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1.28 - 서영남
허름한 민들레국수집이 추운 겨울을 잘 견뎌내나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추위에 그만 이층 수도관이 얼었다가 터져버린 모양입니다. 토요일 아침부터 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우리 손님들이 한겨울에 한여름의 장마에 비가 새는 집에서 식사하는 처량한 모습이 되어버렸습니다. 천장에서 물은 뚝뚝 떨어지고, 손님들은 앉아서 식사할 자리가 좁아지고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마침 텔레파시가 통한 것처럼 안드레아 형제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일요일에 인사하러 오겠다고 합니다. 임시방편으로 대성씨가 떨어지는 물방울을 막을 묘안을 생각해 내었습니다. 손님들도 걱정이 태산같습니다. 이 추운 겨울에 집수리를 한다면 며칠 어디에 가서 밥을 먹지? 밥을 드실 일이 걱정이 태산입니다.
일요일에는 안드레아 형제가 왔습니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위로 올라가는 수도관을 막아버리고 봄이 되면 수리하기로 했습니다. 연장을 빌려오더니 혼자서 뚝딱거리면서 수도관을 막아버렸습니다. 이제 국수집에서는 화장실도 쓰지 못하고, 비싼 석유를 쓰는 보일러도 가동 중단을 시켰습니다. 기름값 절약.
토요일에는 우리 손님들을 위해서 옷나눔을 했습니다. 필요한 옷가지들을 나눴습니다. 옥련동 민들레의 집의 선호씨가 걸어서 오겠다는 전화가 왔습니다. 걸어오는 김에 민들레(코카 스파니엘)를 데려오도록 했습니다. 목욕시키고 털도 좀 다듬어주었습니다. 동물병원에서 노숙자 스타일의 민들레를 보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듭니다. 그래도 깨끗하게 목욕시켜 주었습니다. 옥련동에 오래 있더니 촌 강아지가 되어버렸습니다.
일요일에는 백일커플(지금은 오래 된 커플입니다)정재환&김효정 커플이 설거지하러 왔습니다. 끝날 무렵 청첩장을 내밀면서 주례를 부탁합니다. 3월 1일이 결혼식입니다. 너무너무 예쁩니다.
목동성당 대림아파트 반모임 형제님 네 분이 민들레국수집을 찾아오셨습니다. 귀한 마음이 담긴 봉투를 주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은 월요일입니다. 고마운 분께서 상주곳감 스무 상자(한 상자에 스무개의 소포장이 들어있음)를 선물해 주셨습니다. 우리 손님들께 한 동안 후식으로 나눠드릴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또 갈치를 세 상자나 주셨습니다. 매주일마다 필요한 갈치를 주시겠다고 합니다.
민들레 식구가 새로 늘었습니다. 안종현(35세)입니다. 이제 노숙을 그만하고 돈을 좀 모아서 스스로 방을 얻을 만하면 지금 집은 또 다른 분들을 위해 쓰기로 했습니다. 대성씨가 잘 돌봐주기로 했습니다. 용진씨가 그대로 두고 떠났기에 쌀과 부식 정도만 더 드리면 우선은 될 것 같습니다.
첫댓글 민들레 일기 덕분에 즐거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습니다. 제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되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