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아동문학회
글: 남진원
강원 도내에서 가장 먼저 아동문학의 깃발을 내걸었다. 1960년 10월 10일 강릉 '청탑다방'에 모여 ‘조약돌아동문학회’를 탄생시켰다.
조약돌아동문학회는 엄기원이 서울로 직장을 옮기고 김원기가 타계한 이후 엄성기가 작고할 때까지 조약돌문학동인지를 발간하며 지속시켰다. 조약돌아동문학회는 6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영동지역을 중심으로 아동문학 활동을 펼치면서 아동문학의 터밭을 일구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엄성기가 작고하면서 그 활동을 멈추었다.
조약돌 회보 1집 머리글에는 김원기가 쓴 , ‘조약돌의 생리’라는 글이 있다.
그리고 엄기원이 쓴 조약돌 제2집 머리글 제4집 머리글에서 조약돌 문학회의 성격과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길을 가다 문득 발 끝에 채이는 조약돌.
개울가에 아무렇게나 흩어져 있어 무심히 지나쳐 버리는 조약돌. 그러나 그 하나하나에는 불가사의의 의미가 있다.
아무거나 좋다. 하나 집어들고 자세히 살펴 보라. 손금보다 더 잘게 무늬진 가느다란 실금, 금에서마다 아스라이 피어 오르는 구름 같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조의 빈 항아리 그 언저리에서 피어 오르는 향기 같은 것 이조 항아리에서 우아한 민족성을 읽을 수 있듯이 조약돌에서도 우주 생성의 역사를 알 수 있다.
단단히 뭉쳐진 조약돌엔 또한 단단한 만큼 강한 의지가 있다. 차라리 바스러질지언정 쭈그러 들지 않는 의지가 있다.
조약돌엔 의리와 우정이 있다.
보라! 큰것, 작은 것, 모난 것, 둥근 것… 그 하나하나가 그대로의 형태를 유지하면서도 오손도손 정답다. 말 없는 가운데 수천마디의 말을 지니고 있는 것, 이것은 조약돌의 생리다.
1963. 3. 10
(김원기: 조약돌 회보 1집 머리글에서)
우리 조약돌의 한 해는 참으로 즐거웠다. 빨간 동그라미가 가득한 시험지를 펼쳐들고 싱글벙글 남에게 자랑하고픈 바로 어린이의 그 구김살 없는 마음이다.
냇가에 아무렇게나 딩구는 조약돌! 그러나 어린이처럼 꿈 많은 동심을 지니고 있는 돌멩이다.
나이를 먹을수록 사람들의 마음엔 때가 묻는다. 아직도 때가 묻지 않았다고 한다면 비록 몸은 자라도 또, 늙어도 마음은 천진한 어린이의 동심일 게다.
늙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면 한숨을 지을 것이다. 그것은 죽을 날이 가까웠다고 서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어린 시절이 그립고 동심이 부러워서 일게다.
우리는 어린이를 사랑한다. 그래서 동시를 쓴다. 어린이가 되고 싶다. 울다가도 돌아서면 웃고 마는 그 너그러운 “동심”의 세계에 함께 묻혀 살고 싶다.
밤새 하얗게 덮인 눈을 제 세상처럼 밟고 뜀박질하는 그 환희의 동심, 동심!
그 생리가 곧 우리들의 ‘조약돌“ 에 숨어 있는 것이다.
1963. 12. 31
(엄기원:조약돌 제2집 머리글)
조약돌 문학회의 활동내용은 동호인간의 유대와 지방문학인구의 저변확대, 중앙문단 타 문학동인과의 유대 및 정보교환이 목적이었다.
강릉에 근거지를 두거나 강릉에서 태어난 아동문학인들, 영동지방에 기반을 둔 아동문학동호인들이 작품을 모아 발간한 문학동인지 <조약돌>을 발간하였다.
또한 어린이 작품 공모와 백일장을 개최하는 등 어린이 글짓기 지도에도 힘을 기울였다. 1965년 1966년 1967년 강원도내 초등학교 어린이작품 공모를 하였다. 1973년에는 바닷가 어린이 백일장등을 개최하였는데 상의 명칭도 산호상, 진주상, 소라상, 파도상 등 다양한 이름을 붙였다.
❖ 글짓기 공모에서 입상한 작품 :
*선생님
선생님은
당번보다 일찍 오십니다.
텅 빈 교실 창문에서
우리를 기다립니다.
선생님은
우리가 더드는 것을
제일 싫어합니다
너희들 때문에 죽겠다고 합니다
그래도 우리가 헤어지면
텅 빈 교실에서
자꾸만 자꾸만 우리들을 보는
선생님입니다.
(박종철. 속초 2)
*1965년도 공모 저학년 시부 특선
종소리
종소리가 났는데
선생님은 자꾸 공부를 한다.
“선생님 종이 났습니다.”
“어?”
종소리는 언제나
우리가 먼저 듣지요.
(윤복자 손양 6)
*1966년도 공모 고학년 시부 특선
조약돌 아동문학회는 회보를 발간하여 소식을 전하기도 하였다.
회장이나 부회장 총무 등 회의 업무를 관할하는 제도가 없었고 대표 한 사람만이 모든 일을 맡아 해 왔다. 처음에는 김원기 시인이 맡아 책을 발간하여오다가 1970년 이후부터 엄성기 시인이 맡아 발간해 왔다.
조약돌아동문학은 1963년 조약돌 제1집을 발간한 이후 꾸준히 작품집을 발간하였다.
조약돌 아동문학에는 동시와 동화작품을 수록하였는데, 10집에는 김완성의 ‘나무들의 합창’, 김원기의 ‘무지개 다리’, ‘김진광의 ’지겟군 할아버지‘, ’엄기원의 ‘꿈이 큰 아이’, 조무근의 ‘자전거와 굴렁쇠’, 최도규의 ‘팔려간 쭁’, 홍광균의 ‘이모 엄마’ 등의 동화가 실렸다.
1986년엔 조약돌 14집을 발간하였는데, 김진광의 대서사시 ‘녹두장군’이 발표되었고 솔바람동요문학회 회원들(김교현, 김동희, 김옥순, 김옥자, 김옥주, 박순정, 양희순, 예창명, 유연상, 유인자, 이문자, 이향숙, 조진숙, 최정애 등)을 특집으로 꾸며 작품을 실었다.
1991년 제19집이 나오고 6월엔 김교현이 제40회 아동문예 작품상 동시 부문에 당선(1987년 준당선)되어 문단에 나왔다.
1993년에는 회원 중 4명이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남진원은 제12회 강원문학상, 김종영은 제12회 강원아동문학상, 정태모는 제3회 관동문학상, 조무근은 제7회 영남 아동문학상을 탔다. 또한 정태모는 동시집 『아기학』을, 최갑규는 제5수필집『솔바람 푸른꿈 되게』를, 김종영은 동시집 『어머니 무릎』을 , 김교현은 동시집 『활짝 웃어라』, 박성규 동시집 『별과 풀꽃』을 발간. 알찬 수확을 거뒀다.
1994년 10월 30일 조약돌 20집을 발간했다.
엄성기 시인은 1998년 작고하기 전까지 조약돌 아동문학을 운영되었다.
회원으로 작품 활동을 한 사람들은 권석순, 권영상, 김종영, 김철기, 남진원, 마석규, 박영규, 심복수, 심윤명, 엄성기, 이원수, 장영철, 전세준, 조영주, 최상헌, 최승학, 김완성, 김원기, 김진광, 엄기원, 조무근, 최도규, 함영상, 홍광균 등이었다.
* 엄성기(嚴成基) 1940-1998 아동문학가
1940년 강원도 강릉 구정면 제비리에서 출생하였으며 1959년 강릉사범학교를 졸업하였다.
1970년 제6회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에 동시 ‘별열매’가 당선되어 문단에 데뷔하였다.
1987년 한국아동문학작가상을 수상하였다.
조약돌아동문학회, 한국문인협회, 한국문인협회강릉지부장을 지냈고 솔바람동요문학회장, 관동문학회 회장을 하였다.
농촌의 정경을 형상화하는데 노력하였다.
동시집 <박꽃>, <산골아이>(1975 영진문화사), <그림위에 누워서 >(1980 을지출판사), <꽃이 웃는 소리>(1990 대성문화출판사) 등이 있다.
1990년 남강초등학교에 재직하였다.
대표작 : 별열매. 꽃이 웃는 소리 등이 있다.
꽃이 웃는 소리
나는 나는 들었지
아름다운 꽃밭에서
빨강 노랑 분홍꽃이
모두 한데 어울려
맑디 고운 소리로
하하 호호 까르르르
꽃향기로 피어나는
꽃이 웃는 소리를
나는 나는 들었지
아름다운 꽃밭에서
자주 보라 하얀 꽃이
모두 한데 어울려
곱디 고운 소리로
하하 호호 까르르르
향기롭게 퍼져가는
꽃이 웃는 소리를
(제4회 MBC창작동요제 입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