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2학년 담임 김효영 선생님께...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의 영원한 제자 박선민입니다. 달력은 봄을 향해 달려가고만 있는데 날씨는 아직 겨울의 품이 좋은가 봅니다. 쌀쌀한 요즘 건강은 어떠하신지요. 풋풋한 고등학교 2학년이 되어 꼭 바랬던 선생님의 수업을 듣던 날이 32년 전 오늘입니다. 딱딱한 영어 교과서도 선생님의 손길이 닿으면 때로는 소설책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영화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인생이 되기도 했지요. 영어도 이렇게 재밌게 배울 수가 있다는 것을 학생들이 깨달을 수 있도록 정말 열정적인 수업을 하셨던 생각이 납니다.
선생님께서는 늘 저에게 희망이었습니다. 잘하는 것도, 장래 희망도 무엇하나 제대로 정해놓지 못하고 불안해하였을 때 저는 선생님을 만나고 나서 나도 꼭 열정적이면서도 따뜻한 선생님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그 꿈은 결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바로 선생님께서 제 마음속에 나무를 심어주셨기 때문입니다.
'희망의 나무'...... 선생님, 기억하시나요? 학기 초 저는 공부에 대해 고민이 많아서 선생님께 편지를 썼습니다. 며칠 지나 선생님께 답장을 받은 그날부터 저는 마음속에 희망의 나무를 심었습니다. 수업 중에 저의 눈빛을 하나하나 읽어주신 선생님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파이팅을 외쳐주신 저에 대한 믿음을 잊지 않았습니다. 간절히 바랬던 수시에 붙지 않아 몹시 힘들었던 고3시절 저는 선생님을 찾아가 눈물을 보이고야 말았습니다. 정말 열심히 해서 선생님께 좋은 모습만을 보이고 싶었던 욕심 많은 제가 선생님을 보자마자 말도 없이 왜 그렇게 눈물만 흘렸는지...... 그때 선생님께서 손 꼭 잡아주시면서 괜찮다며, 다음에 더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 말씀해 주셨던 일도 희망의 나무에게는 커다란 거름이 되었습니다.
선생님, 보이시나요? 이 자랑스러운 나무는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서 32살이 되었습니다. 이 나무가 이렇게 튼튼하고 푸르르게 자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선생님의 사랑과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금 아이들에게 또 다른 나무를 심어주기 위해 선생님께 받았던 거름을 나누어주려고 합니다. 우리의 나무들에게 마지막이란 없답니다. 나무는 마음속에 영원히 자리잡고 있을 것이니까요.
2035년 3월 12일
선생님의 영원한 제자, 첫 번째 나무 박선민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