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대형평형 전성시대 저무나
‘대형 평형 독주 끝나나.'주택시장에서 인기를 독차지했던 대형 평형의 인기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그간의 ‘돈만 있으면 대형을 사라'는 시장의 격언이 이제는 통하지 않고있다. 분양 미달은 예사고 거침없이 내달리던 대형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2개월 만에 반토막이 났다. <그래프 참조>반면 중소형은 가격 상승률이 높아져 대형을 추월했고 시장에서도 찾는 발길이 상대적으로 많아지고 있다. 대출 규제로 ‘돈줄'이 막히고 분양가상한제·원가내역 공개를 앞두고 가격인하 기대감이 빠르게 번지고 있어서다.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도 대형을 기피하게 하는 요인이다. 업체들도 대형에서 중소형 중심으로 ‘평형 전략'을 다시 짜느라 분주하다.
■대형평형 미분양 ‘수두룩'
늘 품귀현상을 빚어왔던 서울·수도권 대형평형 분양 단지들이 대거 미달사태를 빚고 있다. 지난 7일 강북부촌인 평창동에서 청약을 마친 롯데캐슬 로잔은 평균 0.4대 1의 경쟁률로 대부분이 주인을 찾지 못했다.
66∼84평형 110가구 중 66평형(3가구)과 84평형(5가구)을 제외한 11개 평평이 모두 미달됐다. 특히 75평형(4가구), 83A평형(7가구), 83B평형(11가구), 85평형(4가구)은 청약 기간 한 사람도 접수하지 않았다.
지난 2월초 쌍용건설이 분양한 남산 플래티넘(53∼92평형·236가구)도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중구 회현동 남산자락에 위치해 뛰어난 조망권과 도심 접근성 등 장점을 무색케했다. 고작 74명이 접수해 초기 경쟁률은 0.31대 1에 그쳤고 한달이 지났지만 물량의 35%는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강남에서 사상 최고 분양가를 경신하며 화제를 모았던 서초 아트자이도 두달이 다 지나도록 계약률이 50%를 못넘기고 있다.
‘버블세븐'에 속하면서 신흥 부촌으로 떠오른 경기 용인 쪽은 더 심각하다. 기흥구 공세동에서 지난 1월 분양한 성원 상떼레이크뷰는 345가구중 고작 37%인 128가구만이 청약접수를 마쳤다. 70B평형(56가구)은 8가구만이 청약해 인기가 시들해진 대형 평형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금호건설이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대농지구에서 지난 1월 말 분양한 대농어울림도 대형 평형만 남아있다. 회사 관계자는 “중소형 34∼46평형대는 일찌감치 빠졌지만 49∼77평형은 30%가 남아 있다”고 전했다.
■가격 상승률도 2개월 만에 ‘반토막'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역전된 평형간 가격 상승률과도 무관치 않다. 가격 하락기에도 가격 변동폭이 작아 ‘악재에 강하다'는 평가를 받았던 대형 평형이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정보업체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2.47%에 달하던 대형(30평형대 초과)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올 1월 0.36%로 곤두박질쳤다. 3월 들어 변동률은 다시 한번 급격한 하향곡선을 그려 0.05%를 기록했다.
중소형도 가격 상승률이 떨어졌지만 대형을 앞서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3.69%의 상승률로 대형을 1.2%포인트 앞섰고 올 2월에도 0.25%로 낮아졌지만 대형(0.09%)보다는 2배 가까이 높았다.
스피드뱅크 김은경 팀장은 “지난해 초만 해도 대형평형이 가격이 오를 때는 많이 오르고 떨어질 때는 조금 떨어져 안정성이 높았지만 이젠 이런 특징이 사라지고 있다”면서 “최근에는 가격상승률에서 중소형이 계속해서 앞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건설사 “대형 줄이자” 평형 재배정 바람
대형평형에 대한 수요가 뚝 떨어지자 건설사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이미 평면설계까지 마친 사업장이야 어쩔 수 없지만 시간적으로 다소 여유가 있는 곳은 대형평형 공급을 줄이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대형건설 A사는 “50평형대 이상 대형평형 수요가 지난해보다 눈에 띄게 줄었다”며 “아직 인기가 있는 40평형대는 그대로 유지할 생각이지만 그 이상 대형평형은 다소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건설인 B사 역시 “수도권에서 50평형대를 넘기면 분양가가 6억원을 훌쩍 넘기 때문에 수요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이 때문에 50평형대 이상 물량을 당초 400가구에서 70가구로 확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학권 세중코리아 사장은 “올부터 대출규제와 종부세 강화로 인해 실수요자들이 대형평형을 꺼리고 있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도 수익성만 따지고 대형평형을 고집할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대형평형대 물량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2007/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