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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봉바위 원문보기 글쓴이: 물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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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가 나오면서 극장은 곧 망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집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데 뭐하러 극장까지 가서 돈 들여 시간 들여 가며 영화를 보느냐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흑백시대를 넘어 컬러 TV가 보급되었고 50인치가 넘는 대형 LED TV의 시대가 되었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극장으로 향한다. 그곳에는 TV와는 또 다른 감흥이 있기 때문이고 TV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리라.
이말은 곧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TV에서 보는 영화와 다른 무언가 다른 가치가 있어야 한다는 말과 같다. 그렇지 않다면 극장으로 관객들을 불러 모으기가 어려워질게고 그렇게 되면 TV로 인해 극장이 망할 것이라던 오래전 예언이 실현될지도 모를 일이다. 안락한 의자, 쾌적한 환경, 빵빵한 음향시설 등을 비롯해서 극장이 극장다와야 극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영화만 튼다고 극장이라고 할 수 없는 시대다. 대형 멀티플렉스에 밀려 동네 극장이 문을 닫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요즘 미드를 보고 있노라면 TV가 극장 문을 닫게 만들거라던 과거의 논란이 떠오르곤 한다. 이렇게 재미있는 드라마가 있는데 아니 영화보다 더 완성도 높은 수준을 자랑하는 드라마가 있는데 뭐하러 영화를 보러 가나 하는 생각에서다. 초현실적인 소재를 다루었던 'X-File'과 병원 응급실을 생생하게 재현했던 'E.R'을 비롯해서 과학수사의 진수를 선보인 'C.S.I'나 도시 여성들의 일과 사랑을 그린 '섹스앤더시티', 테러리스트들과의 맞짱뜨던 '24', 의문의 섬에 불시착한 '로스트', 기발한 교도소 탈출을 그린 '프리즌 브레이크' 등 중독성 강한 드라마들이 다양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장을 찾는 것은 드라마와는 다른 그 무엇인가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극장에 걸리는 영화는 드라마 보다는 스케일이 더 크거나 스토리가 더 탄탄하거나 극적 전개가 더 심오하거나 해야할 것이다. 아바타처럼 꼭 극장에서 보고 싶은 이유를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지 않다면 굳이 영화관을 찾을 필요는 없을게다. 상영관에서 떨어진지 얼마 지나지 않아 DVD로 나올게고 명절이면 TV로도 나올테니까. 그렇지 않다면 음으로 양으로 구할 수도 있겠다.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은 첩보 영화 '솔트'는 예고편으로 보았을때 반드시 극장에서 보겠다고 다짐했던 영화 가운데 하나였다. '툼레이더'(2001)와 '미스터&미세스 스미스'(2005)에서 전사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그녀는 '체인질링'(2008)에서 아이 잃은 아픔을 온몸으로 보여주기도 했지만 '원티드'(2008)를 통해서 또 다시 화려한 액션녀로 변신한바 있었다. '매트릭스'(1999)에서 트리니티로 나왔던 캐리-앤 모스의 포스와 견주어도 결콘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보증수표까지는 아내더래도 최소한 부도수표는 아니라고 믿었던 것이다.
영화 '솔트'는 음모에 빠진 여인에 대한 이야기다. 마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이미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 때문에 쫓기는 톰 크루즈처럼 안젤리나 졸리도 이중 스파이로 오인받아 조직(CIA)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단 하나도 없고 혼자서 그 모든 어려움을 헤쳐나가야만 한다. 아무도 믿을 수가 없거니와 믿어서도 안된다. 소재도 그럴듯했고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을 맡았으니 믿을만한 영화라고 여겼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지나친 믿음이었고 맹신에 불과했다. 안젤리나 졸리의 연기는 그런대로 봐줄만 했지만 스토리가 지나치게 허술했기 때문이다. 이중 스파이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심리적인 긴장감은 전혀 느낄 수가 없었고 그저 치고 박고 싸우는게 다였다. 40분짜리 드라마를 보면서도 긴장감에 손을 쥐게되고 다음편을 기다리게 되는데 영화 '솔트'는 그렇지를 못했다. 충분히 예상할만한 이야기 전개가 이어졌고 반전이 생긴다해도 그다지 놀랄만한 일도 아니었다. 미드를 통해서 관객의 눈높이는 높아졌지만 올해 예순이 된 노감독의 눈높이는 아직도 쌍팔년도 머물러 있는듯 보일 정도였다.
이 정도 영화라면 굳이 극장에서 볼 필요가 없다. 파일로 다운받아서 봐도 되고 케이블에서 해줄때 봐도 되며 명절때 TV에서 봐도 된다. 아니 볼 필요도 없다. 시간되면 보고 그렇지 않으면 안봐도 그만이다. 그런 사실을 모르는건 나를 비롯한 8명의 관객들이었다. 안되는 영화들은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사실은 영악한 관객들이 먼저 안다. 미드만도 못한 영화 '솔트'는 안젤리나 졸리의 부도 수표와 같은 영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실망스러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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