에 네시간이면 도착한다는 비행기가 안내방송도 없이 어느 산촌에 내리더니만, 정비를 하는지 두시간정도를 지체하고 다시출발한다. 완전히 완행버스라..쉬는동안 에어컨은 돌아가질않고, 화장실냄새,현지인들 몸냄새,발냄새...죽여주누만..비행중에는 에어컨 바람에 조금 낳은것이었다. 예정보다 3시간 늦게 도착한 두산베의 첫인상은 컴컴한 밤한늘에 촘촘히 빛나는 별들뿐.공기가 맑아서인지 고지대라 별이 가깝게 보이는건지. 기내식을 먹지않은덕에 배는 고파오고,낮의 온도는 40도를 오르내리고, 사막기후에 고지대라 어둠이 깔리니 엄청추위가 살을 파고 드는데,덜덜 떨다 배낭에서 파일자켙을 꺼내입어도 오한이 느낄정도이다. 군용트럭을 개조한 화물차에 장비를 때려싣고, 작은 봉고트럭으로 이동하다, 시골의 흙벽돌로 지은 집으로 안내해 들어가니 석유호롱불로 침침하여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식당이란다.예약을 해두었는지 앉자마다, 보드카와 작은 항아리에 끓는 내용물을 내오는데, 메뉴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니 무어라고 떠드는데, 알아듣지도 못하겠고, 설마하니 먹지 못하는것은 아니겠지, 허기진 상황이라 한숟가락을 뜨니, 맛이 삼삼하네. 양고기와 감자를 넣고 끊인것인데 각자 조그만 항아리에 감자2-3개 그리고 양고기,향신료는 향채(고수)라고하는 중국,한국의 남쪽지역의 사찰에서 쓰는 (기호지방은 사용치 않음)빈대풀, 여하튼 입에 착 달라붙는것이 먹을만 하다. 잠시 주변을 둘러보니 컴컴하던 실내가 눈에 들어오며, 4-5명이 앉을수 있는 식탁2개를 붙여 놓았지만 우리일행 전부가 앉을수 없어 일부는 소파에 앉아 먹고 있는게 아닌가. 국항아리외에 나온 음식은 러시아인들의 주식인 흑빵과 토마토 자른것,양파. 현지인들은 국항아리에 흑빵을 넣어 수프와 함께 으깨어 죽처럼 먹는다. 모스크바에서 같이온 통역 샤샤도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란다. 일단 주린배를 달래고, 숙소로 이동하여 여장을 풀었다.
숙소는 레닌그라드에서온 의사인 주인이 등산을 이곳으로 왔다가 이곳이 너무좋아 산악인들을 위한 산장형 모텔을 짓고 정착한 분이 운영하는 알피니스트 산장이었다. 마침 이곳 책임자인 발레리가 알피니스트산장으로 방문 하였다. 러시아 고공낙하챔피언이고, 세계대회 3회우승의 베터랑 파라슈트이면서 코뮤니즘을 여러차례 등반한 등반가이드, 일정브리핑과 운행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듣고 취침.
일찍 방문한 발레리와 함께 바자르를 방문하였다. 두산베는 1937년 스탈린의 한국인및 독일인등 참전국가와 관련된 민족들을 극동지역과 발틱 연안에서 이곳 중앙아시아로 이주 시켰다. 많은 한국인들이 생활기반을 이루어 이곳 바자르(재래시장)에도 쌀,채소등의 상권을 쥐고 있어, 많은 고려인들이 매대를 가지고 장사를 하는 모습을 볼수 있다.발레리,샤샤등과 시장을 한바퀴 돌아본뒤 고려인들의 배추김치,고추장을건네며 반갑다고 하는 인사를 뒤로 하고, 안내하는 그들을 따라 2층의 국시집으로 향하였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한국음식을 먹게 해주겠다는 그들의 생각인지라, 마다하지않고 선뜻 들어간 국시집은 전혀 다른 음식을 파는곳 이었다. 국수에 양고기기름으로 데쳐낸국물에, 향채를 곁들인 이상한 냄새는 40도를 오르내리고, 두산베의 고도1,500m에서오는 고소증세와 서울과 7시간시차 그리고, 여행의 피로감, 아직 적응이 덜 된상태에서 오는 긴장등으로 속을 메슥거리게 만든다. 자주 접하는 것이 아닌 향채(빈대풀)의 냄새와 양고기기름으로 범벅이된 국수는 정말이지,먹으면 먹을수록 머리깨지는듯한 고통과 화장실로 들락거리게하는 음식이었다.이곳 상황에 맞도록 변질된 음식맛은 우리의 입맛과는 동떨어지고,현지인들이 먹는 양고치구이인 '샤시릭'이나 피자의 원조격인 밀가루빵'런'등이 훨씬 더 우리입맛에 어울리는 것이었다.아마 이국수의 원산지는 중국의 서북쪽의 위그르인들이 개발한 음식 같았다. 얼굴과 모양이 비슷하여 같은 음식으로 착각하고, 한국인들도 같은 음식을 먹겠거니 생각한 고마운(?) 러시아인들의 발상이었으리라. 한국에서도 미국인 친구들을 잘 대접한답시고 경양식집에서 돈가스,오무라이스를 양식으로 착각하고 접대하면 기겁을 하는 경우를 몇차례 경험한바가 있어,앞으로는 이러한 무례(?)를 이해 하기로 하고, 현지식을 고수 하기로 하였다. (한국에서도 외국인들에게 오히려, 얼치기 양식보다는 한국의 토속적인 우리 입맛에 맞는 음식을 더 선호한 경우가 많았다.)
발레리의 타직스탄에서의 영향력은 추후 자주 목격하게 되었다. 도로 사정이 좋지를 않아 대통령에게 보고한바 비행기를 4대 내줄터이니 비행장으로 나가보자고 손을 잡아끈다. 두산베 근처의 비행장을 가기 위해 자동차로 1시간 정도 주행하니 여러대의 비행기들이 격납고와 활주로에 늘어 서있다. Mi-6 ,Mi-8등의 군용수송헬기와 우리가 내일 타고갈 쌍발 복엽기 AN-2기가 활주로에 늠름하게 서있다. AN-2기는 저공비행이 가능하고 24인승으로 짧은 거리에서의 이착륙이 가능한 기종이다. 내가 군에 근무할때 부대인근 골프장에 야간 경계근무를 서게한 기종이다. 북한의 특수부대가 AN-2기를 타고 침투할 것이라는 경보때문에 비상근무로 경계를 한것이다, 활주로로 이용할수 있는 골프장에 저공 비행하여 침투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었다. 그러한 기종을 이곳 두산베에서 타볼수 있다니 감개가 무량하다. 비행기는 제작년도가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생생하게 운항하고 있다니...
두산베 시내로 돌아오니 어제밤에 늦게 도착하여 보지 못한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어..가로수가 많이 보던 수종인데 저것이 무궁화 아니야? 대한민국의 국화인 무궁화가 버젓이 도로의 양쪽으로 늘어서서 만개한것이 아닌가! 한두그루도 아니고, 키도 크게 자라 5-6m이상은 너끈이 자란 무궁화가가 하얀색,분홍빛으로 화려하지는 않지만 길가로 죽 서서 만개한것이 가슴을 설레게한다. 우리의 국화이면서 화단에 간혹 한그루씩 심어 놓은것은 보았지만, 자주 볼수 없는 국화를 여기서는 가로수로 볼 수 있다니... 일본의 국화인 벗꽃이 미국의 워싱턴이나 Central park에서 봄에 활짝피고, 진해의 군항제는 벗꽃 축제로 하는양, 진정 다른곳에서 우리의 국화가 만개된것과 무궁화를 가로수로 심고 즐기는 이국의 정취에 새로운 감회를 느끼게한다.
타직스탄은 구소련의 전략적 요충지이며, 산업적 기반을 부여한곳이다. 첫째는 고원과 사막기후에 알맞는 면화의 생산지로 러시아최대의 면화방직공장이 있고, 알루미늄의 원료인 보오그사이트는 생산이 되지는 않지만 알루미늄의 정련에 필요한 전력-고산에서 녹은 빙하및 눈녹은 물로 값싼수력발전을 할수 있도록 발전소를 세웠다.-을 값싼 전력을 이용하여 러시아에서도 손가락안에 드는 년산 50만톤생산규모의 알루미늄을 정련,제련 하는 타직알루미늄공장이 있다.
타직스탄은 카작스탄,키르키즈스탄,우즈벡스탄,아르메니아,그루지아등의 회교를 종교로 하는 국가로서 구소련내에서도 종교적 갈등을 지니고 있던국가이며, 타타르,위그르.키르키즈,코사크인등의 몽고리안에 가까운 혼혈민족 국가이다. 역사적으로 볼때 몽고의 지배,페르시아의 지배등으로 복잡한 인종의 구성과 이슬람문화와 동서의 문화가 만나는실크로드가 지나는 지점에 위치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으로 백러시아의 러시아인과 타타르,러시아인과 위그르의 혼혈인의 여인들을 보면 오묘한 인상이 있을 정도로 예쁘다. 순수백라시아혈통의 미인들은 보기만해도 오목조목한고 시원한 서구형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가까이 할수 없는 이국적인 얼굴이라면, 이곳 타직스탄,우즈백스탄, 키르키즈스탄의 혼혈의 미인들은 친근감이 가고 이국적인의 형상과 동양의 만남으로 인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더욱 한국인들에게는 친근해 보인다.
도시로 들어오는 길가에 한무더기씩 쌓아놓고 파는게 눈에 들어온다. 저것이 무엇입니까? 메론입니다. 럭비공 같이 생겼는데, 크기는 럭비공의 3-4배의 크기로 어떻게 먹는거요? 정말 우문이지!
한번 드실래요. 그럽시다. 얼마요, 1불이 채 안되는 가격(150루블)이나, 지금은 제철이 아니고 한달정도 지나야 맛이 좋습니다. 즉석에서 잘라 먹으니, 우와 이렇게 달고, 향기롭고, 맛있을수가....
이곳 두산베는 지형적으로 고도가1,500m내외의 고지대이며,인근의 사막지형의 영향을 받아 여름에는 40도내외의 고온과 일조량이 많아 여느작물은 재배하기 힘들지만 면화와 메론은 특산물이라 할 정도로 당도도 높고, 맛이 삼삼하다. 몇개 더사자. 메론 하나면 서너명이 배불리 먹을수 있지만 이렇게 싸고 맛있는 과일이라니...이상한 국시말고 이런 과일이나 진작에 알려주지.
메론을 보물단지처럼 껴안고 두산베 중앙광장을 지나는데, 코를 진동하는 고기굽는 냄새가 나는데, 시장기는 몰려오고, 차세워...저건 또 무엇이냐? 이사람들 등산온 사람들 맞어? 먹으러 온사람들 아냐! 이 사람들아 다 먹자고 하는일이요. 한국말에 금강산도 식후경이란 말씀이 있어, 뭐라구요..글쎄 그런말이 있다니까? 가만히 다가가니 3-4m길이의 디귿자 홈통같은데에다 석탄을 달구어 벌겋게 밑불로 하고 그위에 꼬치에 5점씩 양고기를 올려놓고 굽는데, 침흘릴정도로 냄새가 코를 자극하네, 어느정도 익으면 꼬치를 재빨리 돌리면서 20-30개씩 굽는데 굽기가 무섭게 잘 팔린다.
이것도 장관이네 어느정도 구워질라치면 코냑을 병채들고 병아구리를 엄지손가락으로 반쯤 막고 한번 휙하고 꼬치구이위로 꼬냑을 뿌리면 치이익 하면서 연기가 솟아 오르며 절정에 오른다. 볼것도 없어, 하나씩 주시요.갈수록 태산이라더니, 그맛 입에서 살살 녹네, 누가 한국의 불고기를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고 했나? 미국텍사스에 같을때 텍사스티본이 세계에서 제일 맛있다고 하던데 그누구여, 이 사실릭 양고기맛을 보지 않고는 말씀을 아끼셔야지! 구성은 이렇다. 양을 잡아 아무런 양념도 없이 양파에 4-6시간 재여놓는다. 고기만 먹으면 씹기가 퍽퍽하니 꼬치에 양고기 두점을 끼우고 비계덩어리를 가운데 넣고 다시 두점의 고기를 꼬치에 끼운다. 끝. 간단하면서도 누린내 안나면서 이렇게 입에 착 달라 붙는다니? 등반이고 무엇이고... 이거야! 한국으로 돌아가서 메론을 수입해서 가락시장에다 팔고, 샤시릭양꼬치구이를 명동이나, 광화문 네거리에서 팔면 몇달내에 빌딩 올리겠다. 우와! 세개씩 더주시요, 아니 다섯줄, 그러지 말고, 이거 판에 있는것. 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