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움 원인 찾아 잘못된 생각 고쳐야…
불교와 심리치료를 접목시킨 대표적인 심리치료자로서 정신분석의 전통의 정신과 의사 마크 엡스타인(Mark Epstein, 붓다의 심리학)과 인본 심리치료와 불교를 접목시킨 심리치료자인 데이빗 브레이저(David Brazier, 선 치료, 1995)에 대해서 고찰해보자.
조이 매니(Joy Manne)의 <현대 불교 심리치료 만들기>(Creating a Contemporary Buddhist Psychotherapy, 경험의 권위: 불교와 심리학에 대한 논문들 The Authority of Experience: Essays on Buddhism and Psychology)에 의하면, 이 두 저술은 실제 심리치료전문가이자 자신의 불교 수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불교와 심리치료를 접목한 현대의 대표적인 업적이라고 한다.
인지행동치료의 경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이는 마음챙김에 근거한 스트레스 감소(MBSR) 프로그램을 만든 존 카밧진이라고 할 수 있다. 카밧진은 심리치료 전문가가 아니지만, 1979년부터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시행해온 MBSR을 통해 위빠사나 또는 마음챙김명상이라는 불교명상을 행동의학에 접목시켰으며, 수용(acceptance)과 알아차림(awareness)을 핵심 치료요소로 하는 인지치료의 제 3동향의 기반을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정신분석, 행동치료를 중심으로 한 서양 심리치료와 마음챙김 명상을 기반으로 한 불교심리학의 공통점과 차이점에 대해서는 풀톤(Fulton)과 시걸(Siegal)이 <불교심리학과 서양심리학: 공동의 기반을 찾아서>(Buddhist and Western Psychology: Seeking Common Ground)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
먼저 불교의 마음챙김과 심리치료 사이에 최소한 두 가지 분명한 관계성이 나타난다. 첫째, 마음챙김 명상은 정신적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하여 제안된 신중한 수행으로 서양 심리학과 대조될 수 있다. 둘째, 마음챙김 그 자체는 현재 경험을 수용하면서 알아차리는 것으로 서양심리학과 마음챙김 명상 양 쪽 모두에 효과가 있다.
먼저 불교와 심리치료의 공통점은 두 전통 모두 심리적 괴로움의 경감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서양 심리학처럼 불교의 마음챙김 명상은 심리적 원인 때문에 생긴 괴로움을 대처하기 위해 발전했다. 심리치료처럼 마음챙김 명상의 주 영역은 생각, 느낌, 지각, 의도, 행위를 포함하고 있다. 여기에 초점을 두고 불교심리학은 심리적 장애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적 틀을 서양의 심리치료와 자연스럽게 공유한다. 두 체계는 1) 증상(苦)을 확인하고 2) 병의 원인(集)에 대해 설명하고 3) 예후(滅)를 제안하며 4)치료법(道)을 처방한다.
마지막 치료법에 대해서 정리해 보면, 정신역동, 행동주의, 마음챙김 명상 모두 자기성찰(內省)과 고통을 경감시키기 위한 행동변화를 필요로 하며, 통찰과 진리의 발견을 중시한다. 불교와 심리치료는 사고의 역할과 목적, 자아관 등에서 차이점이 있다. 인지행동치료에서는 사고의 일탈이 괴로움의 원인이고, 잘못된 생각을 고쳐주는 것이 마음을 안정시키는 방법이다. 역기능적인 사고에 의해 고통이 생겨난다고 보는 것이다.
정신역동치료에서는 언어는 치료를 관리하기 위한 필요한 도구이다. 근원적으로 가지고 있는 동기, 갈등이나 욕구 등이 발설된 말(spoken words)에 숨겨진 형태로 나타난다. 이처럼 치료가 언어에 의존하기 때문에 심리치료자와 환자는 말로 나타나지 않는 것을 ‘제3의 귀’로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마음챙김 명상은 거의 모든 생각을 내려놓기 때문에 다른 심리치료 전통과 구분된다. 마음챙김 수행은 언어에 의해 중재되지 않은 집중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심리치료에서 이해되는 내용 또는 이야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또한 과거나 미래에 대한 광범위한 사고에 빠져 있다면 마음챙김 수행 영역에서 벗어났다고 한다.
김재성 /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불교학과
[불교신문 2697호/ 2월23일자]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