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原形)에 주목하라’
‘오롬’이란 완전함, 봉우리라는 뜻을 가진 순수 우리말이다. ‘OROM’은 순수 국산브랜드로서 여타 수입 다이어리와의 경쟁에서 굳건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있는 다이어리 브랜드다. 디지털 시대에 인간의 기록에 대한 ‘아날로그’한 촉감을 고집하며 자신의 영역을 찾아가는 이 기업의 사례는 인간의 원형에 대한 욕구를 잘 들여다 보고 그 욕구를 수용함으로써 자신의 사업영역을 단단하게 구축하는 좋은 전형을 보여준다.
이 기업은 원래 디지털 전자 출판 사업에서 출발하였으나 모든 것이 전산화 되어가는 시대에 가장 최후까지 전산화 되지 않을 영역이 무엇일까를 거꾸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그 결과 손으로 글씨를 직접 쓰려는 것은 인간의 ‘본능’이고, 기술의 발달이 아직은 필기를 완벽하게 디지털화 시키는 수준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종이 매체가 생존할 수 있는 영역이 계속 존재할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이 사업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인간은 원래 내추럴한 환경에서 유리되고 격리된 상황에서는 원초적인 상태로 돌아가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어떤 분야든 테크놀러지가 발전 하면 할수록 자연적인 상태로부터의 거리는 멀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이처럼 역방향으로 원형의 모습에 가까워지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강활 될 것입니다. 결국 고도산업화와 원형에 가까워지려는 트렌드는 동전의 영면처럼 한 데 얽혀서 같이 진행되는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위의 오롬시스템의 이호열대표의 인식처럼 기술의 발전은 궁극적인 선이 아니며 모든 사람에게 똑 같은 가치를 갖지 못한다. 기술의 진보가 가져오는 효율성과 편리함(다 그렇지는 않지만)에 모든 분야, 모든 이들이 환호 하는 것은 아니다. 일부에서는 발전하는 기술에 쉽게 동승하지 못하는 기계치도 있고, 자신만의 감정, 느낌, 의미를 불편하지만 보존하려는 사람들과 시장이 있는 것이다. 오롬은 이러한 사람들의 가치 소구를 읽었고 꾸준하게 이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만들어온 것이다.
태국에 사모이(Samoi)라는 휴양지가 있다. 작지만 아름답고 싱그러운 자연경관으로 최근 많은 사람들이 찾아가고 싶어하는 곳이다. 그 곳은 휴양지뿐만 아니라, 공항에서 겪은 독특한 경험과 매력에 즐거워하는 이들 또한 많다. 시원한 에어컨이 가동되지도 않고 짐을 찾는 것도 꽤나 불편하다. 그러나 이용객들은 기존 공항에서는 하지 못하는 적당한 불편함과 투박한 경험을 통해 공항을 마치 해변가의 휴양지로 인식하게 되고, 직접 경험하며 얻는 즐거움에 매료되는 것이다.
기술의 진보는 빠르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그 무엇은 더디고 가끔은 회귀하기도 한다. 인간이 바라는 원형에 대한 이해는 새로운 고객과 시장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