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To kill a mockingbird ], 넬 하퍼 리 지음, 김욱동 번역
mockingbird 이 새는 본래 '흉내쟁이 지빠귀'라는 새이다. 이 '흉내쟁이 지빠귀'는 살림지대에서 곤충이나 나무열매를 먹으며 사는 새로 몸 길이가 20~30cm 정도된다. 부리가 가늘고 강하며 날개가 짧고 둥근 형태로 긴 꼬리를 가졌다. 움직임이 활발하고 선명한 회색이다. 한국에는 앵무새로 번역되었기 때문에 [앵무새 죽이기]로 제목을 지었다.
[앵무새 죽이기]는 이종차별 문제를 다룬 책이다. 이종차별이란 주제를 입학전 여자아이의 눈을 통하여 다루어가는 성장소설이다.
대부분의 성장소설이 소년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면 이책은 소녀를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특징이 있다. 스카웃이라는 애명을 가진 소녀는 앨라배마주의 메이콤시에 사는 아이이다. 아빠 애티커스는 변호사이고, 오빠 젬과 일해주는 흑인 칼퍼니아가 함께 살고 있다. 고모가 계시고 이웃들이 곁에 있다.
이웃에 부 래들리라는 남자가 살고있는데, 그집은 동네에서 유일하게 문을 잠그고 사는 집이다. 부 래들리가 10대 때 친구를 잘못 사귄 결과로 집에 갇혀 살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동네에서는 갖가지 억측이 떠돌고 부 래들리의 존재는 위험한 존재라는 편견이 수십년동안 지속되었다.
어린 스카웃과 오빠 젬도 그 소문에 편견을 갖게되고 부 래들리를 끌어내기 위한 위험한 장난과 연극놀이를 하게된다.
그렇게 어린애다운 놀이를 하는 가운데 메이콤에 중대한 사건이 생겼다. 톰 로빈슨이라는 흑인 남자가 쓰레기장에 움막을 짓고 사는 백인 밥 이웰의 딸, 메이욜라 이웰을 강간했다는 것이다. 피고 톰 로빈슨의 변호를 맞게 된 스카웃의 아버지 애티커스 핀치는 인종차별로부터 평등한 재판을 하기 위한 고민을 하게된다.
그해 크리스마스에 스카웃은 오빠와 함께 엽총을 선물로 받게된다. 이 때 아빠가 말씀하신다.
" 난 네가 뒤뜰에 나가 깡통이나 쏘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새들도 쏘게 될거야. 맞출수만 있다면 어치새를 모두 쏘아도
된다. 하지만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무슨 뜻인지 이웃 아줌마 모리에게 물어보자
" 앵무새들은 인간을 위해 노래를 불러줄 뿐이지. 사람들의 채소밭에서 무엇을 따먹지도 않고, 옥수수 창고에 둥지를
틀지도 않고, 우리를 위해 마음을 열어놓고 노래를 부르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는게 없지. 그래서 앵무새를 죽이는
건 죄가 되는거야."
이때는 그 뜻이 마음에 새겨지지 않았다. 계절이 바뀌고 여름마다 딜이라는 남자아이가 옆집 레이첼 아줌마네 놀러와서 친구가 되었다. 스카웃이 채 아홉살이 되기전에 톰 로민슨의 재판이 열렸다.
스카웃과 오빠 젬, 그리고 친구 딜이 가족 모르게 법정에 참관했다. 그 때 딜은 검사가 톰 로빈슨에게 함부로 대하는 것을 보고 역겨워하며 울음을 터트려 잠깐 밖에 나가게 되었다. 나무 그늘 아래 또 다른 편견의 피해자인 레이먼드 아저씨가 계셨다. 그는 흑인 여자와 산다는 이유로 백인 이웃들이 상종하지 않았다. 그는 딜에게 말한다.
" 사람들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고통때문에 우는 거지. -심지어는 아무런 생각도 없이 말이야. 흑인들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않은 채 백인들이 흑인들에게 안겨주는 그 고통때문에 후는거란 말이다. "
법정에서 변호사인 아빠는 배심원들에게 호소한다. 피해자는 왼손으로 가해를 당했고, 톰 로빈슨은 왼팔이 불구이며,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의학적으로 기소될만한 아무런 증거도 없으며, 단지 흑인이기 때문에 고통받고 있음을 마음을 다해 설명하지만, 결국 백인들의 선례와 관습을 거스리지 못해 유죄 판결을 받게 된다.
그 결과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오빠 젬에게 아빠는 말씀하신다.
" 나도 몰라. 하지만 그들(배심원들)은 그렇게 했어. 전데도 그랬고 오늘 밤도 그랬고 앞으로도 또 다시 그럴거다.
그럴때면- 오직 애들만이 눈물을 흘리는 것 같구나."
시대적으로 생계 문제인 흑백 논쟁이 치열했기 때문에 법정에서 패소했지만 변호사인 아빠의 행적에 대한 평은 이랬다.
"애티커스 핀치는 이길 수 없어. 그럴 수 없을거야. 하지만 그는 그런 사건에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들 수 있는 이 지역에서 유일한 변호사야. 그러면서 나는 또이렇게 혼자서 생각했단다. 우리는 지금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거야. 아기걸음마 같은 것이지만 역시 걸음임에는 틀림없어."
모디 아줌마의 설명이었다.
또 배심원들이 이성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았음에 대해 화가 난 오빠에게 아빠늘 설명하셨다.
" 이 세상에는 사람들이 이성을 잃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 아무리 애써도 공정할 수만은 없는거야. 우리 법정에서
백인의 말과 흑인의 말이 서로 엇갈리면 이기는 쪽은 언제나 백인쪽이지. 비열하지만 그게 현실인걸 어쩌니!"
그리고
" 네가 나이를 먹을수록 일상생활에서 매일 백인들이 흑인들을 속이는 걸 보게 될 거다. 하지만 너에게 말해주고
싶은 게 있다. 이 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 흑인을 속이는 백인은, 그 백인이 누구이건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이건 아무리 명문 출신이건 쓰레기 같은 인간이야."
더 나아가
" 흑인의 무지를 이용하는 저질 백인보다 구역질나게 하는 건 없단다. 절대로 바보같은 짓을 해서는 안된다. - 그 모든것이 쌓이면 언젠가는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될테니까, 그런일이 너희들 세대에 일어나지 않으면 좋으련만."
위 예견은 아마도 LA 폭동으로 현실화된 것이 아닐까? 놀라운 예견력이다. 한 방울의 물이 바위를 뚫는다는 교훈을 잊지 않아야겠다.
스카웃이 3학년이 되고 오빠 젬이 중학생이 된 해에 할로윈 축제가 있었다. 초등학생들이 각자의 역할을 맡아 행사를 끝내고 돌아 가는 길에 승소는 했지만 모든 시민들로부터 배척당하게 된 밥 이웰이 그 보복으로 남매를 공격했다. 달은 없고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부엌칼을 이용해 남매를 살해하려 했던 것이다. 오빠는 팔꿈치가 틀어져 손의 방향이 바뀌게 되었고, 스카웃은 변장한 철망 옷 때문에 위험을 면할 수 있었다. 범인은 자신의 칼에 넘어져 사망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된다.
그 때 누군가가 남매를 도왔는데, 그가 바로 두문불출하던 부 래들리 였다. 햇볕을 쬐지 못해 하얀 피부를 가졌지만 남매를 늘 지켜보면서 친구로 삼았기에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고 남매를 구하러 나온 것이다.
스카웃은 느낀다. 부 래들리도 친구라는 것을...., 그를 배웅해서 집으로 바래다 주면서 스카웃은 그의 팔을 잡고 걷는다. 사람들이 보면 부 래들리가 스카웃을 호위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스카웃은 부 래들리가 들어가고 나서 그 집 현관에서 동네를 바라본다. 처음으로 자신의 입장에서가 아닌 이웃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본 것이다.
결실의 계절 가을로 접어드는 가을이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스카웃은 학교에서 배우는 대수 문제 빼고는 인생에서 배울 것은 다 배웠다고 느낀다. 자신들이 태어나면서부터 편견을 가졌던 부 래들리가 얼마나 고마운 은인인지, 그리고 백인이건 흑인이건 사람들 중에 나쁜 사람도 있고, 좋은 사람도 있는 것이지 흑인이기 때문에 나쁜 것이 아니며, 약자이기 때문에 나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그들은 다만 자신들과 사정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스카웃은 자신이 성큼 성숙해졌음을 인정한다. 상대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아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그리고 앵무새는 인권을 유린당했던 흑인과 부 래들리, 그리고 배심원 자격이나 선거권이 없었던 그 당시의 여성들임을 알게된다.
이 소설은 인권문제를 다룬 성장소설이다. 특히 주인공이 소녀라는 독특함을 가지고 있고 대화 하나하나를 아주 자상한 아빠를 모델로 소상히 풀어 나가고 있다. 이 소설은 따뜻하고 예의바르고 아름다운, 그러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이다.
역자는 스카웃이 고통과 좌절을 겪으며 얻은 삶의 교훈을 남에 대한 배려와 관용, 그리고 사랑이라고 말한다.
' 스카웃은 요즈음 지식인 사회에서 자주 입에 오르내리는 -타자-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자신의 입장에서 남을 생각하고 판단하기보다는 이와는 반대로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판단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운다.'
이 소설은 흑인을 해방시킨 주체인 북부 사람들조차 흑인을 여전히 배척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했다. 그래서 북부인들은 위선자라는 비난을 남부인들에게서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