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걸음마기 (1살 6개월-3살)
이제까지 엄마에게만 전적으로 의존하던 아기는 서서히 ‘나’를 인식하면서 엄마에게서 떨어져 나갑니다. 난생 처음으로 세상을 스스로 경험하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걸음마를 떼고, 말을 조금씩 하고, 대소변도 가립니다. 자기 손으로 우유와 밥을 먹으면서 홀로서기를 합니다.
주위 환경을 자신의 손과 발과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탐색하면서 세상에 대한 자기 통제감(self-control)을 갖습니다. 이대 중요한 것은 자유와 질서의 조화입니다. 즉 스스로 탐색하도록 자유를 허용함과 동시에, 해서는 안 될 것에 대한 적절한 제한과 질서와 훈계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자유만 주어도 아이는 자기 통제 능력을 획득하지 못한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됩니다.
① 발달과제 : 자율성 vs 수치와 자기 의심
이 시기에 건강하게 획득해야 할 발달 과제는 자율성(autonomy)입니다. 자율성이란 스스로 무언가 잘 해낼 수 있다는 의지(will), 자신감과도 같은 것입니다. 자율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아이가 무언가 스스로 시도한 일에서 성공을 경험해야 합니다. 자신을 표현하는 일, 혼자 숟갈로 밥 먹어 보는 일, 대소변 가리는 일, 손과 발로 만지거나 걸어 보는 일에서 성공을 경험해야 합니다. 따라서 스스로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하고, 작은 성취에도 격려와 칭찬을 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테면 처음 걸음마를 시작했을 때, 두 걸음 걷다가 넘어져도 “왜 이렇게 넘어지고 그래.” 하고 말하기보다는, “아이구, 우리 아기 두 걸음이나 걸었네.” 하는 칭찬이 필요합니다. 밥을 먹을 때, 바닥에 흘리는 것이 더 많아도 “아이구, 우리 아기가 이제 혼자서도 밥을 먹을 줄 아는구나.” 하는 격려가 필요합니다.
흔히 이 시기의 아이는 “아니야.” “싫어.” “내 거야.” “내가 할래.” 같은 표현을 자주 쓰기 시작하는데, 그것은 ‘나’를 인식하는 자율성의 표현이기도 합니다. 자율성이 생긴다는 것은 선택에 대해 자신의 의지를 가지고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조금씩 선택을 주는 것도 자율성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우유 마실래, 물 마실래?”와 같은 선택을 주고, 그 선택을 인정하기 시작해 보시시오, 그러면 아이들은 점점 선택에 더 잘 반응합니다. 이 시기에 자율성을 성취하지 못하면 결핍 증상으로 수치심과 자기 의심이라는 상처가 생긴다는 것을 유의하십시오.
② 자율성의 속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 자녀에게 해당되는 항목에 ∨ 체크하세요
□ 어떤 일을 시도할 때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별로 없습니다.
□ 그래서 새로운 일에 대해 선뜻 시도할 수 있습니다.
□ 부끄러움과 무안을 많이 타지 않는 편입니다.
□ 무능하지 않다는 근본적인 자신감이 있습니다.
□ 자기 의견이나 주장을 표현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 자기 일을 혼자 알아서 잘 처리하는 편입니다.
□ 자신이 한 일에 대해 후회와 의심이 많지 않습니다.
■ 체크한 항목은 몇 개인가요? ( )
■ 점수는 몇 점인가요? ( )
* 총 100점 만점 중에서 체크한 항목 개수×10점이 점수입니다.
■ 잘 되지 않는 항목은 어떤 것인가요? ( )
(Tip) 수치와 자기 의심
자율성을 획득하지 못했을 때는 수치와 자기 의심이라는 상처를 갖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시도한 걸음마, 숟갈질, 대소변 가리기에서 실패와 망신을 경험할 때 ‘나는 이런 것도 못하는 것을 보니 창피한 사람이구나.’ 하는 수치와 의심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늘 신경을 쓰면서 모든 일에 자신감과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 되기 쉽습니다.
③ 대상 항상성
대상 항상성 또는 대상 영속성이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사물이나 대상이 항상 존재하고 있다는 믿음과도 같은 것입니다. 이를테면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확실히 어딘가에 존재한다는 마음속 이미지입니다. 유아기 때는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으면 이 세상에도 없다고 느끼기 때문에, 엄마가 사라지면 자지러지듯이 울곤 합니다. 그러다가 엄마가 다시 나타나면 소리를 지르면서 크게 기뻐하곤 합니다.
그러나 3살이 넘으면서는 엄마가 잠시 없어져도 꽤 긴 시간동안 엄마를 찾지 않습니다. 엄마의 귀환을 편안히 기다리면서 아이는 안정감 있게 혼자서 놀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놀이방에 가서도 엄마가 집에 있다는 믿음이 있기에 잘 떨어져 노는 것입니다. 이러한 대상 항상성을 갖게 해 주려면, 부모가 어릴 때부터 아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신실한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④ 까꿍놀이
옛날 어머니들은 자녀 교육을 배우지 않았어도 지혜가 있었습니다. 까꿍놀이는 대상 항상성 훈련에 크게 도움이 되는 것이지요. “엄마 없다.”고 했대가 “까꿍, 엄마 여기 있다.” 하면 아기는 잠시 눈에 보이지 않아도 엄마가 존재한다는 것을 믿습니다. 조금 지나면 엄마가 부엌에서 딸그락거리는 소리만 듣고 있어도 엄마가 존재한다는 마음속 이미지가 생깁니다. “엄마 잠깐 쓰레기 버리고 돌아올게.” 하면서 대문을 닫고 나간 다음에도 엄마가 정말 금방 문을 열고 다시 들어오는 것을 경험하면, 아기는 엄마가 눈에 보이지 않아도 언제나 존재한다는 엄마에 대한 대상 항상성을 얻는 것입니다. 따라서 아기와의 작은 약속도 지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상 항상성을 잘 획득한 아기는 나중에 유치원에 갈 때도 분리 불안을 덜 겪을 수 있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엄마가 항상 존재한다는 안정감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Tip) 정서적 탱크
엄마는 어린 자녀에게 정서적 탱크(emotional tank)와도 같습니다. 사랑이 필요하면 엄마에게 달려옵니다. 엄마의 사랑을 흡족히 받으면 자율성을 가지고 바깥으로 달려 나갑니다. 실컷 놀다가 다시 엄마의 품이 그리우면 또 달려옵니다. 오면 채워 주고, 나갈 때는 놓아주십시오. 그것이 엄마의 역할입니다.
<성경적 부모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