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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리풀사진방 원문보기 글쓴이: 임윤식
남도의 푸른 보석 장사도
겨울 동백, 여름 수국으로 덮혀 있는 꽃섬
섬 트레킹 코스 2.5km, 약 2시간-2시간 반 소요
장사도는 거제도 남단에서 서쪽으로 약 1km거리에 있는 작은 섬이다. 주변에 죽도, 대덕도, 소덕도, 가왕도 등이 한데 어우러져 아름다운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 현재는 무인도로 개발되어 있지만 그 이전에는 14가구, 8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한 적이 있다. 1991년에 폐교된 죽도국민학교 장사도 분교도 있다. 2005년부터 문화해상공원으로 개발을 시작, 2011년 12월에 일반인들에게 개방되었다.
이 섬은 뜻 있는 한 개인에 의해 개발이 이루어졌다. 거제에서 조선협력업체를 운영하던 김봉렬이라는 분이다. 평소 바다낚시를 김씨는 우연히 장사도의 절경에 취해 1996년 12억 원을 들여 3명의 소유자로부터 섬을 매입했다. 그는 경영하던 중소기업을 정리하고 200억여 원이라는 거액을 더 투입, 16년의 각고의 노력 끝에 해상공원을 개발했다. 경남도와 통영시도 약 30억원을 지원했다고 한다. 섬을 개발하면서 그가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최대한 인공미를 배제하는 것이었다. 옛 주민이 사용하던 주거지나 농경지를 활용하여 섬의 주요 시설들을 만들어 새 모습, 새 이름의 자연친화적 '장사도해상공원 까멜리아'를 개장했다고 한다. .
누에를 닮아 ‘잠사도’ 혹은 ‘누에섬’이라고 불리워왔으며, 섬 지형이 긴 뱀의 모습을 닮아 ‘장사도’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설도 있다. 실제로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누에 같기도 하고 뱀 모양 같기도 하다. 장사도해상공원의 캐릭터가 '늬비'인데 늬비는 경상도 방언으로 누에를 뜻한다.
장사도의 행정상 주소는 경남 통영시 한산면 장사도길로 되어 있지만 거리는 통영보다 거제도에서 더 가깝다. 장사도 가는 배편은 거제 근포항, 거제 가베항, 거제 대포항 및 통영 유람선터미널 등 네곳에서 출항한다. 이중 근포항이나 대포항에서는 장사도까지 10-15분이면 갈 수 있으며, 가베항에서는 약 20분, 통영 유람선터미널에서는 약 40분 정도 걸린다.
필자 일행은 시간은 더 걸리지만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바다경관을 함께 즐기기 위해 통영에서 출발하는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은 통영터미널을 출항, 거제도와 한산도 사이를 지난다. 배는 98명 정원의 중형유람선이다. 선장은 승선하자마자 한려해상국립공원 및 주변 섬들에 대해 설명해 준다. 좌측으로 거제도 해안, 우측으로 한산도 및 추봉도 해안이 보인다. 한산도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추봉도는 특히 6.25전쟁 당시 거제도와 함께 포로수용소가 있던 섬이다. 중간에 하도, 비산도, 좌도 등 작은 섬들도 눈에 들어온다. 선장은 장사도 입도시 필수소지품 이외 배낭이나 음식물 반입이 금지되어 있다고 안내한다. 섬 전지역에서 취사, 음주도 안되며 금연지역이라고도 한다.
드디어 장사도에 도착했다. 선착장 정면 숲에는 ‘장사도 Camellia’라고 쓴 하얀 조형물이 보인다. 카멜리아는 동백나무를 뜻하는 영어식 표현이다. 남도에서 대표적인 동백섬으로는 장사도 이외에도 지심도가 있다. 지심도 가는 유람선에도 Camellia Island라고 표기하고 있다.
섬 전체가 온통 울창한 난대림으로 숲을 이루고 있다. 장사도는 10만 여 그루의 동백나무, 후박나무, 구실잣밤나무 등이 숲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천연기념물인 팔색조, 동박새, 풍란과 석란도 자생하고 있다. 팔색조는 2012년에 멸종위기 조류로 지정된 희귀한 새이다. 겨울철 및 이른 봄 동백꽃이 필 때는 섬 전체가 불타는 듯한 장관을 연출한다. (팔색조 사진은 이원범 사진작가 제공)
또, 여름 철에는 다양한 색깔의 수국이 섬을 덮는다. 산책로 초입부터 적청백색의 다채로운 수국이 방문객들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또, 황홀할 정도로 붉은 홍가시나무가 가는 길 곳곳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다.
완만한 비탈길을 15분 정도 오르면 중앙광장에 이른다. 중앙광장 가운데에는 ‘누워있는 여인’ 조각상이 만들어져 있고, 좌측에는 장사도에서 촬영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SBS), ‘함부로 애틋하게’(KBS) 홍보판이 세워져 있다.
중앙광장에 서면 앞이 훤히 트이면서 대덕도와 소덕도가 지척으로 보이고, 그 뒤로 멀리 어유도, 매물도, 소매물도, 굴비도, 가익도, 국도, 소지도 등이 시야에 들어온다. 장사도는 390,131㎡, 길이 1.9 km, 폭 400m, 해발 108m 의 나즈막한 섬이다. 중앙광장을 중심으로 우측, 즉 북동쪽에는 장사도 분교-무지개다리-달팽이전망대-승리전망대-다도전망대 등이 위치하고 있고, 남서쪽은 동백터널-야와공연장-부엉이전망대-후박나무 쉼터-작은 교회-누비하우스-미인도전망대-야외갤러리-카페테리아-출구선착장으로 이어진다. 장사도 안내 팜플렛을 보면서 탐방안내도에 표시된 순서대로 돌면 된다.
잠시 바다경관을 즐긴 후 본격적인 섬 트레킹을 출발한다. 필자의 섬 여행 경험으로는 자유여행이 아닌 유람선 여행의 경우에는 늘 시간이 빡빡하다. 장사도의 경우에도 유람선 시간상 섬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2시간(근포항 출항의 경우 2시간 30분)인데 그 시간을 맞출려면 부지런하게 돌아야 한다. 중앙광장 옆에 뽕잎아이스크림 매점이 있고, 야외공연장 지나 누비하우스(스넥, 식당), 야외갤러리 옆에 카페테리아 등이 있지만 여유롭게 아이스크림이나 커피 등을 즐길 시간이 실제로 촉박하다. 제주도 부속섬인 마라도나 가파도의 경우에도 유람선 시간에 맞추기가 쉽지않아 무척 아쉬웠던 경험이 있다.
중앙광장에서 몇분만 우측으로 내려가면 장사도 분교와 무지개다리를 만난다. 죽도국민학교 장사도 분교는 1991년에 폐교됐는데 아직도 학교종과 어린이들 말뚝박기놀이 조형물, 줄넘기 조형물 등이 그대로 남아 있다. 유리창 안으로 교실 책상과 의자들도 보인다.
운동장 자리에는 다양한 수종의 분재들이 150여개나 전시되어 있다. 장사도 공식 블로그 자료에 의하면 분재 중 모과나무는 그 수령이 무려 200년이나 된 것이라 한다.
기기묘묘하게 가지가 구부러진 구실잣나무도 보인다. 연령이 제법 오래된 나무 같다. 섬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하다.
다음은 장사도의 명물인 무지개다리. 붉은 색으로 칠해진 다리 위에 무지개 모양의 아치가 있어 무지개다리라 불리워지는 것 같다. 다리 위에 서면 북동쪽으로 비진도, 오곡도 등이 시야에 들어오고, 뒤로는 장사도 남서쪽 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대덕도, 소덕도 등도 계속 화각에 잡힌다.
무지개 다리를 건너 좁은 오솔길 계단을 오르면 달팽이전망대-승리전망대가 이어진다. 오솔길 옆에는 색색의 수국이 활짝 피어 있어 아름답기 그지없다.
“1592년 6월 13일 새벽 이순신 장군은 휘하의 판옥선 24척, 협선 15척, 포작선 46척을 이끌고 여수를 출발하여 역사적인 제 1차 출전을 감행한다. 경상우도 수준9원균)과 연합한 이순신 함대는 비진도와 용초도 근처를 지나 이곳 장사도, 가왕도, 병대도를 경유하여 6월 15일 동쪽 해안의 송미포(현, 다대항)에서 1박을 유숙하고 그날 낮 옥포만 일대에 약탈 중인 30여 척의 왜군 선단을 포위하여 총통과 화살로 함포사격을 퍼붓고, 조선 수군의 튼튼한 판옥선을 적선과 충돌시켜 파괴해버리는 당파전술 등을 사용, 옥포해전을 승리로 이끌었다.”고 소개하고 있다.
다도전망대-온실 등을 보고 관람로를 따라가면 너와지붕을 한 섬아기집이 나온다.
섬아기집은 섬 주민이 살던 집이다. 장독이며 부엌 아궁이, 너와지붕에서 조용한 섬마을 정취가 묻어난다.
다시 중앙광장으로 돌아와 다음 코스는 동백터널이다. 수백년 된 동백나무가 긴 터널을 이루고 있어 하늘이 보이지 않는다. 이 터널은 필자가 방문한 7월 현재는 여름이라 동백꽃이 보이지않지만,겨울 및 초봄까지 동백꽃이 만발하면 황홀할 정도로 꽃대궐을 이루는 곳이다. 2-3월 꽃이 바닥에 떨어진 풍경 역시 감성을 자극한다. 연인과 함께 걷고싶은 길이기도 하다.
동백터널을 나오면 야외공연장으로 이어진다. 1,000여 석 규모의 야외공연장에서는 다양한 볼거리의 축제공연이 이루어진다. 설사 공연이 없는 경우에도 공연장 계단에 앉아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풍경을 바라보는 것 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남는다.
부엉이전망대는 공연장 바로 뒤에 있는 전망대로서, 장사도의 여러 전망대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쌓인 섬의 특성상 섬 어디에서든 바다가 보이지만, 부엉이전망대에서는 특히 동서남북 어느 쪽이나 아름다운 한려수도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엉이전망대 가는 입구에는 메일로드라는 이정표와 함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왜 메일로드인가 의아해했는데 유치환 시와 우체통을 보고 이해가 됐다. 시비에는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과 여류 시조시인 이영도의 ‘황혼에 서서’가 앞뒤로 새겨져 있다. 유치환 시인은 통영 출신이다. 빨간 우체통은 그 옛날 청마 유치환과 이영도가 수천 통의 연서를 주고받았던 로맨스를 상기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전략)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
오늘도 나는 너에게 편지를 쓰나니
그리운 이여 그러면 안녕!
설령 이것이 이 세상 마지막 인사가 될지라도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광복 후 통영여중에서 국어선생으로 있던 시인 유치환은 이 때 가사선생이던 시조시인 이영도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는 서른여덟의 유부남이었고, 이영도 시인은 스믈한 살에 남편과 사별하고 딸 하나를 키우는 스믈아홉의 청상과부였다. 청마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임에도 불구하고 1947년부터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연서를 보냈다. 기독교 신앙을 지니고 있으면서 유교적 가풍의 전통적 규범을 깨뜨릴 수 없는 이영도이기에 마음의 빗장을 굳게 걸고 청마의 사랑이 들어설 틈을 주지않았다. 그러나 3년간의 끈질긴 구애에 이영도 시인의 마음도 움직였다. 다만, 떳떳하지못한 둘의 만남은 늘 거북하고 안타까울 뿐이었다. 청마는 1967년 부산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할 때까지 무려 20여 년을 한결같이 편지를 보냈다. 가족을 가진 가장으로서 다른 여인을 사랑한다는 것은 도덕적으로는 불륜이 될지 모르겠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토록 애절하게 오랜 기간 사랑을 이어왔다는 것은 그 사랑이 얼마나 진실되고 절절했는가를 미루어 상상할 수 있다. 유치환 시인이 보낸 편지 중 한국전쟁 이전 것은 소실되었지만 그 이후에 보관하고 있던 것 만 무려 5,000여 통에 달했다고 한다. 그 중 200통을 간추려 <주간 한국>에서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행복하였네라>라는 서간집을 1967년에 발간했다.
부엉이전망대와 맨발공원을 거쳐 ‘작은 교회’로 향한다. 부엉이전망대에서 100m 쯤 내려오면 후박나무쉼터도 만난다.
작은 교회는 장사도 분교 옥미조 교사가 1973년에 세운 교회라 하는데, 교회가 숲 속에 아담하게 자리하고 있어 무척 고즈넉하고 아름답다. 돌을 쌓아 지은 건물이라 이국적인 느낌도 난다. 당시 섬 주민은 83명이었는데 이중 70여 명이 교회를 다녔다고 한다. 교회 안에는 십자가 아래 성격책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이곳 역시 입구 좌우에 수국이 활짝 피어 아름다움을 보탠다.
교회 오른쪽 동백나무 아래에는 옥미조 선생의 공덕비도 있다. 당시 그는 학교를 소공원처럼 꾸미고 자비를 들여 선착장을 만들고 교회를 세웠다. 섬 환경과 주민들을 위해 헌신한 공로로 산업훈장도 받았다고 한다. 아동문학가이기도 한 그는 ‘진뱀이섬의 신화’라는 수기로 전국 최우수상도 받았다. 선생의 활약상은 유현목 감독의 ‘낙도의 메아리’란 기록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제 서서히 트레킹을 마무리할 시간이다. 교회 아래 사거리에 이정표가 보인다. 좌측으로 내려가면 선착장까지 12분 정도 걸린다. 직진하면 야외갤러리를 들를 수 있고, 우측으로는 누비하우스가 보인다. 시간여유가 있을 경우 야외갤러리도 돌아보고, 누비하우스에서 스넥 또는 식사도 할 수 있다. 누비하우스에서는 멍게비빔밥과 해초비빔밥, 충무김밥, 유자꿀빵 등도 맛볼 수 있다.
누비하우스 옆에는 미인도전망대도 있다. 미인도전망대에 서면 소덕도, 대덕도는 물론, 매물도, 소매물도, 굴비도, 가익도, 국도, 소지도 등 장사도 서쪽의 주요 섬들이 모두 시야에 들어온다. 소지도는 무인도로서 일명 미인도라고도 부른다. 대덕도 우측 뒤로 선명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섬 지형이 치마 입고 누워있는 여인의 형상이다. 엄태웅의 칠성사이다 CF촬영지로 유명해진 섬이기도 하다. 소지도가 잘 보이는 전망대라서 미인도전망대라는 이름이 붙여진 것 같다.
야외갤러리도 볼 만하다. 손바닥 조각, 사랑 조각 등 다양한 조각들이 숲 속에 전시되어 있다. 야외갤러리에는 동백나무와 생달나무의 가지가 붙어 있는 연리지도 있다.
야외갤러리를 끝으로 선착장으로 내려간다. 장사도는 입항선착장과 출항선착장이 다르다. 결국 주요 관광포인트를 대부분 돌아본 후에야 출항선창장으로 가게 되어 있다. 선착장으로 내려가는 길도 아기자기하다. 300여 숲속 계단을 지그재그로 내려가야 한다.
귀항항로는 오전에 온 길과는 다르다. 한산도와 죽도 및 용초도 사이를 지나 한산도 동쪽 해안을 돌아간다. 한산도 해안을 일주하는 셈이다. 좌측으로 통영 미륵도 및 미륵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유람선 선장은 통영국제음악당(일명 윤이상음악당)과 연필등대에 대해서도 소개한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하일라이트를 유람한 기분이다.(글,사진/임윤식)
*장사도 가는 방법은...
장사도 가는 배편은 거제 근포항, 거제 가베항, 거제 대포항 및 통영 유람선터미널 등 네곳에서 출항한다. 이중 근포항이나 대포항에서는 장사도까지 10-15분이면 갈 수 있으며, 가베항에서는 약 20분, 통영 유람선터미널에서는 약 40분 정도 걸린다.
통영 유람선은 시간은 제일 많이 걸리지만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바다경관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통영 출항 유람선은 10시 및 13시 두편이 있다(계절에 따라 다름). 유람선 승선요금은 왕복 21,000원, 장사도 입장료 포함 31,500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