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에는 마루가 있다.
여기에도 우리를 지켜주는 지킴이가 있다.
마루의 지킴이는 성주다.성주는 가택신의 우두머리다.
마루의 어원은 '말' 혹은 '마리'로서 높다는 뜻을 갖는다.
마루를 뜻하는 한자, 상(床)과 청(廳)은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상이 물리적인 마루, 즉 남방기원설에 근거를 둔 고상주거를 말한다면
청은 북방기원설에 근거를 둔 지배 공간 내지는 행정기관을 뜻한다.
단순히 여름을 나기 위해 만든 마루는 상이 되고
지배 계층에서 아랫사람을 내려다보기 좋게 만든 마루는 청이 되었다.
우리들의 어린시절 옛 시골집을 떠올려보면
안방에 들어가지 전에 마루를 본 기억이 난다.
한옥의 마루는 구들과 함께 한옥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공간(장치)이다.
마루는 대청마루 툇마루 쪽마루 들마루 등 공간과 설치장소에 따라 구분되며
마루깔기 유형으로는 우물마루와 장마루방식이 있다.
대청마루는 큰 마루라는 의미로 거의 모든 한옥에 마루 칸이 마련되어 있다.
보통은 전면 2칸, 측면 2칸의 4칸 대청이 보통이지만 6칸 대청도 있다.
살림집의 대청은 안방과 건넌방 사이에 마련되며,
방의 출입문은 대청 쪽으로 나게 마련이다.
대청은 우물마루로 하는 것이 보통이고 전면은 트이게 하며
뒷벽에는 판문을 다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툇마루를 둘 경우는 일반적으로 마루가 놓이는 안쪽 기둥에
고주(외진주 기둥보다 높은 기둥)를 세웠다.
고주와 외진주 기둥 사이에 퇴 칸이 만들어 진다.
여기에 놓는 마루를 툇마루라고 한다.
퇴칸은 보통 외부에 개방되어 있으면서 안방과 건넌방 대청 등과의 동선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게 되다.
신을 벗지 않고도 걸터앉을 수 있는 편리한 마루로서
보통 우물마루로 만들어진다. 쪽마루는 외진주(바깥기둥) 밖으로 덧달아낸 마루이다.
마루의 한쪽은 외진주에 의존하지만
바깥쪽은 기단에 짧은 동바리 기둥을 받쳐 마루를 놓게 된다.
보통 건물의 측면이나 후면의 보조 출입문 쪽에 달아내는 마루로서
툇마루보다 폭이 좁으며 장마루로 깔기도 한다.
마루를 까는 방식에서 우물마루와 장마루로 구분된다.
한옥의 마루는 보통 우물마루 형태를 취했다.
우물마루는 깔린 마루의 모습이 우물 정(井)자와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마루는 위치와 용도에 따라 안마루,동마,현함마루로 구분한다.
안마루는 겹집일 때만 존재하며 본채의 내부에서 봉당과 각 방을 연결하고
여름철에 식사나 취침을 하기위한 공간으로 사용된다.
동마루는 본채의 외부에서 마당과 방을 연결하는 공간으로서
그 폭이 대개 석 자를 넘지 않는다고 한다.
현함마루」는 사랑방에 기거하는 가장이 바깥 손님을 맞거나
제사 등 의례행위를 치루는 공간으로 인식된다.
이 공간 은 명칭에서 보여지듯이 기능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다.
중부지방에서는 주로 '대청'이라고 부르고,
남부 호남지방에서는 '대청'과는 별도로 '마래'가 설치되며
동부 영남지방에서는 '안청'으로 불리고,
북부영남지방이나 강원도에서는 '안마루'로 불린다.
또 한 '마래'나 '안청', '안마루' 등이 벽과 문으로 구획되는 데 비해
'대청'은 마당과 방을 연결하는 전 이공간이며 제사를 비롯한 의례가 행해지는 곳이다.
'안청', '안마루'등은 주로 곡물을 수장하는 도장의 역할을 하며
동선을 연결하는데 사용되지 않는다.
'안마루'는 주로 집중형 주거에서 나타나 고 있는데,
봉당과 각 방을 연결하는 전이 공간이면서
여름철에 취침과 식사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마루는 방에서 떨어져 설치되는 곳으로,
땅에서 올라오는 습기를 막아주고 통풍에 유리한 구조를 하고 있어
특히 덥고 습기가 많은 여름철에 유용한 생활공간으로 사용되어져 왔다.
마루는 또 곡물의 수장공간으로서 출발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곡물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 는 방습과 방충, 통풍이 최우선적으로 요구되기 때문이다.
주거건축에 잇어서 마루는 계층에 관계없이 신성한 공간으로 인식되고 있다.
마루의 어원에 대한 여러학설은 대부분 마루의 신성성을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이 견해에 의하면 원래 신성한 장소를 의미하던 마루는 종(宗),
곧 조상이나 신령을지칭하 는 의미로 사용되다가
다시 산마루처럼 맞닿는 정상의 뜻으로 분화해 갔다고 한다.
또한 옛날에 는 관청을 마루라고 블렀는데
이는 신성한 장소에서 제정(祭政)을 베풀었기 때문이다.
민중 들의 주거에서 마루는 성주신의 상징물이 자리하며
성주신에 대한 배례가 이루어지는 장소이기 때문에 신성한 장소로 생각되어 왔다.
그러나 마루가 없는 세칸의 주거에서는 안방에 성주가 자리하며
마루가 없는 네칸 주거에서도 중앙에 위치한 방에 성주가 모셔진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보아 건믈의 중심이 건물을 대표하는 것으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주신은 가택신의 우두머리로서 가택신들의 가장이며,
집안을 대표하는 호주를 보호하는 신이다.
다른 여러 공간이 특정한 역할을 담당하는 가택신들의 고유영역이라면
성주는 집전체를 통괄하는 신들의 가장으로서
그 중심에 거처함이 마땅하다고 생각된다.
집의 건물전체를 성주신의 신체로 인식하는 신화적 체계에서 '대청(마루)'은
성주의 혼이 머무는 신성한 영역이었기에 주건물의 실질적인 중심에 위치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