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의 독재권력과 우크라이나 침공을 맹렬히 비난해왔던 러시아 여기자 옥사나 바울리나(Oksana Baulina; 42) 바울리나(42)가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취재하던 중 러시아의 포격을 받아 23일 숨졌다. 바울리나는 키이우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처참하게 부서진 쇼핑센터를 촬영하던 중 함께 있던 다른 민간인 한 명과 함께 숨졌다.
Oksana Baulina(1980-2022)
러시아 독립 언론사인 '인사이더' 소속의 바울리나는 ‘타임아웃 모스크바’와 ‘인스타일’ 등 라이프스타일 잡지에서 에디터로 일하다가 푸틴의 정적인 야당 지도자 알렉산더 나발니가 설립한 반부패 재단에서 프로듀서로 러시아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집중적으로 쓰는 등 푸틴의 독재권력에 맞서온 맹렬 여기자로, 여러 차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그녀는 지난해 러시아 당국이 반부패 재단을 극단주의 조직으로 낙인 찍으면서 러시아를 떠난 이후엔 ‘인사이더’와 미국의 분쟁전문 매체 ‘코다 스토리’를 통해 푸틴과 정부를 비판하는 기사를 꾸준히 써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후엔 인사이더 소속 특파원으로 우크라이나 키이우와 서부도시 리비우 등에서 취재했다.
옥사나는 사망 당일인 23일에도 트윗을 통해서도 푸틴을 '미친 전쟁광(MadVlad)'라며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트윗에 올렸다.
인사이더는 이날 성명에서 “옥사나의 가족과 친구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우리는 민간인 지역 무차별 포격으로 민간인과 언론인의 죽음을 부른 러시아의 전쟁 범죄를 포함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해서 보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Anna Politkovskaya(1958-2006)
옥사나 바울리나 기자의 죽음은 역시 푸틴의 독재권력에 맞서 강하게 저항하다 2006년 끝내 자신의 집 엘리베이터에서 푸틴에 의해 무참하게 암살 당한 러시아 여기자 안나 폴릿콥스카야(Anna Politkovskaya)를 떠올리게 한다.
인권운동가이기도 했던 안나 폴릿콥스카야(Anna Politkovskaya)는 푸틴이 러시아 권력을 장악한 이래, 푸틴에게 가장 강하게 맞섰던 언론인이다.
그녀의 관심사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 때 발발한 체첸 전쟁이었다. 이 전쟁은 옐친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군부의 지원을 받아 일으킨 전쟁이다. 푸틴의 러시아 장악은 옐친과의 타협의 산물이다. 그로부터 권력을 넘겨받은 푸틴 또한 마찬가지였다. 2차 체첸 전쟁을 일으켜 권력 유지의 구심점으로 삼았다. 체첸 전쟁은 학살과 고문으로 체첸 인들이 말살당하는 완벽한 인권유린의 현장이었다. 이 참상과 전쟁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그녀는 50여 차례 체첸을 드나들었다. 안나는 푸틴을 옐친보다 더 잔혹한 독재자로 보았다.
2002년 10월 모스크바 극장 인질사건, 2004년 모스크바 지하철 폭탄 테러사건, 2004년 베슬란 초등학교 봉쇄사건 등 푸틴이 권력유지를 위해 자행한 대중조작과 인권 유린 현장에 안나는 언제나 있었다. 이런 안나를 푸틴이 그냥 놔둘 리가 있겠는가.
그녀는 푸틴이 재선된 후 2004년 9월 로스토프 행 비행기 안에서 독이 든 차를 마시고 사경을 헤매다 겨우 살아났다. 푸틴은 그러나 끈질겼다.
결국 그녀는 2007년 10월 7일 모스크바의 자택 아파트 엘리베이트 안에서 총을 맞아 죽은 채 발견됐다. 48세의 한창 나이였다. 그날은 푸틴의 생일이었다. 잔인스러운 암살이었다.
이 사건은 아직도 그 배후가 누구인가에 대해 미궁인 채로 남아있고 푸틴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딱 잡아떼고 있다. 하지만 그녀를 죽인 이 사건이 누구에 의한 것이라는 것은 세상이 다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