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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 이영호 편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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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류마티스 관절염이라고 하면 ‘나이든 어른들이나 걸리겠지, 어린 아이들이 무슨 관절염에 걸려?’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아이들도 관절염에 걸릴 수 있으며, 이런 편견들이 소아 류마티스 질환의 진단을 어렵게 하고, 예후를 나쁘게 만드는 주범이다.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은 초기에는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없이 몸이 마냥 아프기만 한 까닭에 보호자들은 아이에게 꾀병을 부린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치료시기를 놓쳐서 큰 장애를 남기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국내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 분야의 명의 한강성심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광남 교수를 만났다.
병약한 꼬마에서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 분야의 명의로
어린 시절 현재 시행하고 있는 기초 예방접종 11종에 해당하는 전염병은 파상풍만 빼고 다 걸렸었다는 김광남 교수. 그는 어린 시절 유난히도 병약했다고 한다.
“소아마비로 6개월 이상 고생했고, 뇌염에 걸려 보름 이상 혼수상태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그 밖에 관절염으로 학교를 1년간 거의 못 다닌 적도 있었죠. 국민학교 땐 소풍을 한번도 못 갔었습니다. 조금만 걸어도 열이 나고 며칠씩 아파서 누워 있어야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늘 저희 어머니께서는 “너의 아버지가 의사가 아니었으면 넌 벌써 죽었다”라고 말씀 하시곤 했습니다.”
청소년기에 들어 건강이 회복되기 시작한 김광남 교수는 외과 전문의이셨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고 의과대학에 진학하게 된다.
당연히 그의 관심 대상은 외과학이었으나, 과거에 자신이 앓았던 질환들에 대해 관심이 가고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결국 의과대학을 졸업하면서 소아과를 전공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소아과 전문의가 된 후 소아혈액종양을 12년 이상 연구하면서, 항암 치료로 면역이 떨어진 환아에 있어 감염증의 위험성 및 중요성을 절실히 느껴 소아 감염학도 함께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그 덕분에 현재 소아감염학이 세부전공입니다. 그러데 진료 도중 간혹 관절염 환아가 찾아오는 일이 있었는데 어디에 문의해 봐도 소아 관절염 치료에 대해 정확히 언급해 주는 곳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을 연구하기로 마음먹고, 해외연수를 떠났습니다.”
6주 이상 고열, 관절통증이 지속되면 의심
“소아 류마티스 질환이란 각종 결체조직에 염증을 나타내는 자가 면역질환의 하나로, 여러 가지 면역 조절 기능의 이상으로 발생합니다. 소아에서 생기는 주된 류마티스 질환은 소아기 류마티스 관절염(JRA), 강직성 척추염(AS),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 소아 피부근염(JDM), 경피증 및 혈관염 등 다양합니다. 그리고 이 질환들은 서로 공통된 증상들을 공유하고 있어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가 어렵습니다. 또한 같은 질환이라도 치료에 대한 반응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정확한 치료를 해도 질병의 경과는 대부분 수년 혹은 10 여년을 끄는 만성 질환들입니다.
이중 오늘은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을 소개하면,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Juvenile Rheumatoid Arthritis ; JRA)
최소한 6주 이상 지속되는 관절염이 주 증상이며,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 전신형, 다수 관절형, 소수 관절형 등 3군으로 분류한다.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의 치료 목표는 염증과정을 억제하고, 관절통을 없애주고, 관절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데 있다. 치료제로는 비 스테로이드성 소염제로 시작하여 화학요법제와 면역 억제제 등 다양하며, 최근에는 TNF 수용체 길항제가 새로운 치료제로 대두되고 있다.
전신형은 매일 한두 차례씩 고열이 올랐다 내렸다 하고, 온몸에 발진이 생기며, 림프절 및 간, 비장 등이 커지는 경우가 많다. 관절염 증상은 처음부터 있을 수 있지만, 열이 있은 후 수주 혹은 수개월 지난 후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계속 활동성인 경우 전신적 발육 장애가 나타난다. 특히 키가 자라지 않거나, 부분적 골 발육 장애가 나타나, 소하악증(턱이 작아지고), 지단축(손·발가락이 짧다), 비대칭형 하지(한쪽 다리가 길거나 짧다) 등이 관찰된다. 심한 경우 만성 경과를 밟아 파괴성 다발성 관절염이 된다.
다수 관절형은 5개 이상의 관절이 침범되는 형으로 무릎, 발목, 팔목 같은 큰 관절 및 손발의 작은 관절에 이르기까지 여러 관절이 뻣뻣해지고 붓는다. 특히 아침에 이 증상은 더 심하게 느껴져 몇 십 분 혹은 몇 시간 지속되기도 한다. 혈청중 양성으로 나타나는 다수 관절형에서는 관절염 증상도 심하고 만성 경과를 밟으며, 심한 관절의 변형을 일으켜 결국 불구가 된다.
소수 관절형은 4개 이하의 관절이 침범되는 경우로 이 형이 가장 흔하고 또한 경과도 양호하다. 무릎, 발목, 손목 같은 큰 관절을 침범하며, 특히 무릎(75%)에서 제일 많이 발병한다. 소수 관절형은 I형과 II형이 있는데 I형은 여아가 잘 걸리며, 대개 4세 이전에 시작되며, 환자의 15-30%에서 눈의 합병증을 동반한다. 실명을 초래할 수도 있으므로 발병 후 2년 동안은 매 3개월마다, 그 후 7년 동안은 6개월 마다, 그 후에는 1년에 한번씩 안과 검사(Slit lamp)를 받아야 한다. II 형은 주로 남아가 잘 걸리고 대개 8세 이후에 나타난다.
끊임없는 연구로 환아들에게 희망을
김광남 교수는 1997년부터 2000년까지 미국 CHMC(Child- ren Hospital Medical Center) in Cincinnati, Ohio에서 소아 류마티스학을 연수하고 돌아왔다. 특히 Immunology학술지에 발표된 C.I.A. mouse에서의 관절염 치료에 관한 연구 논문은 해외에서 류마티스 관절염 연구의 기초 자료로 많이 인용되고 있다. 또 대한 소아과 추계 학술대회의 포스터 부문에서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에 대해 우수 포스터상을 거의 매년 받고 있다. 최근에는 또 다른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고 한다.
“희귀난치성 만성 질환의 하나인 전신형 소아 류마티스 관절염 중 아주 드문 대식세포 활동성 증후군(MAS)이 있습니다. 아직 뚜렷한 치료법이 없어요. 질병 자체가 희귀 난치성 특수 질환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연구가 미진합니다. 한강성심병원 소아과에는 전국에서 진단이 안돼 고생하다가 온 대식세포 활동성 증후군 환아가 모여 있어, 현재 다양한 치료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이 질병은 치료 시기를 놓치면 사망에 이르는 대단히 위험한 질환입니다. 더더욱 류마티스 전문의들에게 조차 아직 치료법이 소개돼 있지 않아 난치병중 난치병으로 분류됩니다.”
견책 징계장과 의사 면허증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냐는 질문에 김광남 교수는 군의관 시절을 떠올린다.
“의료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 이라면, 죽음을 대치할만한 사건은 없겠죠. 군의관 시절 류마티스 열병을 앓고 그 후유증으로 승모판 변형이 생긴 상태에서 입대한 병사가 구보 후 증상의 악화되어 사망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군법 재판을 받고 견책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견책 징계장을 의사 면허증과 함께 보관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 환자들을 돌보는데 세심한 관찰 및 주의는 물론, 그 환자을 위한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 나가며, 궁극적으로는 한 생명의 고귀함을 망각하지 않기 위함이지요.”
이렇듯 환자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하고자 하는 김광남 교수 후배들에게 환자는 발로 보는 것이라고 말하곤 한단다. 하루에도 몇 번씩 발품을 팔며 환자 겉에 뛰어가 ‘내가 무엇을 해주어야 여기에 있는 내 환자가 좀더 편해 질수 있는가?’를 생각해야한다고 것이다.
‘2007 무지개 캠프’ 개최
한강성심병원 소아 류마티스 클리닉은 지난 7월 29일부터 30일까지 양평 한화리조트에서 소아청소년 류마티스 환아와 가족을 대상으로 ‘2007 무지개 캠프’를 실시했다. 이번 행사는 소아 류마티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돕고 같은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함께 위로를 주고받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캠프 후에는 건강한 마음으로 질병을 관리할 수 있는 힘을 기르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이 자리에는 5세부터 15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환아가 참여하여 만남의 시간, 소아 류마티스 질환 전문의·간호사 교육, 수영을 활용한 운동, 만성질환에 대한 가족의 대응교육, 부모모임 및 경험담 나누기 등 프로그램을 통해 함께 어울리며 그동안 치료와 투약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해소했다.
이번 행사의 의의는 단순히 환아와 보호자 들이 질환의 올바른 치료 및 관리법에 대해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는 데 그치지 않았다. 환아들은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이 나만이 아니라는 위안과 함께 아픔을 공유하는 동지를 얻었고, 부모들은 오랜만에 자연 속에서 자녀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다른 환아의 부모들과의 만남을 통해 고통을 이기는 힘을 얻었다. 이번 캠프를 통해 보호자들은 ‘소아 류마티스 무지개 모임’을 형성했고, 소아 류마티스 질환에 대한 정보 교류를 위해 홈페이지(http://childrheuma.com)를 개설하였다.
“명의보다는 좋은 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좋은 의사란 항상 환자와 함께하는 의사이겠지요.” 그리고 훗날 청진기 놓는 날까지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고 질병에서 고통 받고 있는 제3세계 어린이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김광남 교수. 그로 인해 많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기를 기대한다.
출처: http://webzine.hallym.or.kr/200709/9.htm
- 2년 전 기사인데 이제 퍼왔네요^^; 교수님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