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실 일이 잦은 시기가 다가왔다. 건강 음주를 바란다면 늘 관심을 가져야 하는 단어가 둘 있다. 취기(醉氣)와 숙취(宿醉)다. 취기는 술에 취해 얼근해진 기운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술은 취할 때까지가 아니라 취기가 느껴지는 시점까지만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술(알코올)의 독성은 취기가 아니라 음주량에 의해 좌우된다, 숙취는 술 마신 다음 날 아침에 밀려오는 불청객이다. 갈증이 나고 무기력해지며 두통이 생기는 것이 주 증상이다. 숙취의 주범은 알코올이 아니라 아세트알데히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위 점막을 자극해 숙취를 유발한다. 숙취 해소를 돕는 음식과 성분들을 알아보자.
북엇국·콩나물국 , 유익한 아미노산 듬뿍
콩나물국·북엇국·조갯국·미역국·선짓국 등은 훌륭한 숙취 해소 음식이다.
숙취 해소에 유익한 아미노산이 셋 있다. 메티오닌·타우린·아스파라긴산이다.
이 중 메티오닌은 몸에 들어가 글루타치온 원료가 된다. 항산화 성분인 글루타치온은 알코올로 인해 생긴 유해산소를 제거해 간을 보호한다. 타우린은 간의 콜레스테롤을 담즙산 형태로 배설시켜 알코올을 분해하느라 지친(비대해진) 간의 부담을 덜어주고, 간세포의 재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건국대병원 소화기내과 최원혁 교수는 “아스파라긴산은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ADH)가 더 많이 만들어지도록 도와 숙취 해소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북엇국·생태탕엔 메티오닌, 조갯국엔 타우린, 콩나물국엔 아스파라긴산이 풍부하다.
녹차·유자차, 체내 알코올 빠른 배출 도와
숙취를 푸는 데 유익한 항산화 성분이 둘 있다. 비타민 C와 카테킨이다.
카테킨은 녹차의 떫은 맛 성분이다. 카테킨은 숙취의 주범인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를 돕는다. 칡에도 카테킨이 들어 있으며 한방에선 칡즙·칡차·칡꽃을 최고의 숙취 해소제로 친다.
비타민 C는 사과·딸기·감귤이나 유자차·대추차를 마시면 보충할 수 있다. 유자차는 주독(酒毒)을 풀어주며, 음주 후 입 냄새까지 없애준다. 대추는 『동의보감』에 “속을 편안히 하고 위를 튼튼하게 한다”고 기술돼 있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비타민 C는 간에서 알코올이 대사(분해)되는 도중 대량 소모된다”며 “비타민 C를 꾸준히 섭취하면 알코올의 배출 속도가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소개했다.
헛개나무, 간기능 개선에 도움
숙취 해소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식품이 넷 있다. 헛개나무 추출물·표고버섯·마늘·양파 등이다. 이 중 헛개나무 열매 추출물엔 강력한 항산화 성분인 쿼세틴이 풍부하다. 식약청은 “알코올성 손상으로부터 간을 보호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인정했으며 이미 '쿠퍼스' 등 일부 식품에 활용되고 있다.
동양의학의 고전인 『본초강목』엔 “헛개(지구자)는 술독을 풀고 구역질을 멈추게 한다”고 기술돼 있으며, 한방에선 술로 인해 생긴 간의 습열(濕熱)을 없애는 약재로 처방한다.
을지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향이 교수는 “헛개나무 열매에 든 다당체가 알코올성 간 질환·만성 간질환의 회복에 도움을 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정해진 양보다 과다 섭취하거나 임의로 헛개나무를 끓여 먹을 경우엔 간에 부담을 늘려 독성 간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성분이 베타글루칸(다당류의 일종)인 표고버섯도 간 건강에 유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식약청이 권장하는 일일 섭취량은 2460mg. 권장량만큼 꾸준히 섭취해야만 간기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남대 농업생명과학과 나천수 교수팀의 연구 결과에도 간수치가 높은 환자 40명에게 헛개나무 추출물을 투여한 결과 간 수치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2주 이상 지속적으로 복용한 결과다. 간기능을 측정하는 대표적 지표인 GOT와 감마 GTP의 수치가 복용 전 평균 67에서 복용 후 47로 떨어진 것. 정상인의 수치는 40 전후다.
마늘·양파는 음주로 인해 부담이 커진 간을 보호하고 간기능을 개선하는 데 유익하다. 두 향신료에 풍부한 함황(含黃, 황이 든) 성분이 간 건강을 돕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이향락 교수는 “엉컹퀴(밀크시슬)의 유효성분인 실리마린은 대표적인 간의 항산화제로 간세포의 대사를 증가시키고 간세포를 보호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