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의 여왕(The Snow Queen)
안데르센 지음 / P.J. 린치 그림
“눈에도 여왕이 있단다. 눈의 여왕은 눈 중에서 가장 크고, 땅에 내려앉지 않고 검은 구름 속으로 날아오른단다. 겨울밤에는 마을의 거리를 누비고 다니면서, 창문에 대고 숨을 쉬어 하얀 김을 내뿜지. 그러면 이상하고 아름다운 나무와 꽃 모양이 나타난단다.”
케이는 눈의 여왕을 바라보았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렇게 우아하고, 예쁜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눈의 여왕이 창밖에 와서 부를 때는 얼음처럼 차가워 보였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네가 ‘영원’이라는 단어를 맞출 수 있으면 그때는 네가 너 자신의 주인이 될 것이다. 네게 온 세상과 함께 새 스케이트도 주마.”
“게르다는 이미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 난 그보다 더 큰 힘을 줄 수는 없어. 게르다가 가진 힘은 우리의 힘보다 훨씬 강하지. 가슴에서 나오는 힘이니까. 사랑이 넘치는 순수한 아이에게서 나오는 힘이거든. 그 힘으로 눈의 여왕의 궁전에 들어가 케이의 눈과 심장에 박힌 파편을 빼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케이! 아, 케이! 드디어 널 찾았구나!”
하지만 케이는 아무 말 없이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가여운 게르다는 소년의 냉정한 태도에 깊이 상처받았다. 게르다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고, 눈물이 케이의 몸에 떨어져 그의 가슴에 닿았다. 눈물은 얼음장을 녹였고, 심장에 박힌 거울 파편도 녹여냈다.
안데르센은 왕이다. 그는 이야기라는 작은 틀 속에 우주의 온갖 장관을 들여놓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어린이들에게 결코 지나치게 많은 것을 보여 준 것은 아니다. 그 작은 틀 속에는 단지 코펜하겐과 벽돌집, 붉은빛이 감도는 커다란 지붕, 구릿빛 둥근 지붕,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노트르담 성당의 황금 십자가만 보이는 것은 아니다. 그곳에는 연못과 숲, 바람에 흔들리는 버드나무가 있고, 바다에 둘러싸인 덴마크, 스칸디나비아, 눈과 얼음에 갇힌 아이슬란드도 있고, 독일, 스위스, 햇빛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스페인, 폴란드,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나아가서는 로마, 예술의 도시이자 혁명의 도시인 파리까지 발견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이집트와 페르시아, 중국, 인어들이 사는 저 깊은 대양, 커다란 백조들의 하얀 그림자가 지나가는 하늘도 발견할 수 있다.
풍부한 상상력만을 놓고 본다면 아마 안데르센만한 작가는 또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안데르센에게는 그가 독자적으로 펼쳐 보인 귀중한 것이 있다. 그가 어린이들에게 선사한 무척이나 화려하고 독특한 선물, 영원히 어린이들을 매료시켜 평생토록 기억에 남을 만한 아름다운 광경, 그것은 바로 눈이다. 프랑스 어린이들은 대부분 눈을 본 적이 없다. 나폴리나 그라나다의 어린이들도 산꼭대기에 쌓인 흰 눈을 멀리서 바라볼 뿐이다....
이따금씩 파리에도 눈이 내린다. 그러나 모처럼 내린 눈은 금세 매연이나 진흙으로 더러워지고 만다. 그렇다면 어린이들은 어떻게 얼어붙은 광야의 환영을 눈을 감고 그릴 수 있을까? 그것은 물론 안데르센이 신비한 얼음의 세계를 펼쳐보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우리는 온몸이 얼음으로 되어 있는 눈의 여왕을 직접 볼 수 있었다. 밝은 별처럼 빛나는 여왕의 눈도 보았으며, 꼬마 케이와 함께 우리가 탄 썰매를 여왕의 새하얀 썰매와 연결했다. 우리는 눈의 여왕 옆에 앉아 솜처럼 폭신한 눈 위를 날아갔다. 저 아래에서는 얼음처럼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이리들이 울부짖고, 눈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위를 올려다보면 새까만 까마귀가 울면서 날고, 아득한 하늘 저편에서는 커다란 달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이윽고 우리는 여왕의 궁전에 도착한다.... (폴 아자르 <책,어린이,어른> 중에서.)
첫댓글 눈의 여왕을 만나보고 싶어지지요? 새하얀 옷에 신비한 웃음을 머금고 아이들을 찾아오는 맑고 순수한 영혼..우리의 영혼도 여왕을 닮아야 그녀를 만날 수 있겠지요? 덥쑥 덤으로 이야기의 왕 안델센님도 만나보는 즐거움도 누려보구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