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옥... 명동의 유명한 설렁탕 전문음식점이지요.
상업은행 시절 명동지점이나 본점에 근무하면서 미성옥 설렁탕을 한 그릇 쯤 안 먹어본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미성옥 설렁탕 값이 오르면 다른 음식점의 음식 값도 따라서 오르기 시작한다고 해서 서울의 음식 값 인상의 기준이 되기도 했다는 미성옥 설렁탕.
저는 1980년대 초 본점 저축추진부에 근무하면서 야근 할 때 그 설렁탕을 자주 먹었습니다. 물론 숙직 할 때도 먹었지요.
분기별 지점 목표 배정 할 때나 실적평가 할 때, 또는 새로운 제도를 시행 할 때는 걸핏하면 야근을 했고, 그 때마다 주로 이용하는 곳이 명동의 미성옥이었던 것입니다.
전화로 주문을 하고 한 참 있으면 배달 아주머니는 밥과 고기를 담은 뚝배기를 여러 개로 포개서 머리에 이고, 또 젊은 청년은 뜨거운 육수를 주전자에 담아서 들고 명동입구 지하도를 지나서 그 멀리까지 힘들게 날라다 주었지요.
한참 배고픈 시간이라 그 설렁탕은 맛의 좋고 안 좋고를 떠나서 우리들 배속으로 들어가서는 허기를 면하게 하고 온 몸에 열기와 에너지를 다시 축적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부장님도 예외는 아니어서 설렁탕을 같이 잡수시곤 했는데, 제 기억으로는 한의수 부장님께서 자주 미성옥 설렁탕을 과장들과 대리들과 같이 드시곤 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저축추진부에서 약 3년간을 근무하다가 그 후에는 명동지점으로 전근을 갔습니다. 그때가 저에게는 차장 승진시험인 제2고시를 준비해야 할 때였습니다. 드디어 시험 40일 전. 저는 입행동기 3명과 함께 필동에 방을 하나 얻어서 시험 준비 40일 작전에 들어가서 집으로 퇴근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숙집으로 퇴근을 했습니다.
그런데 저녁식사를 해결하는 것이 문제였지요. 아침은 하숙집에서 먹고, 점심은 명동지점 구내식당에서 먹고, 저녁은 매일 사먹어야 하는데... 저는 미성옥을 찾아가 주인을 만났습니다. 앞으로 40일 간 매일 저녁 여기 와서 설렁탕을 먹을 터이니 할인을 해달라고 말입니다.
주인은 종이쪽지에 도장을 찍어서 40장의 식권을 주면서 한 그릇에 100원씩을 빼 주었습니다. 아마 2,800원을 2,700원으로 계산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다른 사람에게 설렁탕을 사주기도 하면서 거의 30일 이상은 미성옥 설렁탕을 먹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음식 중에서 가장 질리지 않았던 음식이 설렁탕인 것 같았는데, 그것은 아마도 미성옥의 독특한 맛의 깍두기와 김치 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그 시절이 거의 20년 전 일이었는데 그 후로는 한 번도 미성옥을 가본 기억이 없군요. 지금도 명동의 미성옥이 영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기만 합니다. 끝.
2006. 11 문명영 씀