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생일일자 뜨는 걸 보신 분들이 생일축하를 해주신다.
초등학교 때야 케익 한 번 먹고 싶어서 생일을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지만
나이 들면서부터는 신경을 거의 쓰지 않고 살았다.
사실 내 생일이 1월 22일인데 어려서는 음력을 따르다보니 매년 바꿨다.
게다가 겨울방학이다 보니 조용하게 지나가기 십상이다.
나이 들어서는 하나로 통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양력으로 나 스스로 바꿨다.
그런데 그 날이 익숙치 않아 당사자인 나도 날짜가 헷갈린다.
1월 21일인가? 22일인가?
강원도 시골 교회에 부임하고 나서는 많지도 않은 교인들 생일부터 잘 챙겨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해드리고 싶었다.
도시의 큰 교회에서야 교인이 많아서 일일이 주보에 싣고 축하하는 게 불가능하지만,
20명 되는 교인들이야 담임목사가 챙겨드려도 아무런 부담이 되지 않는다.
20명?
그렇다. 스무 분이다.
우리 교회를 아시는 분들은 이 20이란 숫자의 의미를 안다.
2020년 가을에 여기로 부임해서 오기 전,
내 손에 들렸던 교인명단은 8명 정도 였다.
70대 후반에서 90대까지가 전부였다.
그러다 1년새 "대부흥"이 있었다.
잘 안 나오던 분, 딴 교회 다녔으나 코로나로 피치못하게 왔다가 정착하신 분, 새로 오신 분, 새로 믿은 분까지
나 힘내라고 하나님이 작년에 많이 데려오셨다.
생일이면 카드를 써서 선물을 가지고 아침에 심방해서 기도해드리고 축하해드렸다.
카드는 빈 공란이 있는 걸로 주문을 해서 거기에 손수 쓰도록 연말에 주문을 미리 해뒀다.
서울에 있을 때도 교인들 생일카드를 담임목사가 보내지만
거긴 미리 써진 문구에 이름이랑 날짜만 적고 싸인만 하면 끝이다.
그런데 많지도 않은 분들한테 일년에 한 번 몇 글자 적어서 드리는데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빈 칸으로 주문을 했다.
선물은 적당한 게 있으면 그걸로 대신하고
없으면 롤케익을 사드렸다.
그러다 작년 성탄절에 알게된 호투파이집(https://smartstore.naver.com/goodpie/profile)에서 파이를 주문해서 드렸다.
그런데 연세가 있으신 분은 그걸 잘 못 드신다고 하길래
각자 치아 상태를 고려해서 롤케익, 호두파이 둘 중에서 하나를 골라서 드렸다.
혼자 사시는 분에겐 아침에 미역국을 끓여다가 가져다 드리기로 했다.
이렇게 생신을 챙겨드릴 때마다
어머니, 아버지 살아계셨을 때
이 불효자식이 정성을 다해 그렇게 해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비난을 나에게 한다.
이 나쁜 놈 아들!
부모님 생전에 못 해드린 효도를 만회하는 심정으로 생신을 챙겨드리고
이 다음에 천국에서 뵈었을 때 그나마 덜 부끄럽도록 하나님이 기회를 주셨다고 여기고 있다.
홍사모가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지만 ~ 좌우지간 그녀는 복을 많이 받을 거다. ㅎㅎ
그런데 올해 교인들이 내 생일을 물어보셨다.
나도 헷갈리는데 남들은 오죽하겠나.
2월 22일로 알고는 축하를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고는 인사를 했다.
페북에서는 2월 25일(호적상)로 알려져서 그렇게 인사 받고
음력을 기억하는 누님은 음력에 맞춰 축하해주고
양력을 아는 사람은 양력에 축하인사해주시고
교인들은 교인들대로 또 인사를 해주신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어느 날인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