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합장 선거에 부친다
정석준(수필가)
'제1회 전국 농.축.수협 동시 조합장 선거'가 지난달 25일 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 선거전에 돌입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2월26일부터 선거 전날인 3월10일까지이다. 예전에는 조합별로 따로 선거를 치렀는데, 조합원 수가 평균 2천명 안팎으로 그 수가 적다보니 느슨한 선거관리 속에 각종 불법.탈법 선거가 난무했다. 이를 막기 위해 올해부터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주관 아래 선거를 치르지만 과열.혼탁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검찰까지 나섰다. 공안검사를 전원 투입하고, 선관위에서는 최고 1억원의 포상금을 내거는 등‘돈 선거'척결을 위한 단속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조합장 선거는 지역단위 소규모 선거인데다가 친인척 관계, 학교 선후배 관계 등으로 얽혀 있어서 신고하기도 쉽지 않으므로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의문시 된다.
조합장 선거를‘3당2락'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3억을 쓰면 당선되고 2억을 쓰면 떨어진다는 얘기다. 조장장이 대체 어떤 자리길래 거액 금품 살포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일까? 조합장의 평균 연봉은 1억 원에 수천만 원의 판공비가 주어진다. 조합 전체의 인사권은 물론 예산과 각종 사업에 대한 권한, 자금의 조달과 공급, 금융업을 총괄한다. 이러한 권한을 바탕으로 특정 조합원들에게 특혜를 주기도 한다. 인사권을 남용해 직원으로 뽑아주거나 승진을 시켜 주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조합장이 부의(附議)한 사업계획 및 예산안과 결산보고는 거의 100% 원안대로 통과다. 이사회, 대의원회가 있으나 있으나마나 한 조직이다. 조합은 조합원에 의해서도 통제되지 않고 조합원을 위한 조직도 아니다. 조합은 스스로 자정(自淨)할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이다. 가격 폭락 등에 우는 200만~300만 농민들의 눈물을 모른다. 조합은 조합원을 상대로 잇속 챙기기에 급급하고 수익은 대부분이 조합장과 직원의 몫으로 돌아간다.
흔히들 조합의 주인은 조합원이라고 한다. 그런데 조합의 주인은 온데간데 없고 그 자리에 조합장과 임직원들이 버티고 있다. 이제 조합을 주인인 조합원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조합원이 주인인 조합, 조합원을 위한 조합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러나 정치권에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는 없고 선관위에서도‘공명선거',‘깨끗한 선거'만 외치고 있다
논 뚝에 물이 새면 물이 새는 근원을 막아야 되듯이 조합장 선거의 비리를 원천적으로 방지하려면 조합장의 연봉을 줄여야 한다. 조합장의 연봉이 고액이다 보니 후보자가‘돈선거'의 유혹을 쉽사리 떨치기가 어려운 것이다.
조합장은 지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조합원들에게는 총선에 못지않게 중요한 선거이다. 조합원은 앞으로 4년간 누가 과연 조합의 발전과 조합원의 실익증대에 이바지할 후보인지 선거 홍보물을 꼼꼼히 따져보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으면 한다.
(황성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