횔덜린은 근원존재의 존재발생사에 대한 서술 가능성을 해석학적 이해지평에서 발견한다. 이에 따라 횔덜린이 오늘날 우리에게 제공하는 텍스트 의미지평에 대한 이해와 해석은 텍스트의 내재적 의미지평이 품고 있는 소리를 귀기우려 듣기와 해석자의 주관적 의미지평으로의 해석학적 번역으로 이루어진다.
1. 몰락과 이행의 ‘사건의 역사’: 횔덜린 형이상학의 핵심은 ‘하나’와 ‘여럿’에 대한 이해다. ‘하나’는 ‘하나’의 영원한 세계, 언제나 그리고 이미 존재해온, 때문에 존재할 수 있는 세계로 무한세계다. ‘여럿’인 개별 세계는 역사적 세계이며, 이 세계는 유한세계로 몰락의 운명을 짊어진 세계다.
2. 역사 변환기에 대한 ‘기억의 역사’: 혁명적 변환기의 역사적 주체는 이중의 부정 상태에 있다. 낡음의 부정적 지양상태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새로움이라는 이중적 비존재의 부정 상태에 역사 주체가 머물러 있다.
3. 역사적 사건재현을 반복하는 ‘비극의 역사’: 삶 전체에 대한 감정적 내면화는 낡음과 새로움, 생성과 소멸사이의 위협적 대립을 지각하는 기억의 의식이며, 대립된 양항이 이루는 삶의 조화다. 이런 대립의 통일적 조화가 언어적으로 형상화되는 예술형식이 비극이다. 이렇게 횔덜린의 역사철학은 역사를 매순간의 사건으로 역사적이게 하며, 역사를 비극의 이야기로 매순간 반복, 재현하여 역사적이게 하는 무한성의 철학이다. 여기서 역사는 비로소 인간의 역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