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저어새를 지키기 위한 천막농성 첫날
6월 4일 목요일
오늘 아침 10시 남동공단유수지에서 송도저어새 보호대책 수립과 송도갯벌매립 재검토를 요구하는 천막농성시작 기자회견을 했다. 4월 22일 유수지의 인공섬에서 세계멸종위기종 저어새의 번식을 확인하고 먹이터인 송도갯벌에 대한 매립을 막기 위한 활동으로 천막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기자회견의 마지막 순서로 김보경, 최은주 두분이 “여기 힘없고 지친 새가 있습니다.‘’ ”여기 할퀴고 찟겨진 갯벌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목소리는 떨리고 목이 메어 두 분은 말을 잇지 못했다. 인간의 욕심에 의해 고통받는 새들과 수 많은 생명들에게 두 분이 대신 사과반성하고 있었다.
밤이 찾아와 ecolife라는 이름의 수동식 손전등 빛에 의지해 글을 쓰고 있다. 손으로 돌린만큼 빛을 쓸 수 있는 손전등, 좀 불편하긴 하지만 괜찮다. 8시가 지날 무렵부터 주위는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롯이 혼자 있게 되는구나’ 했는데 조강희님 권창식님 두 분이 오셔서 이런저런 말씀도 해주시고 음식까지 가져오셨다. 음식보다 애정이 고맙다. 10시가 가까워지는 시간 김대환님, 강인숙님 두분도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시러 오셨다. 이런 관심과 애정이 있기에 저어새는 올 한해 잘 자라 줄 것이라 믿는다.
6월 9일 화요일
아침에 갯벌 모니터링을 하려던 계획은 몇 가지 이유로 하지 못해 참꽃님과 인공섬의 저어새를 관찰하고 있다. 오늘 아침은 비를 맞으며 인공섬을 보고 있었다. 어느새 주위가 고요해지고 저어새와 농부 둘만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저어새가 평소보다 크고 또렸하게 보였다. 타자들이 컨디션이 좋을 때 투수 공이 수박만하게 보인다고 하던데 그와 비슷한 건가^^ 모니터링 뒤 출근시간에 동막교까지 나가보니 공단쪽으로 출근하는 분들이 많았다. 이분들에게 이곳 상황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 10일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 모니터링을 끝내고 8시부터 공단에 출근중인 분들에게 저어새 홍보물을 나눠 드렸다. “남동유수지에서 저어새가 번식중입니다. 그리고 오늘 환경스페셜에 저어새이야기가 방송되니 꼭 보세요“ 많은분들이 홍보물과 티비를 보고 현장에 와 저어새의 모습을 기억에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오후에 인터넷 작업을 위해 평생학습관에 있다가 최용순님께서 피자 먹으러 오라는 말씀에 자전거를 타고 홍보관으로 향했다. 대표님과 나무꾼 이혜경님 모니터링 오신 산내음님과 맛있는 고구마 피자를 먹었다. 천막에 있으면서 참 잘도 먹는다. 평소에 못 먹던 것도 먹고 농성할만하다^^ 농성 끝날 때 쯤 살쪄있으면 앞으로 농성전문 활동가가 될 지도 모르겠다^^
6월 13일 토요일
게눈 친구들이 지난번에 이어 두 번째로 유수지를 찾을 무렵 대건고 학생 40여명이 이강재선생님과 함께 저어새를 만나러 왔다. 작년 태안의 기름 유출사고가 있었을 때 1200여명의 학생을 자원봉사활동 할 수 있도록 이끈 분이 이강재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 선생님과 학생들 덕분에 태안은 좀 더 빨리 예전 모습을 회복한 것이리라.
친구들이 망원경으로 저어새를 볼 때 함께 해주신 최은주님의 애정 어린 설명이 이어졌다. “아기 저어새가 태어난 다음부터 손녀를 만나는 마음으로 모니터링을 하러 왔어!” 송도신도시에 사시는 최은주님은 저어새를 지켜주기 위해 시간이 날 때마다 오셔서 모니터링도 하시고 농부에게 식사도 가져다 주시며 힘을 주고 계신다. 잊지 못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하루 저어새 홍보관을 찾아 주신 분들이 100여분에 달한다. 홍보관 개관 후 최고로 많이 오신 날이다.
“더 많은 분들이 저어새와 만나는 날을 위해!
저어새의 고향! 인천은 아름답다.“
첫댓글 6월 4일 저어새보호를 위해 천막을 치고 밤낮 농성을 한 지 벌써 한달이 다 되어가네요. 여러가지 계획을 가지고 시작했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고 스스로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다시한번 확인하는 시간입니다. 그래도 이런 모습 또한 저를 구성하는 소중한 부분이라 생각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더 나아지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저어새에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활동해 주시는 회원님들! 함께 할 수 있어 기쁘고 감사합니다.
대단하십니다. 마치 수행하는 스님처럼 이러한 고통을 즐거이 감수하며 지내는 모습이 부럽기도 합니다. 우리들은 한달이 금방 지났지만 농부님에게는 무척이나 긴 시간이며 긴 밤들이었을텐데.. 저녁이 되면 그 쪽에서 잠들어야 하는 농부님때문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목표를 정해놓고 무거운 짐을 다른사람들과 나눴으면하는데 방법을 모르겠군요. 나는 인천에서 너무 오래 살아 떠나고 싶은데 인천을 아름답게 보아주니 고맙네요.
정성과 애정에 감사드립니다. 매일 매일의 저어새 모니터링 소식을 접하듯이 활동하시는 내용을 알 수 잇도록 여러분들(시민)의 활동도 매일같이 모니터링해서 올려주시면 좋겟네요.
지화님 한달이라는 기간이 벌써 아쉽게 지나갔네요. 힘들었다기보다 저에게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동안 집에서 만든 식사를 가져다 주셔서 정말 감사하게 잘 먹었습니다. 활동하면서 제일 기쁘고 감사한 순간이었습니다. 요즘 제가 한 것도 없는데 받은게 너무 많습니다. 다 어떻게 갚아야할지... 앞으로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larus님 매일 올리는게 쉽지 않지만 노력해보겠습니다. 저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귀한 말씀해주셔서 감사드리구요 앞으로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