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미
2005년 6월 25일
우리의 이번 여행은 생각을 비우기 위한 여행이다.
관광지를 죽기 살기로 가는 일은 없기로 했다. 그 대신 되도록 낮 시간에 이동해 눈으로라도 예전 실크로드 길을 떠났던 그들의 여정을 조금이라도 느껴보기로 했다. 오늘의 여정은 하미다.
하미과가 유명한 하미... 황제에게 진상되었다는 하미과.. 어제도 우린 하미과를 사서 먹었다. 지금 우리나라 멜론과 같은 종류라 할 수 있는 하미과.. 잘 익은 하미과의 맛은 그 어느 과일의 맛과 비교할 수 없는 맛이다.
볶음 면과 콩물 등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8시에 버스를 탔다.
되도록 앞자리를 잡아 끝없는 사막 길로 접어들었다.
류위엔역으로 가는 길을 한참 달려 사거리가 나오니 좌회전을 해서 본격적으로 신장 북로를 접어든다.
‘돌아오지 않는다’ 는 뜻의 타클라마칸 사막을 돌아가는 길 그렇다고 사막이 아니지도 않는 길.
타클라마칸 사막을 가운데 두고 실크로드 북로와 남로로 나눠진다.
남로는 바로 인접한 남쪽에 중국 최고의 산맥 6~7000대의 설산 군이 모여서 파미르 고원 입구까지 길게 늘어선 곤륜산맥이 있다.
죽음의 사막과 황막하고 고소가 있는 곤륜산맥길... 이 곳이 실크로드 남로, 신장 남로 이다.
암만해도 이 곳은 자연이 생을 앗아갈 위험이 더 했으리라. 그래서인지 많은 역사적인 인물들은 이 길보다 북로로 이동한 흔적이 많다. 길은 더 멀지만, 그 들은 우회해서 갔다. 장건도.. 현장법사도...
사방팔방 보이는 것은 지평선에 모래, 바람뿐이다. 예전에 이 곳을 지난 이도 위대했지만, 이 사막에 길을 내어 포장한 현대인들도 보통은 아니다. 다들 이유야 있었겠지만...
모든 승객들이 끝없는 지평선에 시간을 잃은 듯 잠들어 간다. 에어컨을 작동했다고 하지만 차안은 사막의 열기로 더워지기 시작하고, 끝이 없는 공간을 달리는 사람들은 맑은 정신을 잃은 듯 졸음에 지쳐 하나, 둘 잠들어 가고... 모래섬 넘어 아련한 빈 공간은 검은 빛을 띠며 바다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이 것이 신기루 인 듯하다. 물 없는 사막.. 목이 타 들어가고, 오직 물이 흐르는 푸른 초원이 그리운 사막 속의 나그네가 그리워하는 곳.. 그 마음과 착시현상이 맞닿은 자리에 호수나 바다가 보일 수밖에!!!!!!
운전하는 기사도 깜박깜박 조는 듯....
“ 이 길을 법현 비구, 현장 법사, 혜초 스님은 구법을 위해 미지의 두려움 속으로 걸어갔고, 수많은 페르시안, 위구르 카라반들은 낙타를 거느리고 죽음을 무릅쓰고 신기루 속으로 스며들고, 고선지장군, 징기스칸, 쿠빌라이칸 등 많은 정복자는 말발굽을 모래 폭풍 속으로 달렸을 것이다.” 대단한 서사시다.... 현대화된 차량에 몸을 싣고도 이렇게 엄두가 안날 진데, 그 시대, 그 사람들...
“법을 구하는 사상이 얼마나 위대했기에. 유통의 이익이 얼마나 컸기에... 일 길을 정복함이 얼마나 소중했기에... 그들은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죽음의 땅이 분명했을 이 길을 갔을까? ” 삼가 그 들의 길과 삶을 찬탄 추모하며.....
오후 늦게 포풀러 숲 가득한 하미의 외곽에 들어선다.
포풀러 숲... 이 숲이 사막에서 얼마나 반가운 것인지 모른다. 예전의 이 길을 간 고인들은 정말 뛸 듯이 반가웠을 것이 분명하다.
포풀러 숲이 있다는 것은 물이 있음이요, 사람이 있음이다.
사람이 있으면 양을 키우고, 곡식을 거둬들이고 있음이다.
곧, 생명을 안전히 연장시킬 수 잇는 희망이다.
‘포풀러’ 라는 나무는 속성 수이다. 그래서 척박한 땅에서 적은 물로 얼른 키워 집을 짓는 목재, 가구의 소재, 땔감. 모든 생활의 중요재료로 쓰임이 되는 나무이다. 또한 집과 생활공간에 은혜로운 그늘을 만들어 준다.
사막지대는 건조해서 고온이라도 그늘만 지면 한결 시원하다. 이러한 포풀러 숲이 사막을 지나온 지친 나그네에게는 생명 일 것이다.
차로 달려온 나에게도 이렇게 반가운데 언젠가 내 개인 공간이 생긴다면 한 그루쯤 심어 두고 싶다.
고비 사막과 타클라마칸사막, 그리고 내몽골 지역에서 시작한 황사는 중국 동부 주요 도시와 시골을 앞이 안보이도록 덮고서는 황해를 건너 우리나라, 그리고 일본을 강습한다. 우리나라만 해도 거의 1조원대의 경제적 손실을 매년 입힌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이 곳에 조림을 위해 많은 자금과 임업인력을 지원하고 있다.. 하여튼 인공 조림지역과 예전부터 조성된 포풀러 숲을 지나 차는 하미 시내로 접어들어 터미널에 도착했다. 너무나 지쳐버린 우린 늦은 시간에 대충 점심을 사먹고 (맛은 좋았다) 귀찮은 발걸음에 가까운 곳에 숙소를 잡으니 시장을 뒤로하고 있는 형편없는 시설의 숙소였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에어컨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수룩하게 오후시간을 보내고 땅거미 지는 저녁나절 시가지산보를 나와 인민공원 쪽으로 해서 기차역 주변을 돌아 야시장으로 갔다.
돈황과는 다르게 위구르인이 많이 보이기 시작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한족이 중심이며 많다. 중국정부의 한족이주정책의 성공적 모습일까?
숙소 근처 야시장에 와 보니 마침 화덕에 양꼬치를 굽는 노점이 있다.
얼씨구나 하고는 양꼬치와 하미과를 사다가 시원한 맥주 한 잔씩을 곁들여서 저녁을 해결했다.
숯불에 굽는 것과 다르게 화덕에 매달아 구운 양꼬치는 담백하니 그 맛이 그만이었다.
이렇게 우린 하미의 밤을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