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당한 음주는 간경변이나 간암 발생을 초래하지 않으나, 과도한 음주는 간손상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구미(歐美)에서는 말기 간질환으로 인한 사망의 50%가 알코올에 의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만성간질환의 80% 정도가 B형 또는 C형 간염바이러스에 기인하여 알코올성 간질환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떨어지나 그래도 임상에서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알코올은 체내에 저장되지 못하고 대사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은 대부분 간에서 이루어집니다. 간에는 알코올의 분해에 관여하는 효소들이 있어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라는 물질을 거쳐 분해하게 되는데, '아세트알데히드'는 독성이 있어 간세포에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알코올의 대사 결과 지방산(脂肪酸)이 많이 만들어져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데 이를 '알코올성 지방간'이라고 합니다.
알코올에 의한 간손상은 마신 알코올의 양과 관계 있으며, 술의 종류에는 무관합니다. 따라서 비싸거나 좋은 술을 마신다고 해서 간손상이 적게 오는 것은 아닙니다. 대개 하루 40-80g 이상의 알코올을 매일같이 10년 이상 마실 때 알코올성 간질환이 올 수 있습니다. 2홉 들이 소주 한 병에는 25%의 알코올이 360 ml 들어있으므로 90g 정도의 알코올이 있는 셈입니다. 따라서 매일 소주 한 병 정도를 10년 이상 꾸준히 마시는 사람은 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릴 위험을 갖고 있습니다. 참고적으로 맥주에는 4.5%, 국산 양주에는 40%, 청하에는 14%, 포도주에는 10% 정도의 알코올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술을 많이 마신다고 다 알코올성 간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고, 만성 과음자 중 일부에서만 알코올성 간염이나 간경변증이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만성 과다 음주자의 대부분(90-100%)은 지방간을 갖고 있으나, 알코올성 간염은 10-35%에서, 간경변증은 8-20%에서만 발생합니다. 여기에는 개인적 소인(素因)이 관여할 것으로 생각되고 있으나 그 원인은 아직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일부 사람에서는 더 적은 용량의 알코올에서도 간질환이 발생할 수 있는데, 특히 여자와 만성C형간염 환자는 알코올성 간질환에 취약하니 조심하여야 합니다. 여자는 체구가 작고 알코올 분해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알코올에 더 취약한 것으로 생각되고 있습니다. 같은 간경변증이라도 알코올에 의한 경우는 간염바이러스에 의한 경우보다 예후가 더 안 좋습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이 심한 사람을 보면, 배에 복수(복수)가 차거나 비장이 커져 있고, 가슴이나 목에 '거미상 혈관종'이라 하여 조그만 빨간 반점이 나타나 있고, 식사를 잘 하지 않아 영양 상태가 나쁘고, 남자인데 유방이 부풀어 오르는 '여성형 유방'을 볼 수 있습니다.
알코올성 간질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술을 끊거나 절제하고,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알코올성 간질환 환자가 술을 끊으면 그렇지 않은 경우에 비해 간의 조직 소견이 좋아지고, 간경변증의 발생이 적어지며, 간경변증에 의한 합병증도 줄어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간암 발생도 줄어들고 더 오래 살게 된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