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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민간인희생사건
부산고등법원 제6민사부
판 결
사 건 2012나50087 손해배상(가)
원 고, 항소인 박 O O 외 4명
피 고, 피항소인 대한민국
제 1심 판 결 부산지방법원 2012. 2. 9. 선고 2011 가합 20228 판결
변 론 종 결 2012. 10. 11.
판 결 선 고 2012. 11. 22.
주 문
1. 제1심 판결을 취소한다.
2. 피고는 원고 박 OO에게 26,000,000원, 원고 임 OO, 임OO, 임OO, 임OO,에게 가 1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12. 10. 11.부터 2012. 11.22. 까지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
3. 소송 총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4. 제2항은 가집행할 수 있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주문 제2항과 같은 판결을 구함.
이 유
1. 인정사실
가. 거창민간인 학살사건의 발생
(생략)
나. 거창사건 은폐 시도와 국회조사단의 활동 및 관련자 처벌
(생략)
다. 유족들의 희생자 명예회복 등을 위한 노력
(생략)
라. 거창사건 관련자의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제정 등
(생략)
마.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의 제정
(생략)
바. 원고들의 지위
(생략)
2.손해배상의무의 발생
가. 손해배상의무의 발생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거창사건은 공무원인 피고 예하 국군에 의하여 자행된 직무와 관련된 불법행위라고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피고는 대한민국헌법(1948. 7. 12. 제정되어 1960. 6.15.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제헌 헌법’이라 한다)제 27조에 따라 망 홍oo, 망 박 oo, 망 임oo, 그 유족인 망 임oo, 망 임oo이 입은 정신적인 고통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상속받은 원고들에게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다.
나.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에 관한 판단
1) 소멸시효의 완성
가) 피고 국가 소속 행정부의 국방부장관 등이 거창사건 발생 직후에 그 진상을 은폐하고자 시도한 적이 있으나, 그 후 피고 소속 국회가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 1951. 5. 14. 거창사건 책임자를 처벌하라는 결의문을 채택하였고, 중앙고등군법회의가 거창사건 책임자들에 대한 형사재판을 진행하여 1951. 12. 16 유죄판결을 선고한 점 등 앞서 본 제반 사정들에 비추어 보면, 원고들은 적어도 위 유죄판결이 선고된 시점에는 거창사건의 손해와 가해자 및 그 가해행위가 불법행위인 점 등을 모두 알았다고 봄이 상당한 바,
원고들의 이 사건 소가 1951. 12. 16.부터 3년이 경과된 후에 제기되었음은 기록상 명백하므로, 거창사건의 희생자 또는 그 유족인 망 홍oo 등의 피고에 대한 위자료 청구권은 이 사건 소 제기 이전에 이미 시효로 인하여 소멸하였다.
나) 이와 관련하여 원고들은,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제헌 헌법 제27조에 기한 것이고 위 헌법에는 소멸시효 규정이 없으므로, 민법상 소멸시효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살피건대, 제헌 헌법 제27조는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받은 자는 국가 또는 공공단체에 대하여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나, 제헌 헌법은 위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지 않다. 헌법상 국가배상청구권은 청구권적 기본권이므로, 법률에 의하여 그 구체적인 내용과 행사 방법 등이 정하여진다. 또한 제헌 헌법 제28조 후문은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는 법률의 제정은 질서유지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는 법률에 의하여 제헌 헌법 제27조의 국가배상청구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따라서 제헌 헌법 제27조의 국가배상청구권도 당시 시행되고 있었던 조선민사령 제1조의 규정에 의하여 의용된 민법(1958. 2. 22. 법률 제471호로 제정된 민법 부칙 제27조 제1호에 의하여 폐지됨. 이하 ‘의용민법’이라 한다) 제724조 전문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해당하는 이상, 위 규정의 단기소멸시효가 적용된다고 할 것이다.
만일 시효의 중단 · 정지 및 기타 진행의 장애사유가 있어 민법 시행 전에 위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때에는 민법 부칙 제8조에 따라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 규정을 적용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제헌 헌법 제27조의 국가배상청구권에 대하여 의용민법 또는 민법이 적용되는 결과, 국가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이 제한됨으로써 국가배상청구권의 행사 및 존속이 제한되는 결과가 발생하지만, 이러한 제한이 위헌이라고 보기도 어렵다(헌법재판소 2011. 9. 29. 선고 2010 헌바 116 결정 참조). 따라서 이를 다투는 원고들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피고의 소멸시효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는 원고들의 주장에 관한 판단
원고들은, 설령 위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국민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민간인들을 학살한 사건에 대해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것은 권리남용에 해당하여 허용되어서는 아니된다고 주장하므로, 이하에서 항을 나누어 살펴보기로 한다.
가) 관련 법리
채무자의 소멸시효에 기한 항변권의 행사도 우리 민법의 대원칙인 신의성실원칙과 권리남용금지 원칙의 지배를 받는 것이어서, 채무자가 시효완성 전에 채권자의 권리행사나 시효중단을 불가능 또는 현저히 곤란하게 하였거나, 그러한 조치가 불필요하다고 믿게 하는 행동을 하였거나, 객관적으로 채권자가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거나, 일단 시효완성 후에 채무자가 시효를 원용하지 아니할 것 같은 태도를 보여 권리자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거나,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어 채무이행의 거절을 인정함이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채무자가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는 것이 신의 성실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8. 5. 29. 선고 2004다33469 판결, 대법원 2011. 9. 8. 선고 2009다66969 판결 등 참조)
그러나 국가에게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사유만으로 국가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는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므로, 국가의 소멸시효 완성 주장이 신의칙에 반하고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하려면 앞서 본 바와 같은 특별한 사정이 인정되어야 하고, 또한 위와 같은 일반적 원칙을 적용하여 법이 두고 있는 구체적 제도의 운용을 배제하는 것은 법해석에 있어 또 하나의 대원칙인 법적 안정성을 해할 위험이 있으므로 그 적용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대법원 2011. 10. 27. 선고 2011다54709 판결 참조)
나)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는지 여부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즉
① 공비토벌작전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군인이 저지른 민간인학살행위는 객관적으로 외부에서 알기 어려워 원고들과 같은 희생자들의 유족이라고 하더라도 국가에 의하여 진상이 온전하게 규명되기 전에는 국가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는 것은 좀처럼 기대하기 어렵다고 할 것인 점
② 거창사건에 대하여 1960. 5. 23. 국회 진상조사단의 조사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국가는 사건 초기 공비들과 통모하여 이들을 도와준 자들에 대하여 사형을 집행한 사건이라며 거창사건의 진상을 은폐 · 조작하였고, 1951. 12. 16. 선고된 일부 관련 책임자들에 대한 유죄판결도 정부가 축소, 왜곡하여 발표한 대로 공비들과 통모한 187명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한 범죄사실에 대한 것이며, 1960. 5. 23. 국회 진상조사단의 조사에 의하여 비로서 희생자들의 수(719명) 등이 밝혀진 점
③ 전쟁이나 내란 등에 의하여 조성된 위난의 시기에 개인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조직을 통하여 집단적으로 자행하거나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 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해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려운 점
④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 말까지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들은 거창사건의 유족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공무원 등에 임용되지도 못하는 등 불이익한 처분을 받았고, 유족대표들이 반국가단체 조직 혐의 등으로 구속되기도 하였던 점에 비추어 볼 때, 1951. 12.16. 가해자들에 대한 형사판결이 선고된 이후에도 유족 개인이 통상적인 법절차에 의하여 이에 대한 구제를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⑤ 한편, 1980년 이후 거창사건 유족들은 거창사건에 관하여 국회나 정부 등에 진정이나 청원을 계속해 왔고, 그 결과물로 1996. 1. 5. 거창사건의 유족에 대한 명예회복, 불이익 처분 금지 등을 내용으로 하는 거창사건특별법이 제정되었으며, 거창사건특별법에 따라 망 임oo을 포함한 거창사건의 유족들은 1998. 2. 17. 심의위원회에서 유족 결정을 받았고,
이후 2001. 2. 17.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 376명이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 2001가합430호로 피고를 상대로 거창사건으로 인한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를 제기하였던 점 등에 비추어 보면, 국가가 거창사건의 진상을 공식적으로 규명하고 거창사건 희생자들의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하여 거창사건특별법을 제정하고 원고들이 이 법에 따라 설치된 심의위원회에서 유족 결정을 받은 1998. 2. 17.까지는 객관적으로 원고들이 권리를 행사할 수 없는 장애사유가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다) 피고가 시효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않을 듯한 태도를 보여 원고들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는지 여부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1980년 이후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들의 명예회복 및 손해배상을 위한 대통령에 대한 진정 · 호소, 궐기대회, 관련 특별법의 입법 청원 활동 등 지난한 노력의 결과 1996. 1.5. 비로소 거창사건특별법이 제정되고, 위 법에 정한 절차에 따라 일부 사망자와 유족이 확정되었으나, 위 법에는 희생자나 유족에 대한 보상이나 배상 규정은 없었던 점
② 국회의원들이 위 법의 개정을 통한 희생자 및 유족에 대한 보상 내지 배상 문제 해결을 수차례 시도하여 오던 중 2004. 3. 2.에는 그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하였고, 그 후로도 거창사건의 희생자 등에 대한 보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도합 8차례에 걸친 거창사건특별법 개정안 제안이 있었으며, 현재 제19대 국회에도 거창사건 희생자 등에 대한 배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특별조치법안 2건이 계류 중인 점,
③ 위와 같이 그 적용 범위가 거창사건만으로 한정된 개별 특별법인 거창사건특별법을 통한 보상 내지 배상 조치는 현재까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나, 한편, 2005. 5. 31. 과거사정리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위 법은 ‘1945년 8월15일부터 한국전쟁 시기에 불법적으로 이루어진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 등 일제 강점기 이후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저질러진 헌정질서 파괴행위, 테러 · 인권 유린과 폭력 · 학살 · 의문사 사건 등 민족의 정통성을 확립하고 과거와의 화해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국민통합에 장해가 되는 과거사 전반에 관한 진실규명 및 그에 따른 관련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회복을 주요 내용을 한 것으로서 거창사건에도 위 법이 적용된다고 보이는 점
④ 과거사정리기본법은 피고에 대하여 피해자 및 유가족의 명예회복과 함께 금전적인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및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법 제34조 및 제36조 제 1항)를 명시적 · 직접적으로 부과하고 있고, 또한 ‘다른 법령에 의하여 제1항의 조치가 시행되고 있는 경우에는 제1항은 적용하지 아니한다(법 제36조 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는 바,
거창사건의 경우 위 법 제36조 제2항의 ‘다른 법령’[에 해당하는 거창사건특별법에 의하여 진실규명 및 피해자의 명예회복 등 조치는 이미 시행되었거나 시행 중에 있으나 금전적인 보상이나 배상 등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는 현재까지도 전혀 시행되지 않고 있는 이상, 거창사건 피해자들은 과거사정리기본법의 위 조항들에 근거하여 피고에 대하여 보상이나 배상 등 그 피해의 회복을 청구할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비록 피고가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들 중 일부가 제기한 이전의 소송에서 소멸시효 주장을 한 바 있다 하더라도,
국회가 제정한 법률인 과거사정리기본법이 피고에게 거창사건 등의 피해자에 대하여 명시적 · 직접적으로 그 피해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는 이상, 이로써 피고는 시효완성 후 시효를 원용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힌 것이거나 적어도 그러한 태도를 보여 원고들로 하여금 그와 같이 신뢰하게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라) 채권자 보호의 필요성이 크고 같은 조건의 다른 채권자가 채무의 변제를 수령하는 등의 사정이 있는 지 여부
위 인정사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즉
① 거창사건은 국가기관에 의하여 저질러진 무차별적이고 무자비한 반인륜적인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으로서 그 피해자인 희생자와 유족들을 보호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아니할 수 없을 뿐 아니라, 피고로서도 현재 거창사건 희생자 등에 대한 피해회복을 규정한 과거사정리기본법까지 제정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먼저 적극적으로 그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를 취하기는커녕 ‘거창사건 보상에 대해 아직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되지 않았다거나, 그 보상이 향후 국가재정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라는 등의 종전 입장만을 고수하면서 그 희생자의 유족들이 제기한 개별적인 소송에서 소멸시효 주장 등을 통하여 그 책임을 부인하는 것은 피고의 국격에도 걸맞지 아니하여 온당치 아니한 것으로 보이는 점
② 이른바 ‘문경사건 및 울산 국민보도연맹사건과 거창사건은 모두 한국전쟁을 전후한 시기에 피고 소속의 공무원인 군인 또는 경찰관에 의하여 저질러진 민간인 집단학살 사건으로서 거창사건과 큰 틀에서 동일 내지 유사한 성격을 지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점
③ 더구나 거창사건의 경우에는 문경사건 등 다른 사건들보다 그 피해자의 수가 훨씬 많고 불법성의 정도가 더 현저하였으며, 희생자 유족들의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피해 보상 등을 위한 노력이나 활동 등도 비교적 일찍부터 적극적으로 추진되어 왔던 관계로 그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등을 위한 거창사건특별법이 제정되는 등의 결실을 일부 보기도 하였으나, 그 피해에 대한 금전적인 보상이나 배상 조치는 현재까지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점 등에 비춰어 보면, 거창사건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문경사건 및 울산 국민보도연맹사건의 피해자들이 민사소송을 통하여 피고로부터 손해배상을 이미 받았거나 멀지 않은 장래에 손해배상을 받게 될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찍이 명예회복과 피해보상 등을 위해 노력해 온 거창사건 유족들에게 민사소송을 통한 피고의 손해배상채무 이행의 거절을 인정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거나 불공평하게 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라고 봄이 상당하다.
3) 소결론
위 2)의 나), 다), 라)항에서 본 바와 같은 사정들에다가, 본질적으로 국가는 그 성립 요소인 국민을 보호할 절대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고,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없이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 없다는 점을 더하여 앞서 본 법리에 비추어 살펴보면, 거창사건 희생자 유족들의 명예회복 및 피해보상 등을 위한 지속적인 호소 및 노력의 결과 그 명예회복 등을 위한 거창사건특별법이 제정되고,
이후 그 피해회복 조치를 천명한 과거사정리기본법이 제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따라 당연히 예정된 후속 절차로서의 피해회복을 위한 현실적인 보상 내지 배상 등 조치를 전혀 강구하지 않은 채로 거창사건 발생일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그 피해보상 등 조치를 기다리다 지쳐 제기한 원고들의 이 사건 소에 대하여 미리 소를 제기하지 못한 것을 탓하는 취지로 소멸시효 완성을 주장하여 그 채무이행을 거절하는 것은 현저히 부당하여 신의 성실의 원칙에 반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다고 할 것이므로, 결국 피고의 소멸시효 항변은 받아들일 수 없다.
3. 손해배상책임의 범위
가. 손해배상액 산정의 기본 방침
1)우리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개인이 가지고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음을 선언하고 있다. 위 조항에서 도출되는 생명권은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것으로서 국가는 다른 어떤 것에도 우선하여 국민이 생명을 보호할 책무를 부여받고 있으므로 어떠한 경우에도 적법한 절차없이 국민의 생명을 박탈할 수는 없다.
그러나 거창사건은 전시에 군인들이 공비 토벌이라는 명목으로 정확한 사실확인도 없이 무고한 양민을 학살한 것이어서 어떠한 명목으로도 수긍하거나 정당화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행위이다.
2)한편, 반민주적 또는 반인권적 행위에 의한 인권유린과 폭력, 학살, 의문사 사건 등을 조사하여 진실을 밝혀내기 위하여 과거사정리기본법이 제정되었고, 위 법에서 ‘국가는 진실규명사건 피해자의 피해 및 명예회복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하고 있으므로, 거창사건과 같이 국가권력에 의하여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불법행위로 인한 피해에 대해서 국가는 거창사건특별법의 개정 등을 통해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보상을 함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아직까지 국가가 그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음으로써 피해자들은 피해 회복을 위하여 이 사건과 같이 또다시 시간과 비용을 들여 민사소송 등을 제기할 수 밖에 없고, 판결 확정 전에는 국가가 판결금을 임의로 지급하지 않는 한 그 판결이 확정될때 까지 손해배상금을 지급받을 수도 없다는 점에서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을 위한 국가의 노력은 아직까지도 미흡하다고 할 수 밖에 없다.
3) 따라서 거창사건 희생자들의 유족인 원고들이 민사소송을 통하여 피해회복을 구하는 이 사건에서, 법원은 피고 예하 군인들의 조직적이고 의도적인 불법행위로 인하여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은 거창사건의 희생자와 그 유족들에게 그로 인하여 이들이 입게 된 피해를 국가가 배상할 의무가 있음을 천명하고, 그 배상을 명하기로 한다.
나. 희생자 및 그 유족의 손해배상액
1) 거창사건의 발생 경위 및 내용, 거창사건특별법의 제정 경위 및 내용, 희생자들의 성별, 연령, 가족 관계 및 피해정도,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여야 할 책무를 저버린 피고의 불법행위의 위법성 및 그에 대한 비난 가능성, 피고의 배상의무 지연에 따른 희생자들의 유족인 원고들의 추가적인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로하여야 하는 점,
불법행위일인 1950. 2. 10.로부터 당심 변론종결일인 2012. 10. 11에 이르기까지 60년 이상의 오랜 세월이 경과하여 그 사이에 우리나라의 물가와 국민소득수준 등이 크게 상승하였고, 통화가치에도 현저한 변동이 있는 점, 위와 같이 60년 이상 장기간 동안 배상이 지연됨에도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그 기간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전혀 가산하지 아니하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위자료를 희생자 본인의 경우 200,000,000원, 거창사건 당시 생존한 희생자의 배우자는 100,000,000원, 부모와 자녀는 각 50,000,000원, 형제자매는 10,000,000원으로 보되,
다수의 희생자와 관련된 생존자 본인의 위자료는 최근친관계를 기준으로 에에 50%를 증액한 한도 범위 내에서 각 정하기로 한다.
2) 위 기준에 따른 희생자 및 그 유족의 위자료 액수 및 상속관계(인정근거 : 갑 제1, 2, 4, 5호증, 갑 제6호증의 1, 2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생략)
3)원고들의 구체적인 상속액
(생략)
다. 소결론
따라서 원고들이 위자료 상속액 중 일부 청구임을 명시하여 구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피고는 원고들이 구하는 바에 따라, 원고 박oo에게 26,000,000원, 원고 임oo, 임oo, 임oo, 임oo에게 각 15,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당심 변론 종결일인 2012. 10. 11.부터 당심 판결 선고일인 2012. 11. 22.까지 민법에 정한 연 5%,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에 정한 연 20%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이를 모두 인용할 것인바, 제1심 판결은 이와 결론을 달리하여 부당하므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피고에게 위 각 인용금원의 지급을 명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 사 신 광 렬
판 사 박 준 용
판 사 문 상 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