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명산에 가 볼 끼라꼬
10일 토요일 밤 10시에 불 끄고 애들보다 먼저 취침했다.
요새는 술 안묵고도 일찍 잘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서 무척 기분이 좋다.
새벽4시반에 일어났다.
빨리 일어나야 애들 아침밥 먹을 준비는 해 둬야할 것 같아서
전날 대전 동구의 계족산을 3시간 걸었다고
4시반에 일어나서 정신 차려보니 5시다. 30분이 멍하니 지나간다.
5시간 되니 갑자기 맘이 바빠진다.
뭐 부터 해야하나, 어제밤에 먹고 싱크대에 꽉 쌓아놓은 냄비부터 닦아야제
금방 5시반이다.
소고기국을 끓여야 아가들이 묵제!
딱 40분만에 소고기국하나 끓여놓고, 토마토주스 갈아서 마실 수 있게 해 놓고
후딱 국에 밥 말아먹고
6시47분 지하철역에 내려가니 아뿔싸 또 1분 늦었다.
열차가 휙 지나간 공허함이 공기속에 소복히 남아있다. 젠장 12분 놀아야한다.
급하게 오느라 모자도 안 가져왔는데 다시 돌아갈 수도 없고 에라이 모르겠다.
7시 19분 대전역에서 KTX가 서울로 출발한다.
바로 오창환에게 문자 날렸다.
혹시 내가 안 오나 싶어 기다리는 마음이 굴뚝 같을 것 같아서 문자를 날려
안심을 시켜야제!
KTX타도 잠이 안 온다. 호명산이 보고싶어서 ㅎㅎ
7시35분 KTX가 천안아산역쪽으로 쎄빠지게 달리는데 삘리리
뻐꾸기가 휴대폰 쐈다. 바로 받아서 서울로 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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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오늘은 정시에 도착했다. 8시14분
역사내에 지난 북한산때와 같이 유격교관 폼으로 기다리고 있을 창환이 모습이
정면으로 나타났다. 엄청 반갑다.
기다려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해도 피가 선순환 RPM을 두배이상 높힌다.
아침 일찍 서울역에서 상봉하는 것은
이산가족 상봉보다 더 감격스럽다. 안 믿기면 해 봐라
이처럼 학오름 가족을 챙겨주는 창환이가 있어 맘이 푸근하다.
말없이 뚜벅뚜벅 지하철 1호선을 타러 이동한다.
창환이가 뻐꾸기와 서울역지하철에서 만나기로 했다고 해서
8시19분
뻐꾸기에게 휴대폰 신호를 날렸다. 안받는다.
8시20분
뻐꾸기가 내게 전화한다. 서울역 다 와 간다고 기다리라고 한다.
나는 4호선이나 타고 와서 1호선 타는 곳으로 걸어오고 있는 걸로 착각했다.
이어 반가운 너구리아빠가 대방역을 지난다고 청량리에서 보자고 한다.
어제 죽어라 전화해도 안 받았던 너구리아빠가 청량리에서 보자고 전화하니
감동이 좌악 밀려온다. 갑자기 입이 찢어진다. 웃음이 나와서 ㅎㅎ
8시24분
뻐꾸기가 다시 휴대폰 때렸다. 받으니 우리를 못 찾는 줄 알았는데 허걱
지하철로 서울역 지나쳐서 시청역이라고 한다. 애구 그냥 가라고 했다.
창환이와 나는 붕 떴다. 다음 열차로 청량리로 출발
8시50분
지하청량리 내렸다. 위로 올라가면 지상청량리역인줄 알았는데 처음가는
촌놈이라 올라가니 지상 도로다 제기랄, 다시 옆으로 걸어가야 걍 열차역이다.
역사로 올라가보니
영화, 영호, 영석 (전신에 영영이네), 종경, 주영, 기현, 재붕, 병국이 기다린다.
창환과 내가 엎어지니 딱 10명이다. 영호가 조경식이 날밤까서 오늘 불참이고,
석복이가 못오고, 영화가 박춘근 전화 쌔려보니 오늘은 못 온단다. 예상인원
15명에서 마지막 엎어진 만영, 태균까지 총 12명 그래도 내가 참석하고는
제일 많이 온 날이다. (역 도착순서 좀 틀릴수도 있으니 양해바람, 기억나는대로 썼음)
사진으로 몇번 본 영석이는 같은 반을 안 해서 첨보는 사람과 진배없다.
호랭이 잡다보면 친해지겠지 뭐..
09시30분
입석으로 청평역까지 가야한다. 주말, 주일에는 경춘선도 터져나간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가보다.
성북-화랑대-퇴계원-사릉-금곡-평내호평-마석-대성리-청평-상천-가평-경강-백양리-강촌-김유정-남춘천
이 먼길을 털거덕거리는 무궁화타고 딱 한시간 걸리니
청량리에서 청평까지 왔다.
청평역사는 새로 지어서 깔끔하니 좋다.
2010년 경춘선 복선전철이 되면 선로도 많이 바뀌고 역이 없어지는 넘도 둘,셋 되나보다....
와글와글내려 증명사진 박았다.
하나모텔을 돌아서 또랑하나(조종천이라고 큰 내)를 건너서 드디어 호명산 오르막앞에 섰다.
뒤따라오던 처자가 피식 웃으면서 먼저 올라가버린다. 호랭이가 안 무서운가보다
가을남자가 왔으면
하나모텔이 들썩거렸을텐데,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쳤다. 가을남자여 11월에는 나타나라
다들 기대 기대하고 있다 ㅎㅎ
드림팀이 무너지고 있다. 바람도 바빠서 빠졌는데 드림팀 구성이 영~
11시00분
오르막앞에서 창환이가 몇시고 하고부터 바로 뻐꾸기왈 45도 경사이상이라는 말소리에
다들 숨소리만 쌕쌕대며, 한마디도 않고
11시15분 중간 쉼터까지 올랐다. 청평댐이 보이는 중간 쉼터에 앞에 갔던 처자가 동네뒷산 온 것같이
앉아있다가 간다. 우리보다 훨씬 나은 편이다.
11시20분 증명사진 박고 또 출발이다. 어차피 호명산 정상까지는 말 없이 갈 것 같다.
12시5분
1시간 소요라고 했는데, 우리는 다들 한시간을 넘겼다. 어제밤에 무리한 동포들은 바로바로 표시났다.
어영부영 막걸리에 파전만 먹자고 판 벌였는데, 결국은 창환이 싸 온 무지무지 맛난 김밥까지
점심을 해결했다. 배부르면 잘 몬가는데........
12시50분
다시 호명호수로 출발
기차봉을 넘느라고 할딱대다가 카페지기가 갑자기 내년에 금강산 한번 가자고 제의한다.
금강산도 좋치!!!!!!!!!!
14시10분
오르락 내리락 능선에는 막 시작되는 단풍 땟깔이 너무 곱다. 휘 둘러 할딱대며 호명호수에
도착했다. 물이 많이 빠져 좀 썰렁했지만, 인터넷에 본 9월27일 찍힌 사진은 물이 꽉 차 있었는데.......
14시40분
남은 과일 몽땅 먹다 배가 터져 죽는다고 담에는 좀 작게 가져오잔다. 필승으로 시작하는 해병대할배의
헥헥대다 죽은 oo 할배 말을 듣고 배를 잡으며 상천역쪽으로 하산방향을 잡았다.
16시10분
은근히 내려오는 길이 힘든 호명산을 내려오니 이미 내려온 선두그룹이 세수하고 발닦고 난리다.
16시25분
함지박의 맛난 두부전골로 소주와 맥주가 술술 넘어간다. 이러면 밤새는디.........
17시40분
함지박이 제공하는 스타렉스에 12명이 빼곡이 탔다. 덩치작으면 꼭 이런데는 손해본다.
껴서 타고 힘만 들기때문에, 군바리 출신들 답게 팔도사나이(길옥윤 작곡?)는 다 잊어묵었고
진짜사나이(6.25이전 군가)는 그래도 다들 외운다. 역시 노래도 오래된 것이 진국이다.
17시53분
청평역 도착하니 세상에 무궁화가 하루에 몇대 안 다니나보다. 18시39분 열차앞에는 16시07분이었다.
무슨 동네가 두시간 넘게 기차가 없네 환장하지
18시39분
우리따라 다니면서 배 깎아서 결국 한 입씩 먹여준 고마운 아줌마와 남편 무신 사장(??) 과 함께
깜깜한 청평역에서 다시 청량리로 출발,
19시30분
내년에는 기차가 안 다니고 역사건물만 문화재로 남고 공원으로 탈바꿈할 화랑대역에서
우리의 재붕이 제일 먼저 집 가깝다고 내렸다. 1939년 태릉역으로 출발해서 육사 덕택에
화랑대역으로 바뀌었다가 2010년에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역이란다.
19시40분
딱 맞춰 청량리역에 도착했다. 다시 중앙선타고 집에 가는 종경과 영석을 보내고
9명이 걸어나와서
지하청량리역으로 입사, 그래도 못다한 이야기는 끝이없다.
동대문에서 주영이가 4호선 바꿔 탄다고 제일 먼저 내렸다.
종로3가에서는 3호선 갈아타게 기현이가 내렸다.
종각역에서 분당가는 버스 탄다고 태균, 영화, 영호, 창환까지 내렸다.
20시23분
병국이와 만영이는 계속가고 나혼자 서울역에 내렸다. 20시30분 KTX가 있으려나
서울역에는 20시30분발 KTX는 없고 20시45분발 부산행 KTX가 있다. 대전으로 출발
몸은 피곤해도 맘은 무지 편하다.
잠들면 대전 지나갈까봐 눈 똥그랗게 뜨고 열차 안에서 게겼다.
뉴스에 SK가 2승2패를 만들어서 13일 화요일에 막판 5차전을 인천에서 한판 뜬단다.
두산이 남에 집에가서 2승하더니 자기 집에서 2패 했다. 작년, 재작년 악몽이 되살아난다.
아마 화요일에 두산이 질 것 같다. 징크스 때문에 ㅋㅋ
22시16분
집에 돌아왔다. 6시45분에 나가서 22시16분에 들어왔으니 16시간을 집 비웠네.
운악산 보다는 좀 나은 편이다. 운악산에 갔다가 24시 넘어 돌아왔으니 ㅎㅎ
창환이 준 김밥 애들이 맛나게 잘 먹었다. 깔끔한 맛이 좋단다.
꼭 전해주라 애들이 맛나게 잘 먹었다고 출출하니 야식겸 맛나게 먹었는데
딸이 조금 먹으니 아들이 먹느라 고생했다. ㅎㅎ
김밥 싸 주신 분, 대박 나시라고 꼭 전해주라
11월에 만납시다
(호랭이 없던 이야기는 뻐꾸기가 상세히 알려줄끼라, 그 후기도 기대해라 만땅)
첫댓글 참 자세히도 잘 적었다. 초단위는 아니더라도 거의 분단위 수준으로 세세하게 잘 적었다.매분마다 체크한 것인지 아님 기억이 기가 막히던지 둘 중 하나다. 수고 많이 했다.
매번 시계 본 것을 하루는 기억한다. 그래도 혹 빼 먹는 것도 있지. 요새는 머리가 좀 나빠져서 ㅎㅎ, 회장님이 나타나야 학오름이 날개를 펴는 것 같다. 즐거운 일요일이었고, 늘 고맙다
형주야 ! 부지런도 하다 벌써 산행기 올려놓고 ~~ KTX 빠르긴 빠르다. 수지 우리집 도착시간이 10시가 다되었을 시간인데 그 시간에 대전의 집에도착을 했다니...
애들 밥 해먹이라 고생이 많구나. 직장 다니고 니 볼 일 보느라 바쁘게 사는구나. 빨리도 산행후기 올렸구나. 열심히 사는 모습이 눈에 선하구나. 덕분에 살도 빼고 씰데없는 생각(?) 않고 말이야. 좋네 좋아. 11월 명성산에 또 봅시다.
정신없이 살아야 세월이 쉽게쉽게 지나가지 그런 속에 사는 맛도 난다. 처음에는 거의 못 견딜 지경이었는데 지금은 많이 극복했고 정신없이 살면 잘 잊어버리게 되는게 사람인가 보더라 ㅎㅎ 명성산 억새풀속에 푹 빠져보는 11월이 되어보자. 산 산 산 소개해주는 영화의 노고는 늘 생각하며 살께
산행대장의 수고가 많다. 영화가 선정한 산들은 전부 괜찮은 곳만 골라서 이 또한 우리가 감사해야 될 일인 것 같다. 아울러, 다른 사람들도 가 보았거나 들은 좋은 산이 있으면 언제든지 추천해라. 힘 있을 때 갈 만한 산은 다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