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트로스는 갈매기의 한 종류로 새들 중에서 날개의 길이가 가장 긴 새로 알려져 있다. 고공을 비행할 때 활짝 펼친 양 날개의 길이가 3내지 4m 정도라니 가히 놀랄 만하다.
뉴질랜드 남섬 여행은 참으로 특이했다. 중심도시인 크라이스트처치는 비행장이 우리나라 소도시의 작은 비행장만하다. 공항청사와 주변도 한적한 시골마을을 연상할 정도다. 도시의 중심가에도 그렇게 높지 않은 건물들이 여유롭게 서 있다. 고전 건축양식의 교회와 성당, 박물관, 관공서, 백화점이 조화를 이루고 서 있는 것이 마치 시계를 뒤로 많이 돌려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다. 그러나 휴식처인 헤글리 공원은 도심 속에 강과 숲, 온갖 레저시설들을 잘 갖추어 그 규모가 세계 제일이란다.
남반구 여름 크리스마스의 분위기는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기분이다. 여기저기 오색의 깃발과 빤짝이로 장식된 나무들, 털모자를 쓴 산타의 모습이 너무 낯설어 보인다.
도심을 벗어나 초원 사이로 난 왕복 2차선의 고속도로는 바쁘지 않는 이곳 사람들의 삶을 말해 주는 듯하다.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양들과 말, 사슴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낮은 구릉 위에 양탄자처럼 깔린 초원과 멀리 보이는 만년설이 덮인 높은 산은 한 폭의 그림이다. 전국토의 8할 이상이 산인 우리나라의 막힌 시야에 비하면 툭 트인 시야가 너무나도 평화스럽고 여유롭다. 차가 내륙 쪽 초원을 벗어나자 해변으로 뻗은 길이 나온다. 그 곁을 남극으로 향한 쪽빛 바다가 시원스레 나타난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듯한 자연이 원시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여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연가’로 불리어진 원주민 마우리족 민요 ‘Pokarekare Ana’를 들으며 달리는 것은 더욱 환상적이다.
Pokarekare ana Nga wai o Waiapu(Rotorua)
와이아푸의 바다엔 폭풍이 불고 있지만
Whiti atu koe E hine Marino ana e
그대가 건너갈 때면 그 바다는 잠잠해질 겁니다
E hine e Hoki mai ra
그대여 내게로 다시 돌아오세요
Ka mate ahau i Te aroha e
너무나 그대를 사랑하고 있어요
Tuhituhi taku reta Tuku atu taku ringi
그대에게 편지를 써서 반지와 함께 보냈어요
Kia kite to iwi Raruraru ana e
내가 얼마나 괴로워하는지 사람들이 알 수 있도록 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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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트로스를 만난 곳은 뉴질랜드 남섬의 동남쪽 작은 도시 더니던(Dunedin)이다. 그곳은 지형이 특이했다. 좁다란 반도가 본섬 곁으로 길게 뻗어 나와 안쪽은 깊숙한 만을 이루었고 그 곁에 도시가 형성되었다. 금을 캐기 위해 영국에서 몰려든 백인들이 이룬 도시란다. 좁고 길게 뻗은 옥타고 반도의 끝부분은 바위산과 절벽으로 사람들의 발길이 닿기가 어려운 곳이었다. 알바트로스는 그곳에 보금자리를 틀고 있었다. 남극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절벽으로 몸을 던져 날개를 펴서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새였다. 그곳 사람들은 이 새가 긴 날개로 평지에서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이 무리라고 했다. 그래서 깎아지른 절벽 근처에 서식한단다. 해운대 앞 바다에서 어선이나 유람선을 따라 아우성치며 요란스럽게 나는 괭이갈매기와는 품위가 사뭇 달랐다. 묵언의 천사인양 양 날개를 펴고 큰 원을 그리며 고공을 비상하는 이 새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외경심이 솟아난다. 한밤 중 남십자성의 푸른 별빛을 따라 가늘고 긴 날개를 펼쳐 별에까지 날아올라 인간들의 삶을 직접 아뢰고 돌아오는 신의 사자(使者)라 생각하니 두려운 마음이 생긴다. 최근 그 수가 급격히 줄어 걱정이란다. 옥타고 반도 중심에 있는 ‘로얄 알바트로스 센터(Royal Albatross Centre)’를 찾았다. 이곳은 알바트로스가 지구상에 영원히 살아남기를 심혈을 기울여 연구하는 기관이란다. 전시실 한 가운데 박제가 된 알바트로스가 고상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바다로 훨훨 날아갈 듯한 모습이다.
유럽에서 남아프리카 남쪽 끝 희망봉을 돌아 남극해를 항해하던 배들이 이곳을 지나면 일주일간을 밤낮으로 자지도 먹지도 않고 높이 날면서 항로를 안내하는 불가사의하고 전설적인 이 새를 보고 선원들은 외경심으로 바라본다는 이야기도 있다.

내가 이곳을 찾기 얼마 전 영국 찰스황태자도 이 새의 서식 상태를 염려하여 직접 돌아보고 연구사들을 격려하고 갔다고 한다.
“알바트로스여!”
“부디 옥체만강하여 나날이 피폐해져 가는 우리의 이 지구를 결코 떠나지 말아 다오.”
골프는 새들의 이름을 따서 성적을 기록한다.
‘버디’
‘이글’
‘알바트로스’: 홀 당 규정 타수의 -3타수
골프채를 잡는 보통 사람들이 평생 낼 수 없는 기록이 ‘알바트로스’라니, 이 새의 명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상상에 맡긴다.
첫댓글 내주에 '알바트로스'를 찾으러 일본 큐슈 남쪽에라도 다녀와야겠소. 혹 그곳에도 사는지...
40일동안 지구 반바퀴를 돌 수 있는 새. 마치 공중정찰을 하면서 인간세계를 감시하는 것 같군.
일본 가면 좋은 것 많이 담아오기 바라며, 잘 다녀 오시게.
쿠슈에 가서 꼭 알바를해서라도 트로스를 만나기를, 좋은 여행! 즐행! 상식의 지평을 넓혀주는 장안이여 새이야기 영원하라!
글 물흐르듯 부드럽고 그 관찰력 참으로 놀랄만 하군, 좋은 글 재미있게 잘 읽고 있다, 좋은 글 소재 많이 담아오시게, 그리고 건강하고................
안곡, 큰소, hyun, 감사!!! 잘 갔다 올게요!!!
알바트로스...신천옹, 기억하리다. 일본 잘 다녀오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