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오늘은 어느 숲으로 갈까?”
“모험의 숲이요!”
지난 18일, 눈이 내린 아침. 연수구 청학동 청량산 입구에서 조금은 낯선 풍경과 마주했다. 6~7세 어린이 20여명과 4명의 교사가 등원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모두 등산복 차림에 배낭을 멘 모습이다. 숲으로 등원하는 어린이들의 한손엔 돋보기도 들렸다. 모험의 숲으로 향하는 길. 아이들은 눈싸움도 벌이고 눈꽃이 핀 나뭇가지를 돋보기로 유심히 관찰하기도 한다.
이들은 인천대 숲 유아교육연구소(이명환 소장)원생들과 연구원들로 매일 아침 8시 30분~12시 30분까지 숲으로 등원. 현재 청량산 입구에서 1km반경에 위치한 나비정원, 동심의 숲, 모험의 숲 등 네 개의 숲에서 교육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해 북부지방 산림청의 도움을 받아 우리나라 최초로 독일 숲 유치원을 본떠 만든 전국최초 숲 유치원이다. 숲 유치원은 1993년 독일에서 시작, 숲에서 아이들이 신체적 정신적 움직임을 통해 전인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교사와 아이들, 학부모가 모두 만족하는 교육이라고 한다. 일반 유치원 교육과 달리 모든 교육은 숲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의 잎이나 꽃, 나뭇가지와 열매 등 자연물을 이용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명환 연구소장은 “나쁜 날씨란 없고 나쁜 복장이 있을 뿐입니다.”라며, “독일이나 덴마크 아이들보다 우리아이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활동적이며 창의적이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문과 벽이 없는 자유스런 숲에서 아이들은 몸의 균형이 잡히고 적응이 돼 그동안 단 한 번의 안전사고도 없었다.”며, “교육의 원천인 자연이 계절의 변화를 겪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아이들은 자연에서 모든 것을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또 “환경오염으로 발생하는 아토피 등 신체단련을 위해 화학적인 더러움이 아닌 자연이 주는 더러움이 필요하다.”고 했다. 실제로 숲에서 생활한 이후 아토피를 앓았던 지민이는 아토피가 없어졌고 처음에는 흙이 더럽다고 놀지도 못했던 아이, 옷이 더러워지면 싫다고 말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매우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숲에 도착한 아이들은 자유롭게 놀이를 시작하고 숲소파(썩은나무)에 앉아 간식도 먹는다. 혼합연령이다 보니 신체 특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한동안 아이들만의 정겹고 푸근한 시간이 흐른다. 종호와 재현이 손이 바쁘다. 깡통에 흙을 담고 눈을 섞어 초코아이스크림을 만드느라 추운 줄도 모른다. 서진이는 땅에 굴을 파는 게 재밌단다. 한쪽에서는 “얘들아 무지개 버스타자”란 말에 서너명의 아이들이 바람에 쓰러져 죽은 나무곁에 다가와 나무위를 오른다. 바람이 눈꽃을 흩뿌리자 아이들은 일제히 와아하며 환호성도 지른다.
문영희 교사는 “숲 상황에 따라 볼 수 있는 것이 다르죠. 비가 오면 나무위에 매달린 물방울을 보고 보석나무라고 말하고 연못에 떨어지는 빗방울도 유심히 관찰하죠. 때론 웅덩이에 고인 물소리도 발힘의 강약에 따라 다름을 알고 있어요.”라며, “아이들은 작은 것에도 반응하고 표현능력도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문교사는 또 “정해진 목표치를 달성해야 하는 일반유치원 교육과 달리, 여유로운 가운데 자연속에서 놀다보니 아이들 개개인의 특성을 보다 더 빨리 파악할 수 있어요. 또 만져보고 직접 보는 실물교육이 이루어져 받아들이는 속도도 매우 빠르고 하루종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죠.”라고 귀띔했다.
눈을 이용한 놀이, 그림책 보기 등 수업이 끝나고 작은 발걸음들이 하나 둘 집으로 향하는 시간. 숲 입구에서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배지은(학부모.36)씨는 “아이가 얽매이지 않아서 좋아요. 예전과 다르게 유치원 갈 때 스스로 챙기는 자발성을 보이더라구요. 특히 놀 때도 정형화된 게 없고 넓은 공간에서 생활하다 보니 아이의 스트레스가 없어진 것 같아요.”라고 전했다.
김영숙(학부모.41)씨도 한마디 거든다.“감성이 풍부해졌고 인위적인 것보다 자연물을 가지고 놀다보니 생명의 소중함도 자연적으로 알게 되더라구요. 또 표현력이 높아지고 성격도 활발해졌어요.”라며, “요즘 선행학습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것보다는 아이가 스트레스 받지 않고 자연속에서 뛰어놀며 추억도 만들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숲에서 내려오는 길. 눈 속에서 진달래 꽃망울이 부풀어 있는 모습을 보았다. 새봄에 또다른 옷을 입은 자연속에서 싱그럽게 자라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듯 했다.
김지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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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2 10:43:00 편집팀(ad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