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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도서
1) 대학생 및 일반인 대상
[시 선]
망호정(望湖亭)의 치자 분재[題望湖亭1) 盆梔]-갑인년(1734, 23세)-
한 그루 치자꽃이 초당 곁에 서 있는데
복사꽃 오얏꽃과 봄빛 다투는 건 수치로 여기지
가을 들어 찬이슬이 내려 꽃들이 다 진 뒤에
저 홀로 청청하여 늦은 향기를 지키누나
一樹禪花2) 伴草堂 羞將桃李闘春光
秋來露重群芳歇 獨自靑靑保晩香
꿈에 짓다[夢作] -을묘년(1735, 24세)-
을묘년에 병으로 처갓집에 머물러 지내면서 <<주서절요(朱書節要)>>를 보고 있었다. 6월 29일 꿈에 주자(朱子)를 뵙고 이어 <<강목(綱目)>>의 미심쩍은 곳과 사실을 알 수 없는 곳을 논하였다. 주자가 운자(韻字)를 불러주면서 시를 짓게 하기에 곧바로 그 운자에 따라 시를 읊고 꿈을 깨니 기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주자를 몹시 그리워하고 사모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은 것이 아니겠는가! <<주례(周禮)>>에서 말한 상몽(想夢)일 것이다. 그 때 마침 윤창희(尹昌喜) 기보(起甫)가 나와 함께 자고 있었는데 내가 그 꿈 얘기를 하고 이어 말하기를 “밭 ‘田’ 자 운(韻)은 말이 안 될 듯하다.” 하니, 기보가 말하기를, “한퇴지(韓退之)의 시에 ‘경전의 말씀을 공부하는 것은 묵정밭을 일구는 것과 같네.[經訓乃菑畬]’ 하였으니, ‘田’ 자나 ‘菑畬’ 자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하였다.[乙卯, 余病滯甥舘3) 而觀<<朱書節要>>. 六月廿九日, 夢謁朱子. 余進謁, 因論<<綱目>>疑義幷未詳. 朱子呼韻命賦詩, 卽隨韻對云云, 覺而異之. 豈非平日嚮慕之深而然歟! <<周禮>>所謂想夢4) 也. 尹昌喜起甫適同寢, 余言其夢, 因曰, “田字韻, 似不成說.” 起甫曰, “韓詩‘經訓乃菑畬’5) , 田與菑畬何異焉?”]
이단은 나의 도가 아니니
경전 말씀이 바로 나의 밭일세
격물치지(格物致知) 공부가 이뤄져야
비로소 성현을 말할 수 있으리
異端非我道 經訓卽余田
格致工成後 方能語聖賢
<<심경(心經)>>을 읽으며[讀心經] -정사년(1737, 26세)-
구절마다 방심해선 안 된다고 했으니
주자의 마음을 먼 훗날 서산(西山)이 알았어라
평소엔 위미(危微)의 심법(心法)을 자세히 토론하지만
실제 일을 만나야 비로소 이 마음 알 수 있지
平居細討危微法8) 遇事方能驗此心
산에 사는 게 좋아라[山居好] -경신년(1740, 29세)-
산 사람들은 산에 사는 게 좋다고 늘 말하더니
산에 사는 게 무한히 좋은 줄 비로소 알겠구나
지금 산에 살고 있는데 무엇이 좋은가
세상의 명리가 귀에 전혀 들리지 않는 것일세
山人每說山居好 始信山居好無窮
今日山居何事好 世間名利耳專聾
자신을 경계하다[自警]
천하보다 집안 다스리기 더 어렵다고들 하니
모름지기 어려운 곳에서 공부를 징험해야지
장공의 인 자는 도리어 공연한 일 만든 것
효성와 우애 실행하면 참을 일도 없는 것을
人說家難天下易 須從難處驗工夫9)
張公忍字10) 還多事 孝悌行來忍亦無
남공서(南公瑞)-운로(雲老)-의 시에 차운하다[次南公瑞-雲老-韻]
나는 본디 쓸모없는 재목이라
옹종한 몰골로 산골짜기에 있지만
그대는 좋은 자질이니
한 자도 굽은 곳이라곤 없구나
우연히 취향이 서로 맞아서
왕왕 나의 집에 찾아오는데
고담준론이 푸른 하늘에 닿아
종횡무진 변환이 무궁하니
어찌 초야에서 늙을 사람이랴
명성 의당 초목에까지 미치리
선비란 원래 자리 위의 보배이니
덕을 닦는 건 옥에 비길 만하다네
안타까워라 명리를 다투는 자들은
날이 갈수록 본성을 잃어버리고
높은 벼슬로 향리에서 으스대고
위세를 부려 종족을 능멸하니
뭐가 다르랴 가난한 집 아낙이
자질구레하게 몇 줌 곡식 다투는 것과
귀중한 건 내 분수를 지키면
만사가 다 만족스럽지 않은 게 없으리
我本樗櫟材 癰腫在巖谷
君是松桂質 不有一尺曲11)
臭味偶相合 往往來茅屋
高談軼靑冥 顚倒任闔闢
豈合老林泉 名宜被草木12)
儒者重席珍13) 修德堪比玉
嗟嗟競末流 本性日喪斲
軒冕誇鄕廬 勢位凌宗族
何異貧家女 屑屑爭甁粟
所貴守吾拙 萬事無不足
<<대학>>을 읽고[讀大學]
대학을 다 읽고 나니 밤이 이미 깊어
희미한 등잔불 깜박이며 붉은 불빛 흔들리네
삼경에 달빛은 일천 봉우리에 움직이고
일만 나무에 바람 소리는 한 골짜기에 전해진다
세상의 덧없는 명성 모두 꿈 속 같거니
그 중에 참 의미를 뉘라서 알 수 있으랴
권하노니 그대 위미의 뜻을 찾아보라
뜻이 성실해질 때에 공효가 있음을 알게 되리
讀罷曾書14) 夜已窮 殘燈明滅影搖紅
三更色動千山月 萬木聲傳一壑風
世上浮名渾似夢 箇中眞味孰能通
<<과체동인부(科體東人賦)>> 책의 표지에 쓰다[題科體東人賦冊17) 面] -병인년(1746, 35세)-
시골에 한 아낙이 있었는데
타고난 용모 아랑곳 않고 살다가
세상 사람들 따라 분단장을 하여
도리어 식자의 빈축을 사게 되었네
田間有一婦 鬢髮任天眞
隨俗買丹粉 翻爲識者嗔
성오(省吾)가 와서 수십 일 머물었는데 돌아간다기에 오언 단율(五言短律) 2수를 입으로 읊어서 주다.[省吾/來留數旬, 及歸, 口號五言短律二首以贈.]
만 권 책을 독파하고 나니
붓을 내림에 신들린 것 같다고 한
고인이 빈 말을 하지 않았으니
이 말을 경험해 보고서야 알았네
밤에는 인적이 고요해진 뒤 잠들고
아침에는 일찌감치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아 부지런히 공부해
날로 새롭고 또 날로 새로워져야지
讀書破萬卷 下筆若有神18)
古人不虛語 此語經歷親
夜寐人定後 朝起及淸晨
孜孜几案間 日新又日新19)
학문은 일상생활 중에 있나니
이 밖에는 참으로 부질없는 것
만 길의 봉우리에 오르고 싶으면
먼저 자기 발밑에서 시작해야지
옛사람들은 실천을 중요히 여겨서
헛된 말 부끄럽게 여겨 침묵하였으니
밤낮으로 이를 잊지 말아야 하고
언제나 여기서 찾아야 하리라
爲學在日用 此外儘悠悠
欲至萬丈峯 先自足下由
古人貴實行 沉嘿耻言浮
朝晝當不忘 造次於是求
꿈을 기억하여[記夢]
병인년(1746, 35세) 5월 6일 밤, 꿈속에 어떤 사람과 성리(性理)를 얘기하였다. 그 사람이 말하기를, “학문을 할 때 먼저 걸음걸이와 말에서 징험해 보아야 한다. 마음이 밖으로 달아나 보존되지 않은 사람은 말이 경솔하고 걸음걸이가 조급하다. 마음이 보존되어 전일하면 말은 반드시 온화하고 느리며 걸음걸이는 반드시 안정되고 느긋하다. 마음속에 항상 성찰하면 한번 말하고 한번 걸어갈 때에도 모두 방만히 지나치지 않게 된다. 이렇게 오래 지속하여 익숙해지면 공부가 절로 성취된다.” 하였다. 꿈을 깨고 생각해 보니 그 말이 참으로 옳다고 생각되기에 절구 한 수를 지어 기록한다.[丙寅五月初六日夜, 夢與人論性理. 其人曰: “凡爲學, 當先驗於行步言語之間. 無心者, 其言輕而疾, 其行急而速; 心存主一, 則言必和緩, 行必安舒. 心常省察, 則一言一行, 皆不放過; 久久習熟, 工夫自成.” 覺而思之信然, 賦一絶以識之.]
마음을 잡고 놓음은 본래 내면에 하는 일
마음이 움직일 때 용맹하게 잡아야 하네
한번 걷고 한번 말할 때에도 미리 징험하여
마음을 보존하고 보존하면 그 맛이 무궁하리
人心操舍20) 本由中 動處端宜猛着工
一步一言先自驗 存存不已味無窮
感存興廢事 深院閉寥寥
廟籌嗟今日 殷鑑21) 在麗朝
焚躬忠有傳22) 撤郭怨興謠//
往蹟憑誰問 蒼茫世代遙
의영고(義盈庫)에서 직숙하는 밤에 감회가 있어[義盈直中, 夜坐有感.] -신미년(1751, 40세)-
사마가 틈을 지나듯 세월은 빨리 흐르니
가는 해에 안타까운 심정 절로 금하기 어려워라
잠시 낮은 관리 되어 서울에 와 있지만
어찌 하찮은 벼슬 때문에 도심을 손상시키랴
倐忽流光隙駟駸23) 惜年懷思自難禁
暫爲小吏來京國 豈以微官損道心
번잡한 일 젖혀두고 고전을 보아야지
성가신 일 줄이려고 시도 읊지 않는다
그 가운데 의미를 뉘라서 알 수 있으랴
밤이 깊도록 홀로 궤안(几案)에 기대 있노라
撥冗正宜看古典 省煩聊復廢長吟
箇中意味誰料得 獨倚枯梧24) 到夜深
<<광주부지(廣州府志)>>를 편수하다가 병자년, 정묘년의 일에 이르러 붓을 멈추고 눈물을 흘리며 율시 한 수 적다.[修廣州府志, 至丙丁事, 閣筆潸然, 謾書一律.] -계유년(1753, 42세)-
병자, 정묘년 치욕을 차마 말할 수 있으랴
종묘 사직을 당시에 법당에다 모셨었지-그 때 종묘의 위판(位板)을 개원사(開元寺) 법당에 모셨다.-
전쟁으로 화의 끌어낸 오랑캐는 좋은 전략이었고
화의 때문에 전쟁을 그르친 우리 계책은 부끄럽구나
대장의 군색한 계책으로 아침에 대궐 에워 쌓고-당시 대장(大將)이었던 신경진(申景禛)과 구굉(具宏)이 장수와 사졸들을 사주하여 북을 울리고 떠들면서 대궐문 밖에 모여 빨리 척화(斥和)를 주장하는 신하들을 잡아 보내고 화의(和議)를 서두를 것을 청하였다.-
재상의 기발한 계책으로 밤중에 남의를 만들었지-화의가 이루어지자 최명길(崔鳴吉)이 자기 식구를 시켜 밤에 남의(藍衣)를 만들도록 했는데 장차 주상에게 입히기 위한 것이었다.-
하늘의 운세가 이와 같아 어찌할 수 없으니
우선 유초(遺草)를 써서 간신을 경계하였지
丙丁遺耻說難堪 廟社當年奉佛龕-時奉 宗廟位板于開元寺法堂-
以戰縱和胡計得 因和誤戰我謀慙
元戎窘策朝圍闕-時, 大將申景禛 ․ 具宏, 陰嗾將士, 鼓譟入闕門外, 請執送斥和臣, 而速請和事.- 宰相奇籌夜製藍 -和事已定, 崔鳴吉使其家人夜製藍衣25) , 將欲爲上衣之.-
天運如斯無可奈 且修遺草戒奸婪
초서롱에 적다.[題鈔書籠26) ]
이미 고질병이 몸에 있는데도
서책을 좋아하는 건 여전하여라
언제나 귀한 책 있단 말만 들으면
무슨 수를 써서든 반드시 구하지
이미 책을 살 돈이 없기에
책을 베낄 생각을 가질 수밖에
온종일 쭈그리고 앉아 베끼고
날 저물면 등잔 아래에 베껴 쓰지
잔글씨로 지렁이 기어가듯 쓰지만
결코 부끄럽게 여긴 적은 없어라
힘이 지치면 남의 손 빌려서라도
그 책을 다 베껴 쓰고야 말지
한 책 베끼는 게 몹시 어려우니
어루만지며 진귀한 보물로 여긴다
집사람은 누차 그만두라 말리며
피로가 쌓여 병이 들까 걱정하네
벗들에게도 비웃음을 받나니
이미 벼슬했거늘 무슨 필요 있냐지만
내 몸에 병 있는 줄 스스로 아니
무슨 원대한 생각 가진 건 아니고
유별난 기호를 진실로 버리지 못해
애오라지 내 뜻대로 살아가는 게지
자식 하나 아우 하나가 있지만
누구에게 물려줄 수 있을지 모르겠네
나 자신이나 읽어보면 그만이지
후세까지 생각할 게 있으리오
못난 자손 만나면 모아둔 책도 없애고
잘난 자손 만나면 반드시 더 모을 테니
지금 눈앞에 놓인 책을 읽으면서
한 권에서 넉넉한 맛 느끼는 편이 낫지
沉疾已在躬 嗜書猶不廢
每聞有奇籍 多方必圖致
旣無買書錢 乃有鈔書意
垂首坐終日 復以燈火繼
蠅頭27) 畫蚯蚓 曾不爲愧耻
力疲倩人手 卷終斯置已
成編亦艱難 把玩自珍貴
家人屢挽止 勞瘁恐成祟
亦蒙朋友笑 旣宦安用是
自知身有病 不作長久計28)
偏好固莫捐 聊爾從吾志
有一子一弟 不知誰可遺
我但要披閱 豈復思後世
逢愚聚亦散 賢必能添寘
不如供目前 一卷有餘味
저서롱에 쓰다[題著書籠29) ]
우리 한산의 가업은
팔백 년을 이어왔는데
집안이 원래 가난한 탓에
책을 제대로 쌓아두지 못했는데
수십 년 동안 갖은 고생 겪으며
전심전력하여 책을 구입해서
경사자집의 갖가지 서책들을
그럭저럭 모아서 구비하였네
책마다 표지를 새로 입히고
고생스레 손수 다 꿰매었지
화났을 때도 책만 읽으면 기쁘고
병들었을 때도 책만 읽으면 나으니
이것이 내 운명이려니 믿고서
종횡으로 책을 앞에 쌓아두노라
옛날에 이 책들을 쓴 분들은
성인이 아니면 필시 현인이리니
굳이 책을 펴서 읽어봐야 하리요
그냥 손으로 만져도 마음이 흐뭇해라
책을 본 지 세월이 쌓여가서
읽은 책이 백 권 천 권도 넘으니
가슴 속엔 마치 무언가 있어서
밖으로 마구 뛰쳐나오려는 듯
그래서 저술하려는 뜻을 일으켜
글을 짓느라 밤잠도 잊었어라
집사람과 친구들이야
나를 미친 사람으로 보겠지만
변변찮은 글이나마 소중히 여기노니
옛날 양자운도 태현경을 썼었다네
惟我漢山業30) 相承八百年
家世本淸貧 曾不有簡編
辛勤數十載 求之心頗專
經史與子集 裒稡亦畧全
一一堅紙裝 辛苦手自穿
當怒讀卽喜 當病讀卽痊
恃此用爲命 縱橫堆滿前
當時作書者 非聖必是賢
豈待開卷看 撫弄亦欣然
讀之積年歲 卷帙踰百千
胸中如有物 輪囷31) 欲自宣
遂起著書意 編輯夜忘眠
家人與朋友 視之若狂癲
양성재(楊誠齋)가 벼슬을 그만 두고 남계(南溪) 가에 한가로이 살면서 자찬(自贊)한 시에 차운하다.[次楊誠齋退休南溪之上自贊韻34) ] -2수-
아침이면 한 그릇 밥을 먹고
해 저물면 표주박에 물을 마신다
지극한 즐거움이 그 가운데 있으니
세상의 영고성쇠는 한바탕 꿈이어라
朝來一簞食 晩後一瓢飮35)
至樂在其中 榮枯付一枕
시상(詩想)은 대개 삼상에서 잘 떠오르고
주흥에 때로 한 번씩 술에 취한다
천고에 도연명이 내 마음을 알았나니
북창 아래 한가히 누워 맑은 바람 쐬었지
詩情多在三上36) 酒興時復一中
千古淵明知我 北窓高卧淸風37)
생각나는 대로 절구 여덟 수를 읊다[漫吟八絶] -정축년(1757, 46세)-
푸르른 홰나무 아래서 시를 길게 읊고
풀 우거진 지당 가엔 땅거미가 들어온다
그야말로 심양의 도처사와 같으니
세연은 도리어 얕고 도심은 깊어라
綠槐樹下弄長吟 靑草塘邊納晩陰
正似潯陽陶處士 世緣還淺道情深38)
은거하여 세상사는 상관하지 않고
천 편의 시를 지으며 스스로 으스댔지만
도리어 세상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니
이제부턴 벙어리 귀머거리처럼 살아가리
幽居不與世相通 手錄千編謾自雄
還被俗人看厭薄 從今如啞復如聾
한적한 산골에 산 지 네 해가 넘었는데
문전에 수레와 말이야 분주히 오가건 말건
알지 못하겠어라 저렇게 오가는 이들이
이 산골 늙은이 달콤한 잠 맛을 알 수 있을까
空谷深居四載強 門前車馬任奔忙
不知去去來來者 能識山翁睡味長
붉은 살구꽃은 지고 푸른 풀이 우거졌는데
나의 산거에는 진종일 사립문이 닫혀 있어라
주인은 본래 인정이 없는 사람이 아니건만
본래 세속 사람 찾아오는 이가 드문 게지
紅杏花飛綠草肥 山居盡日掩柴扉
主人不是無情者 自是俗人來到稀
비 갠 뒤 서늘해지고 초목은 맑은데
죽장망혜 차림으로 정원을 둘러 거닌다
새가 날고 꽃이 지는 건 다 대수롭지 않고
콸콸 흐르는 시냇물만이 유독 사랑스러워라
雨後微凉草樹淸 芒鞋竹杖繞園行
鳥飛花落渾閑事 獨愛流泉㶁㶁鳴
산에 비는 지나가고 뉘엿뉘엿 해 지는데
외밭에 잡초 다 매고 다리 뻗고 앉아 쉰다
시내에 고기 떼 올라왔다 아이들이 말하기에
또 실을 꼬아서 낚싯줄을 만들어 보노라
山雨過來夕照遅 瓜田鋤畢坐如箕
兒童報道溪魚上 又試經綸理釣絲
산골 집의 색다른 맛 아는 이가 적나니
한낮이 다 되도록 혼자 사립문은 닫아 두고
저녁밥 실컷 먹으니 아무런 할 일이 없어
북창 아래 덜렁 누워 태곳적 시절 꿈꾸노라
山家奇事少人知 獨閉衡門日午時
晩飯飽來無箇事 北窓高卧夢軒羲39)
출처행장(出處行藏)을 대개 상황 따라 해왔나니
흥이 일면 어느 곳에선들 시를 읊지 않으랴
도연명이 어찌 관직을 바랐던 사람이었으랴
세상 사람들과 관직 놓고 장난해 본 것이지
隨遇行藏40) 我自多 興來無處不絃歌
淵明豈是求官者 聊與世人戱一窠
만물을 관찰하다[觀物] -2수-
새가 지저귀는 건 도와달라는 게 아닌데
개구리가 우는 건 누구를 위하려는 것인가
절로 때가 이르면 움직이는 법이니
고요히 관찰하면 하늘의 이치 알 수 있다네
禽語非求益 蛙鳴欲爲誰
自然時至動 天理靜觀知
만물은 모두 천성대로 움직이는데
사람만이 사욕을 마음대로 부리누나
마음 성찰하고 보존하는 공부 계속하면
천리가 점차 환히 보이게 되는 법이지
物以天機動 人惟私欲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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