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64차 山行記 太白, 그리고 수리산 2007. 05/19 수리산
아프리카 마사이족은 많이 걷고 잘 걷는다고 한다. 아이들은 아침에 일어나면 5km를 걸어가 물을 길어오고, 여자들은 장을 보러 왕복 20km씩 걷고, 남자들은 소와 양을 돌보느라 종일 초원을 쏘다니며 하루 평균 3만보를 걷는다고 한다. 한국인의 하루 평균 걸음을 조사해 보니 전업주부가 3,000步,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회사원이 5,000步쯤 걷고, 외근 없는 운전자는 500보도 걷지 않는다는데, 우리는 일요일 하루만이래도 산을 오른다는 것이 퍽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한동안 정득복고문, 안광태시인이 萬步計를 차고 와서 하산쯤에 보행숫자를 체크해 주곤 하였다. 어제, 오늘 내가 마사이族처럼 부지런히 걸은 것 같다. 토요일출발, 태백산 산행을 하고 새벽을 달려와 곧장 수리산에 합류한다. 태백산 산행도 오래전부터 계획되어 있었고 체력에 무리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왼 무릎 슬 관절에 통증이 온다.
태백산 천제단에서 내려다보는 산은 자작나무 흰 수피(樹皮)가 온 산을 스크래치 해놓은 듯 인상적이다. 철쭉의 꽃눈은 더디고 더딘 발걸음으로 아직 눈을 감고 있다. 다음 주 쯤에도 만개는 어려울 것 같다. 어린 꽃망울이 함초롬히 바람에 눕는다. 당골광장⇨반재⇨천제단⇨장군봉⇨주목군락지⇨유일사⇨사길령매표소로 하산. 하루를 留하였다. 고산지대의 밤은 춥고, 밤새 비까지 추적이니 잠을 설쳤다. 09:20분 영동고속도로 상행선 새로 생긴 덕평자연휴게소에서 커피 한 잔, 경쾌하고 감미로운 피아노 선율, ‘아드린느를 위한 발라드’가 흐른다. 그러나 사실 이곡은 사랑했던 사람에게 바치는 애잔한 아픔의 곡이다. 영혼에 굳은 살 박힌 상처들이 새살로 돋는다. 내 한 줄의 글도 저 음악처럼 누군가에 위안이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햇빛이 수직으로 꽂힌다. 안개를 걷어 올리는 싱그러운 푸르름이 눈의 피로를 말끔히 지운다. 휴게소 출발 직전 진의하시인의 오늘 불참 전화를 받다.
다행히 산본역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8명의 회원과 장윤우고문이 이사장으로 계시는 종이접기협회 각지부 대표 여성 4명, 수리산은 여름산이다. 신록의 숲길로 들어서면 아까시 꽃향기 은은하다. 등산의 부담을 지우고 산책의 기분으로 마음 편하고 여유 있는 코스다. 벤치가 있는 곳마다 쉬면서 종이접기 회원들이 먹거리를 펼친다. 대추, 찹쌀떡, 방울토마토, 거봉포도, 초콜릿, 오이, 당근 호박죽까지--- 감투봉을 지나 도시락을 펼칠 때 까지 포만감으로 모두 배를 쓸어내린다. 점심 역시 성찬, 장교수를 모시는 넉넉한 인품을 느낄 수 있었다. 하산은 大夜味 골짜기로 했다. 文山에서는 처음인 산길, 완만하고 코스가 길어 오히려 오를 때 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 된 덕고개 숲과 갈치 낚시터의 풍경도 감상하면서 기억할만한 루트이나 먼 것이 흠. 대야미역 못미처 ‘풀꽃향기’에서 종이협회대표들이 보쌈, 파전, 동동주로 床을 차렸으나 두 손 들고 먼저 자리를 떠야 했다.
산행참가자 : 장윤우, 정득복, 송문헌, 김두자, 박춘근, 한승욱, 허봉선, 정유준, (8명)
종이접기협회 대표여성4명(12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