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는 차갑고 청명하다. 능선을 따라 걸어가는 트레크와 겨울을 준비하는 야크몰이 꾼들은 야크에게 부지런히 풀을 먹인다. HRA에 있는 기호를 찾아 갔지만, 곤히 잠들고 있어 깨우지 못하고 되돌아 나왔다. 이대로 돌아설 것인가. 말것인가. 결국 헛걸음으로 돌아 갈수 없다는 결론이다. 주변을 돌아보며 서성거리고 있을 때 곰부가 나타났다. 계획을 이야기 하였다. 오늘은 다시 BC 로 향하고, 10/2에는 C1 막영, 10/3에는 어택켐프 막영, 10/4 정상등정 후 페리체까지 하산, 10/5 남체 막영, 10/6 루크라 도착, 10/7 카트만두 에코네팔트렉 도착 10/8 네팔출국 방콕경유 인천에 도착하겠다는 계획이다.
식전에 강주, 희영에게 재등정 의사를 이야기하니 흔쾌히 동의한다. 원정대장에게 등반가능 여부를 물어보니 등반이 어렵고, 의사선생의 말씀대로 천천히 하산하여 오늘은 쇼레마을까지 가겠다고 했다. 종진선배에게도 등반의사를 물었다. 원정대장과 함께 하산하겠다고 한다. 남체 또는 그 부근에 있을 김회장은 가급적 짤리 만나라고 당부했다. 엽서 두장을 남체에서 부치라며 건넸다. HRA에서 원정대장의 퇴원수속을 밟고 치료비 400$을 카드로 지불하고, 위성전화를 빌려 집으로 전화를 했다. 우리의 소식과 계획을 간단히 말하고 다른 대원들의 가족에게도 전하라고 하였다. 원정대장과 종진선배에게 휴식을 좀더 취하고 롯지에서 점심을 먹은후 천천히 하향카라반을 하기로 하였다. 우리는 작별 인사를 나누고 로부체 마을로 향했다.
가는 사람 보내는 사람 모두 서운한 마음을 지울수 없었지만 뒤볼아 볼겨를 없이 가야할 길을 갔다. 원정대장의 말없음을 안다. 우리는 다른 대원을 대신하여 정상에 설 것이다. 남체에서 기쁜 마음으로 다시 만나자. 무릎과 발목관절이 욱신거리긴해도 고소적응이 되어서 인지 로부체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다. 투클라에 있는 롯지에서 점심을 먹고 두시간만에 로부제마을까지 단숨에 올랐다. 본격적인 등반시즌이 시작되어서 인지 롯지에는 외국인들이 많이 모여있다. 저마다 말이 달라 표정만 지켜보고 있을 뿐이다.
영화가 만들어낸 외계의 어느 식당에 있는 분위기속에서 따뜻한 블랙티를 마시고 서로 어울려 저넉을 먹었다. 지난번에 돼지우리같은 데에서 하루밤을 지낸 기억이 있어 이번에는 새로 지은듯한 롯지를 구했다. 저녁이면 해야하는 맨솔레담 맛사지를 마치고 일찍 잠을 청했다. 자다가 갑갑하여 몇 번씩 잠에서 깨어났다. 다음날 아침까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