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후반의 회사원 김민정(서울시 마포구 당인동)씨.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고 집에 오면 남편과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해야 하는 김씨는 예전에 비해 머리카락이 많이 빠져 고민이다. 두피를 보호해 준다는 샴푸도 써보고 남편 몰래 발모제도 발라봤지만 김씨의 고민을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속사정을 잘 모르는 직장 동료들은 모자가 잘 어울린다고 얘기하곤 하지만 그는 그때마다 곤혹스러움에 빠져들곤 한다.
두발은 외적인 미를 대표하는 부분으로 상당히 유행에 민감한 곳. 하지만 최근 김씨처럼 ‘탈모의 덫’에 걸려들어 고민하는 여성들이 늘고 있다. 여성 탈모의 원인과 치료 및 예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탈모의 원인-유전적 영향으로 개인 차 많아
탈모증은 정신적 긴장감, 내분비 이상, 결핵 등의 전신적인 만성질환, 유전, 항암제 등의 약물, 출산, 수술 그리고 영양결핍이 원인이 될 수 있다. 또한 빗질 등의 자극에 의해서도 탈모가 올 수 있다.
여성형탈모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안드로겐성 탈모’를 들 수 있다. 안드로겐성 탈모는 보통 남성형 탈모(대머리)와 마찬가지로 모낭이 점점 작아져서 모발이 가늘어지고, 초기 모발 형성에 중요한 성장기 모발의 비율이 감소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남성과 달리 모낭이 아주 가늘어져서 솜털처럼 변화하는 현상은 일정하지도 않고 남성처럼 아주 뚜렷하지도 않다.
여성의 경우는 정수리 부위에 여러 가지 굵기의 모발들이 모자이크 모양으로 존재한다. 비록 다양한 모발 굵기가 여성형 탈모의 특징이지만 그것만으로 진단을 확정할 수는 없다. 이는 갑상선 기능저하증에서 이차적으로 발생하는 휴지기 탈모, 노화과정에 따른 노화탈모 등도 있기 때문이다. 조금씩 모발 굵기가 가늘어지는 것은 여성형 탈모에서 흔히 관찰되는 특징이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개인적인 유전적 영향으로 모발 굵기에 많은 차이가 있어서다.
▲정수리가 최대 취약지
여성형 탈모는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남성처럼 완전한 대머리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많은 여성들에서 전반적으로 가늘어진 모발이 있는 부위에 4∼6㎜정도 크기로 모발이 없어 보이는 부위들이 육안으로 발생하게 된다.
최근까지 알려진 여성형 탈모는 두 가지 패턴으로 나뉜다. 다소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성형 탈모와 유사한 경우와 앞머리 헤어라인은 유지되면서 정수리 부위에 일정한 모양의 모발 감소를 보이는 패턴이 있다.
이런 패턴 탈모를 보이는 남성이나 여성 모두 정수리의 일정하게 구획된 부위에서부터 탈모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여성은 20∼30대 때 격한 변화를 보여주는 남성과는 달리 30∼50년에 걸쳐 아주 서서히 진행되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노력한 만큼 치료 가능
그동안 여성형 탈모환자의 치료는 남성형 대머리보다 여러 검사가 필요하는 등 진단이 어렵고, 치료약제가 임신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결코 쉽지 않았다.
또 모발 가늘어짐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탈모가 발생한 부위의 모발 수 측정이 그다지 민감한 지표가 되지 못한 점도 있었다. 즉 모발 가늘어짐 정도가 덜하기 때문에 여성의 경우 탈모 증세에 있어서도 기본적인 모발 수가 남성보다 많다.
심지어 아주 약한 정도의 탈모가 있는 경우에는 치료를 해서 임상적인 호전이 있음에도 뚜렷한 변화가 없다고 받아들여질 수 있다. 치료방법은 직접적인 원인 제거와 약물치료, 정신지지 치료, 보조적인 두피자극 치료 및 모발이식 수술 등이 있다.
가톨릭대 성바오르병원 피부과 강훈 교수는 “대부분의 탈모 질환이 그렇지만 다양한 원인 중에 한 가지 요인을 찾아내는 과정은 매우 지루하고 따분할 정도”라면서 “환자는 의료진에게 작은 내용이라도 각양의 정보를 제공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여성에게 사용할 수 있는 약제로는 FDA에서 공인된 미녹시딜 한가지로, 꾸준한 약물 사용이 필수적이다.
그 외에 심한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하고 두피의 혈액순환을 원활히 도와주는 두피 마사지, 두피 전기자극, 보조 영양제 투입 등의 방법이 있다. 모발이식의 경우는 최근 수술기법의 발달로 1회에 다량의 모발을 원하는 부위에 이식이 가능함에 따라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모발이식으로 완벽한 모발 숱을 얻을 수는 없지만 미적으로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위에 자신의 모발을 그대로 옮겨 줌으로써 자연스러움을 단시간 내에 유도해 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대 안암병원 피부과 계영철 교수는 “탈모예방을 위해서는 정신적 안정과 균형 잡힌 식생활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다”면서 “수면을 충분히 취하고 스트레스에 적절히 대처하는 생활습관을 갖고 혈액순환을 촉진시킬 수 있는 식이요법을 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도움말:가톨릭대 성바오로병원 피부과 강훈 교수, 고대 안암병원 피부과 계영철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