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일요일 저녁에 술먹고 월요일에 밤근무하고 화요일에도 누구를 만나기로 했다고 집에 안왔다.
열시가 넘어 잘준비를 하고 있는데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예전에 같이 근무했던 직원인데 지금 같이 집에 간다고 자고갈 거라고 하면서 툭 전화를 끊는다.
내안에서 갖가지 분심들이 올라온다. 술먹는 것을 참아주는 것도 어려운데 거기까지 손님을 데리고 와서 자겠다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혔다. 화가 올라와서 견딜수가 없다. 살다 살다 보나까 이제 별짓을 다하는구만 술먹고 전화 한통이면 모든 것이 해결이되는 줄 아나봐. 내가 자기 하인이야 날보고 명령하게 내가 어떻게 술먹는 것을 참아줬는데 뜬금없이 손님까지 데려오면서 자고간다고 준비하래
그냥 모르는 척 잠이나 자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누워서 생각해보니 세탁기에 빨래가 있다.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어 물에 담궈놓고 자려고 다라위에 물을 받고 있는데 남편이 금세 들어온다.
손님이 미안해 한다. 남편은 베란다에 있는 나를 보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술상을 준비하라고 한다. 얼굴이 굳은채로 술상을 봐왔다. 손님은 미안해하고 남편은 밉고, 남편이 자꾸 미안하다고 말하는데 도무지 얼굴이 펴지지가 않는다.
손님은 자기 이야기를 했다. 남원에서 중학교를 다니다 전주고를 들어갔는데 처음 성적표 보고 놀라서 다시 남원으로 전학갈까 하다 담임 선생님이 말려서 그냥 열심히 공부해서 전북대 회계학과를 다니다 군대를 갔다왔는데 취업상황을 보니 십프로밖에 안되어 일찌감치 학업을 포기하고 경찰 시험을 봐서 경찰이 되었는데 친구들과 비교하면 차라리 잘됐다고 말했다.
그리고 남편의 공부에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았고 예전에 같이 근무할때 참 재밌고 좋았다고 회상했다. 손님의 말을 듣고 있으니 맘이 누구러졌다.
어제 선배에게서 글을 대필해달라는 요청이 있어서 퇴근길에 선배집을 들러 인터뷰를 하고 서점에 책을 사러 갔다. 남편이 집에 있겠지만 남편이 미워서 빨리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어서 내볼일 보고 들어가려고 서점에 들렀다.
평소에 남편이 집에 있으면 집에 일찍 들어가려고 신경을 썼는데 남편의 행동을 보니 별로 잘해주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책을 고르는데 남편이 전화가 왔다. 누가 만나자고 해서 밖에 있다고.
기가 막힐 노릇이다.
그제 저녁에 야근을 했는데 또 집에 있기가 싫은지 또 기어 나갔다고 생각하니 내안에서 갖가기 상념들이 또 올라온다.
집에 안들어가버릴까 진료소로 갈까 아니지 내가 여기까지 공부했는데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 어디까지 가는지 한번 해보자 하고 결심을 했다.
서점에서 책을 고른뒤 열심히 염불을 하면서 집에 갔다. 집에가서도 열심히 목탁을 치면서 남편에 대한 감정을 녹여보려고 하지만 소용이 없다.
티비를 보면서 108배를 했다. 남편이 술에 취한채로 들어왔다. 나는 아는체도 안하고 절에 열중했다. 그리고 목욕을 하고 서점에서 사온 책을 읽으면서 잠을 잤다.
남편은 소파위에 누워 티비를 봤다. 남편의 고정 침대이다.
아침에 일어나 좌선을 했다. 오늘 아침에는 내 기어이 남편에 대한 모든 것을 관조해 내리라 결심했다. 남편에게 올라오는 갖가지 미운 감정들을 떠올리면서 숨을 들여 마실 때마다 세밀하게 관조해 들어갔다.
나는 더이상 물러 설 곳이 없다. 낭떠러지에 선 기분으로 관조하고 또 관조했다. 다행히 남편이 옆에서 잠꼬대를 하면서 몸을 뒤척여 줄때마다. 남편에게 올라오는 감정들어 선연히 느껴졌다. 선연하게 올라오는 감정을 관조하고 관조했다. 남편을 죽이고 싶은 감정까지 올라왔다.
한참을 관조하니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내 안에서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그런에 오직 잘못했습니다라는 말만 올라왔다.
갑자기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고 나서 좌선을 해도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나의 욕심때문입니다.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끊임없이 잘못했습니다라는 말만 올라왔다. 그런데 그것을 바라보는 나와 말하는 내가 완전하게 분리가 되었다.
한참을 그 모습을 바라보다 남편이 뒤척거리는 것을 보니 갑자기 심연속에서 올라오는 통곡소리 내 욕심때문이라는 것을 나는 진실로 알수 있었다.
남편이 옆에 있어서 편하게 울지 못하고 참았다. 남편이 정말 감하하고 은혜로 다가왔다. 실상을 바로 보라고 너의 욕심을 보라고 남편은 그렇게 나에게 술로써 경계를 준 것이다.
남편에 대한 욕심과 집착을 놓으라고 그것만이 나의 살길이라고 사은님은 내게 가르쳐 주고 있었다. 이 어찌 산경전이 아니랴!
성경속의 뱀의 유혹이 얼마나 달콤한지 이제야 알았다. 욕심을 달콤하게 포장하였으니 이게 전도 몽상이 아니면 무엇이랴.
허무 했다. 어이가 없다. 이게 다 나의 욕심때문이라니 헛헛하다. 이 세상이 참으로 묘한 세상이다. 내가 진실이라는 거짓으로 포장을 해놓고 거기에 내가 속고 있었으니.
나에게 진실의 거울을 보여주신 남편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열심히 공부한 나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