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다르에스살렘에서 흥정을 한 택시는 시내 호텔에 도착한다.
3만 실링을 부르는 택시를 1만 실링에 합의한다. 지도를 보고 거리를 파악한 후 우리가 흥정을 하기 때문에 그들은 함부로 바가지를 씌워도 우리가 당하지 않는다. 2인 1실인데 모텔같다.
식사를 하고자 나와서 미용실 여자에게 맛집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따라오란다.
따라갔더니 중국음식집이다. 햄버거를 판다. 그녀가 가지 않고 있어서 팁을 주니 그제야 간다. 주인여자는 중국인이고 종업원은 이곳 탄자니아 사람들이다. 앞이 트인 중국 고유 의상을 입은 주인 여자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흑인 천국에서 맞는 동양의 신비스러움이라고나 할까. 맛은 보통인데 가격은 비싸다. 재래시장 쪽으로 구경을 가는데 이슬람교 행사를 한다. 수많은 사람이 도로바닥에 엎드려 절을 한다. 양꼬치를 먹는데 맛있다. 나무 꼬챙이에 작은 고기가 구워져 나온다.
탄자니아의 평균 수명은 45세이다. 내가 이곳에 태어났다면 나는 이미 이 세상 인물이 아닐 것이다. 돈이 없어 병이 들면 대부분 고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는 것이다. 그래서 인지 탄자니아 어디를 가 봐도 할머니 할아버지가 보이지 않는다.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 평균 이상을 살았으니 남은 인생은 덤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머지 삶에 연연하여 욕심을 부릴 필요도 없다. 먹을 만큼만 벌고 쓸 만큼만 쓰면 큰 돈 없어도 살 수 있다. 그리고 남는 시간은 마음 다스리기에 할애하면 된다.
마음이 부자면 세상 욕심과 근심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 아닌가 생각한다.
탄자니아는 기독교 30%, 이슬람교 35%, 토속 신앙 35%이지만, 잔지바르에서는 99% 이상이 이슬람교를 신봉한다.
이튿날 우리는 잔지바르로 들어간다. 배를 타는데 멀미 기운이 있다.
잔지바르는 섬인데 아프리카의 몰디브로 불리며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온다. 항구에서 내려 걸어서 숙소를 찾아간다. 백패커스인데 주인여자가 매우 친절하다. 숙소와 근처 관광지까지 자세히 안내해주는 게 고마워서 그녀와 사진을 찍는다. 미소와 친절만큼 아름다운 것이 또 있을까.
옥상에 주방과 식당이 있어서 좋다. 우리는 옥상에 올라가 와이파이로 고국의 인연들과 연락 하면서 휴식을 취한다. 바람이 시원해서 참 좋다. 숙소 밖 건너편 문 밖에서는 저녁을 준비하는지 전을 부치고 먹을 음식을 만드는 모양이다. 그런데 집 안에서 요리를 하지 않고 왜 집 밖에 요리를 한다.
우리는 근처 관광지를 돌아본다.
시장이 섰는데 노점에 장처럼 선 시장은 과일과 옷 그리고 잡화등 없는 것이 없다. 무질서 속에 서는 장이라 일대는 아수라장이다. 트럭에서 옷을 파는 남자의 화술이 유창하다. 한 사람이 다섯 장 씩 사간다. 한참 구경하는데 허 선생님이 부른다.
“저기 보세요. 한국 옷을 입고 있어요.”
시장을 헤치고 나가는 흑인 남자의 등에는 ‘새 정치 민주 연합’이라고 적혀있다. 나는 반갑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얼른 뛰어가 사진을 찍는다.
우리나라의 아파트 재활용 수거함에 쌓인 옷들이 아프리카로 수출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다. 아마 그런 경로로 저 옷이 이곳까지 들어왔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장 바닥에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파는 옷들은 대부분 중고품이 많다.
근처 오래된 도시를 구경하는데 그림가게에서 자전거를 탄 흑인 남자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15000실링을 부르는 그림을 1만 실링에 산다. 붉은 노을과 사냥을 하고자 등에 올린 창, 그리고 낡은 자전거가 너무 아름답다.
점심은 볶음밥을 레스토랑에서 먹는다. 맛있다. 오래된 마을을 둘러보는데 동전을 잘라 모양을 내서 파는 가게가 있어서 들어가 본다. 우리나라의 동전도 아프리카 모양으로 깎아 놓았는데 너무 신기하다. 오백 원짜리도 학 모양으로 깎아 놓았다. 한 개에 3만 원을 달란다.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이튿날 새벽시장엘 간다.
멸치잡이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수많은 사람들이 멸치를 사러 몰려든다.
배를 육지에 댈 수 없자. 발 빠른 남자들이 수영을 해서 고기를 배로 직접 사러 간다. 하얀 양동이에 가득 담아 다시 수영을 해서 나오는데 대단하다. 멸치를 실을 자전거 수 십대가 늘어서고 히잡을 쓴 여성들은 머리에 양동이를 이고 나온다.
고기라고는 멸치 밖에 잡히지 않는지 대부분 멸치 배다. 팔딱팔딱 뛰는 멸치가 햇빛을 받아 하얗게 빛을 튀긴다.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엉켜 아수라장이 따로 없다. 그래도 이런 삶의 현장이 좋다. 팔딱팔딱 뛰는 멸치처럼 내 가슴도 이 잔지바르 새벽 바다에서 정처없이 뛰고 있다.
내일은 과일 농장 견학을 가기로 한다. 일행들은 바다 탐사 여행을 간다는데 나는 래프팅때 죽을 뻔 한 후로 물이 겁나서 포기한다. 잔지바르의 밤이 깊다. 옥상에 널어둔 빨래가 바람에 나부끼며 잘 마른다. 아프리카의 몰디브 휴양지는 어디에 있기에 쉬이 우리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